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운전자 입건… 국과수 차량 감식 통해 사고원인 규명 총력
지난 1일 밤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승용차가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 보행자들을 덮쳐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평소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한복판인 데다 퇴근 후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시민들이 몰리는 시간대였던 탓에 인명피해가 컸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27분경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온 제네시스 차량이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를 역주행하며 갑자기 튀어나왔다. 이 차량은 빠르게 달려 도로에 있던 BMW와 소나타 차량을 차례로 추돌한 후 횡단보도가 있는 인도 쪽으로 돌진해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덮쳤다. 이후에도 100m가량 이동하다 건너편에 있는 시청역 12번 출구 앞에서야 멈춰섰다. 역주행한 거리는 총 200m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사망자 9명 중 6명은 현장에서 숨을 거뒀고,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망자들의 성별과 연령대는 50대 남성 4명, 30대 남성 4명, 40대 남성 1명이다. 시청 직원과 시중은행 직원, 병원 직원 등이 안타까운 사고의 희생자가 됐다.
경찰은 가해 차량인 제네시스 운전자 남성 A(68)씨를 현장에서 검거했으며 통증을 호소해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아내와 병원으로 이송했다.
A씨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다. 음주운전 혐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고, 마약 투약 및 졸음운전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경기도 안산 소재 버스회사에서 시내버스 기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40여년의 운전 경력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차량 감식을 통해 급발진 여부를 파악할 방침이다. 국과수의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에는 통상적으로 1~2개월이 소요된다.
아울러 CC(폐쇄회로)TV와 블랙박스 자료,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 및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A씨의 구속영장 신청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급발진의 근거는 현재까지는 피의자 측 진술뿐이고 급발진이라고 해서 적용 혐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며 “사건이 중대한 만큼 엄정하고 정확하게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피해자들에 대해선 전담경찰관을 지정, 유족 등과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신아일보] 한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