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유업계 양보에 '원윳값' 동결…밀크플레이션 피했다
낙농가-유업계 양보에 '원윳값' 동결…밀크플레이션 피했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4.07.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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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후 4년만…음용유 ℓ당 1084원 유지, 가공유 원윳값 5원 내려
원유 구매량 음용유 9000t 줄이고 가공유 9000t 늘려 소비 변화 대응
어느 마트에 진열된 흰우유 등 유제품. [사진=박성은 기자]
어느 마트에 진열된 흰우유 등 유제품. [사진=박성은 기자]

우유 원재료가 되는 원유(原乳)가격이 올해는 인상되지 않는다. 2020년 이후 4년 만에 동결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진행된 원유가격 협상에서 생산자(낙농가)와 유업계가 물가 상황을 고려해 원유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30일 밝혔다.

생산자와 유업계 원유가격 협상은 통계청이 지난 5월30일 발표한 2023년 우유 생산비가 2022년 대비 4.6%(ℓ당 44.14원) 인상되면서 6월11일을 시작으로 오늘까지 14회에 걸쳐 진행됐다. 

이번 협상은 정부가 낙농산업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적용했다. 생산비만을 반영해 원유가격을 결정하던 과거의 생산비 연동제에서는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생산비 상승분의 최대 110%를 반영해야 하는 만큼 원유가격은 ℓ당 40~49원을 인상해야 했다. 

하지만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생산비 변동(ℓ당 44.14원 상승, 958.71원/ℓ→1002.85원)과 원유 수급 상황(음용유 사용량 2% 감소: 172만5000t→169만t)을 함께 반영할 수 있다. 이 같은 제도 개편으로 협상에선 생산비 상승분의 0~60%만 반영한 ℓ당 0~26원 범위에서 진행됐다.

협상에서 생산자는 협상 최대치인 ℓ당 26원의 인상을 요구했고 유업계는 동결을 주장했다.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이달 말까지 한 달 더 연장됐다. 이 과정에서 농식품부가 중재하는 한편 생산자와 유업계가 어려운 물가 상황, 음용유 소비 감소 등 유가공 산업 여건을 고려해 올해에는 우유, 발효유 등 마시는 용도로 사용하는 음용유 가격 동결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흰우유 등의 원료인 음용유용 원윳값은 ℓ당 1084원으로 동결됐다. 또 치즈, 분유 등 유가공 제품에 쓰는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ℓ당 5원을 내리기로 하면서 882원으로 더 싸진다. 이번에 책정된 음용유 및 가공유 원윳값은 8월1일부터 적용된다. 

고물가 속 원윳값이 동결되면서 우려했던 ‘밀크플레이션(우유와 인플레이션)’은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또 용도별 원유 구매량을 결정하는 협상에서는 마시는 용도의 음용유를 현행보다 9000t 줄이는 대신 가공유를 9000t 늘려 유제품 소비구조 변화에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낙농산업을 둘러싼 여건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에 국산 유제품을 소비할 수 있도록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국산 원유 경쟁력을 높여 가겠다”고 강조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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