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승화강(水昇火降)
수승화강(水昇火降)
  • 서효석
  • 승인 2010.09.0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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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은 시원하고 아래쪽은 따뜻해야
폐에 적열 생기면 폐의 기능 떨어져

 중국 송나라 때 사람 사마광이 지은 자치통감(資治通鑑) 위열왕 부분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才德兼全이 聖人이요, 才德兼無는 愚人이다.

德勝才면 君子요, 才勝德이면 小人이다.

(재주와 덕성을 겸비하면 성인이요, 재주와 덕성이 모두 없으면 우인이다.

덕성이 재주보다 많으면 군자요, 재주가 덕성보다 많으면 소인이다.

)'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인, 군자, 소인을 명쾌하게 설명한 말인데, 사마광은 여기에 덧붙여 이렇게 적고 있다.

'소인이 재주를 끼고 악을 저지르고자 하면 못 미칠 곳이 없다.

우인은 악을 저지르고자 해도 재주가 모자라니 비유하자면 강아지가 사람을 무는 것과 같아서 별 해가 없다.

그러나 소인이 악을 저지르고자 하면 호랑이가 날개를 다는 것과 같아서 피해가 크다.

자고이래로 나라와 집 안을 망친 사람은 재주는 있으나 덕이 부족한 소인이었다.

'    
 요즘은 어이없는 뉴스가 넘쳐나서 골이 다 아플 지경인데, 오호라 민홍규라는 사람이 엉터리로 국새를 만들었는데 게다가 200만 원 짜리 가짜 백금 다이아 국새를 40억이라고 속여 백화점에 내놓았었단다.

어째서 팔리지는 않았는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야말로 소인이 악을 저지르고자 하니 호랑이에 날개를 단 격이다.

세상이 어쩌다 이리 되었나 정말 열 받는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런 보도를 접하고도 평온을 유지해야지, 열 받으면 안 된다.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조화로운 상태로서의 기본원리를 이야기할 때 수승화강(水昇火降)이라는 말을 쓴다.

이는 직역하면 '물은 위로 올라가고 불은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는 말인데,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위쪽은 시원하고 아래쪽은 따뜻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이 화를 내서 열 받으면 얼굴이 빨개지는데, 이는 바로 열이 위로 몰린 탓이다.

이러면 안 좋다는 것이다.

 필자가 평생을 두고 연구하고 있는 편강의학도 바로 어찌 보면 이 수승화강의 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즉 폐가 인체의 기를 주관하는 호흡기관인데 여기에 열이 쌓이는 것을 적열현상(積熱現狀)이라고 한다.

폐에 적열이 생기면 폐의 기능은 현저히 떨어지게 되어 호흡기 계통의 기능에 여러 가지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그래서 생기는 대표적인 질병이 비염과 천식, 아토피다.

따라서 필자는 비염, 천식, 아토피를 폐의 적열로 인해서 생기는 뿌리가 같은 한 집안 질병으로 보는 것이다.

폐의 적열로 인해서 생긴 질병이므로 해결책도 역시 한 가지, 폐의 적열을 없애 주고 폐 기능을 강화해 주는 것이다.

폐 기능을 강화하려면 폐가 맑아야 된다.

폐를 맑게 해주는 것을 청폐작용(淸肺作用)이라고 하는데 운동이 제일이다.

 일찍이 푸시킨은 수승화강의 원리를 들은 바 없었어도 이렇게 노래했다.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고. 존경하는 신아일보 독자들도 절대로 답답한 뉴스에 열 받지 말고 항시 싱싱하게 수승화강으로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