양양·부산 다대포 호텔 운영 및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 검토
'홀로서기' 수순…1985년 창립인데 "40주년 행사 내년 아닌 2026년"
코엑스를 중심으로 서울 삼성동 중대형 호텔들 중에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라는 눈에 띄는 간판이 있다. 삼성역과 코엑스, 트레이드타워와 함께 있는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는 GS리테일 자회사 ‘파르나스호텔’의 대표 5성급 호텔이다. 1년여 간의 리뉴얼을 마치고 코로나19가 한창인 2020년 말부터 운영을 재개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는 서울 강남권 MICE(기업회의·인센티브관광·국제회의·전시) 요충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파르나스호텔이 최근 들어 실적이 고속 성장한 배경도 재개관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영향이 컸다.
◇엔데믹 이후 MICE 수요↑…창사 첫 영업익 1000억
파르나스호텔은 코로나 첫 해인 2020년 174억원의 손실(연결기준)을 낸 ‘적자 기업’이었다. 하지만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운영이 본격화된 이듬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어 2022년 5성급 ‘파르나스 제주’ 오픈과 서울 용산에 4.5성급 ‘나인트리 프리미어 로카우스 용산’ 론칭 등 포토폴리오를 꾸준히 확대했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MICE 수요가 회복하고 방한 관광객이 증가하는 등 대외 환경도 나아졌다. 실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및 코엑스 전체 투숙객 중 외국인 비중은 2022년 약 46%에서 지난해 67%까지 늘었다. 덕분에 파르나스호텔은 지난해 연매출 4822억원, 영업이익 1032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1000억원 달성은 1985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흑자로 전환된 2021년 실적(매출 2161억원·영업이익 37억원)과 비교하면 2년 새 매출액은 두 배를 웃돌고 영업이익은 30배에 육박했다. 영업이익률은 21.4%로 경쟁사인 롯데(호텔사업 기준 5.6%), 신라(10.1%), 한화(3.5%), 신세계 조선(7.2%)과 비교해 월등하다. 올 1분기엔 연결기준 매출액 1097억원, 영업이익 2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7%, 13.5% 늘어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파르나스호텔 관계자는 “비즈니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는 타 호텔 대비 MICE 및 웨딩 수요가 높다보니 객실·식음·연회 매출을 견인하면서 수익성이 높아졌다”며 “호텔 외에 파르나스타워, 파르나스몰 등 임대사업 실적 또한 수익성 제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IHG 이어 메리어트 브랜드 동시 소유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와 함께 삼성동 호텔 터줏대감이었던 25년 역사의 인터컨티넨탈 코엑스는 지난달 1일 영업을 종료하고 리뉴얼 공사에 돌입했다. 내년 9월 재개관이 목표인데 IHG(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가 아닌 또 다른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의 프리미엄급 ‘웨스틴(Westin)’으로 간판을 바꾼다. 새 명칭은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다. 파르나스호텔은 국내 호텔업계에서 IHG와 메리어트 호텔을 동시에 소유하는 최초의 기업이 됐다.
파르나스호텔은 1985년 한국무역협회와 GS그룹(당시 LG그룹) 등의 공동출자로 설립된 호텔사(社)다. IHG와 계약을 맺고 1988년 서울 삼성동에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운영을 시작했고 1999년엔 인터컨티넨탈 코엑스를 오픈하며 두 곳의 특급호텔을 전면에 내세웠다. 2012년에는 독자 비즈니스호텔 브랜드 나인트리를 론칭하며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파르나스호텔은 당초 GS건설 소유였지만 2015년 모그룹 유통 계열사 GS리테일로 주인이 바뀌었다.
파르나스호텔은 2022년부터 회사를 이끌어 온 여인창 대표 체제에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성장해왔다. 여인창호(號) 경영 첫 해인 2022년 7월 5성급 파르나스 제주와 이듬해 4월 4.5성급 나인트리 프리미어 로카우스 용산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개관 2주년을 맞은 파르나스 제주는 307객실 규모의 럭셔리 리조트형 호텔이다. 파르나스호텔이 수도권 외에 선보이는 첫 번째 호텔이자 최초의 5성급 독자 브랜드다.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144%가량 증가했다.
나인트리 로카우스 용산은 용산역 한복판에 있던 ‘육군 용사의 집’이 탈바꿈한 것으로 나인트리 최초의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를 운영하는 프리미엄 비즈니스호텔을 지향한다. 또 최대 300명까지 수용 가능한 대형 연회장 2개를 배치해 MICE 경쟁력을 확보했다.
여인창 대표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업계에선 그간의 성과, 실적 등을 고려할 때 연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 인적분할, 내년 가칭 '파르나스홀딩스' 상장
파르나스호텔은 2026년 하반기 강원도 양양에 393객실의 ‘인스케이프 양앙 by 파르나스’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지난 1월 다대 해양복합문화용지 관광호텔 위탁운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부산 다대포 옛 한진중공업 부지에 호텔 운영과 함께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을 검토 중이다. 해당 호텔 규모는 최소 200객실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하면 비즈니스급 나인트리 간판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파르나스호텔 관계자는 “두 호텔 모두 위탁운영”이라면서 “부산 다대포 호텔에 대해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파르나스호텔은 조만간 홀로서기를 한다. 오는 12월 모기업 GS리테일로부터 인적분할을 추진해 가칭 ‘파르나스홀딩스’로 분리된 후 내년 1월 신설법인 상장을 예정했다. 앞서 6월에는 상장 예심을 통과했다. 파르나스홀딩스 산하에는 파르나스호텔과 식자재 가공업의 후레쉬미트가 속한다. GS리테일은 파르나스의 인적분할 추진을 알리면서 “파르나스홀딩스는 호텔업과 식자재 가공업을 통한 사업 시너지를 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파르나스는 분할 후 후레쉬미트와 시너지는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호텔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후레쉬미트는) 육가공업체인데 사실 호텔과 아무 상관이 없다”며 “(모기업으로부터 인적분할 내용을) 전달 받은 게 전혀 없고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후 추가 답변에서는 “인적분할은 호텔 미래 확장성에 적극 투자하고자 하는 GS그룹 차원의 의지”라며 “인적분할로 사업경쟁력이 강화돼 기업가치 제고가 기대된다”며 뉘앙스를 바꿨다.
내년은 파르나스홀딩스로 독립하는 한편 창사 40주년을 맞아 뜻깊다. 파르나스호텔 창립일은 1985년 11월22일이다. 하지만 파르나스는 내후년인 2026년에 창사 40주년 기념 프로모션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1985년 설립, 1986년은 1주년이기 때문에 40주년은 2026년이 된다”며 “40주년은 내년이 아닌 내후년으로 대대적인 이벤트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얘기했다.
국어사전에서 ‘주년(周年)’은 1년마다 돌아오는 돌을 세는 단위다. 단순 계산으로 이듬해 1986년은 1주년, 1995년 10주년, 2005년 20주년, 2015년 30주년, 2025년은 40주년이 된다. 일례로 모기업 GS리테일은 1974년 슈퍼사업(現 GS더프레시)을 시작으로 2024년인 올해 ‘유통업 50주년’을 맞았다. 호텔업계에선 1914년에 문을 연 웨스틴 조선 서울을 운영하는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올해 개관 110주년이다. 1984년 풀무원효소식품이 모태인 식품대기업 풀무원은 올해 창사 40주년을 기념했다.
다음 순서는 ‘이랜드 켄싱턴호텔앤리조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