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떠오르는 불장의 기억
[기자수첩] 떠오르는 불장의 기억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4.07.09 1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아파트값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상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1일 기준) 0.20% 오르며 15주째 상승세다. 상승 폭은 2021년 9월 셋째 주 이후 2년 9개월여 만에 가장 크다. 수도권과 전국 아파트값도 시차를 두고 오름세로 돌아서 상승 폭을 키운다. 

다시 상승으로 방향을 튼 아파트값에 대해 여러 이유가 나온다. 먼저 공사비 상승 등 여파로 인한 인허가·착공 물량 감소 등에 따른 향후 공급 부족 우려가 있다. 

서울 기준으로 1년 넘게 오르고 있는 전셋값도 집값 상승 압력을 더한다. 오른 전셋값에 매매 대기 수요들이 다시 매수세로 돌아서는 거다.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곧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감은 계속된다.

당초 이달부터 예정됐던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도입도 돌연 두 달 뒤로 밀렸다. 당분간 대출을 더 주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여기에 정부가 사전청약을 없애면서 공공부문의 공급에 대한 기대도 멀어졌다. 오른 공사비에 사전청약 받은 단지들도 사업이 취소되는 실정이다. 사전청약했던 사람들에겐 그동안 흘려보낸 기회비용만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앞서 집값 급등기 때 겪었던 '불장의 기억'이 떠오를만하다. 일주일 새 1000만원 넘게 오른 호가를 수요가 따라가며 신고가를 쓰고 다시 호가를 끌어올리던 모습 말이다. 그렇게 점차 멀어져가던 내 집 마련에 대한 기억 말이다. 매매 대기 수요자들이 '이번에도 놓칠 순 없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반응일 테다.

이런 불안한 심리를 타고 청약 시장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뜨거워지는 모습이다.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한 단지들이 늘고 경쟁률도 치솟는다. 오름세를 보이는 집값에 그간 일었던 고분양가 논란도 사그라들었다. 서울 강북권에서 처음으로 3.3㎡당 5000만원이 넘는 분양가로 청약에 나선 한 단지는 세 자릿수 1순위 평균 경쟁률을 찍었다. 

집값은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지금 시장 모습은 주택 매매 및 청약 시장에서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와 불안이 가득한 모습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믿음보다 과거 불장의 기억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모습이다.

현재 나타나는 현상은 그간 정부가 시장 참여자들에게 보낸 시그널들의 총합이다. 저출생 해소를 위해 주택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겠다면서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을 연기해 대출을 더 받으라는 상반된 시그널은 일관된 정책 추진과는 거리가 있다. 시장 참여자들에게 보다 선명한 시그널과 정책 추진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