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매입임대주택' 물량 확대…속도보다 중요한 철저한 준비
[데스크칼럼] '매입임대주택' 물량 확대…속도보다 중요한 철저한 준비
  • 천동환 건설부동산부장
  • 승인 2024.06.2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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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중산·서민층 주거 안정을 위해 올해와 내년 주택 총 12만 호를 사들여 매입임대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애초 2년간 목표 물량 8만 호보다 50%(4만 호) 많다. 올해 물량만 보면 계획 물량이 연초 4만 호에서 5만3500호로 34%(1만3500호) 늘었다. 내년 목표 증가 폭은 66%(2만6500호)에 달한다.

내년이야 준비할 시간이 좀 남았으니 그렇다 치고 올해는 이미 절반을 보낸 상태에서 목표치 30% 확대는 절대 가볍지 않다. 달리 말하면 부담스럽다. 매입임대주택 공급량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올해 초 정부가 설정한 목표량을 두고도 '급증'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런데 연 중반에 목표치를 더 늘렸으니 부담이 안 되면 이상하다.

"정부의 매입임대 공급 목표가 나날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정부의 이번 발표가 있기 전 지난달 말 열린 '수도권 100호 이상 공사비 연동형 건물 매입 기준 설명회'(이하 공사비 연동 매입 기준 설명회)에서 LH 매입임대주택 담당자가 공개적으로 한 말이다.

다소 무리한 감이 있는 정책이 나온 배경은 뭘까? 정부가 밝힌 가장 큰 이유는 '속도'다. 무주택자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대규모 전세사기가 서민·청년층 임차인들의 피 같은 돈을 앗아가고 그나마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아파트 전세는 보증금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상황이다. 불안한 주택 임대차 시장 상황을 돌파하고자 정부가 선택한 묘수가 매입임대주택 아닌가 싶다.

충분히 고려할 만한 방법이다. 주택 임차 수요가 집중된 도심에 빠르게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려면 공공기관이 공공택지에 임대주택을 직접 짓는 것보다 민간사업자가 계획한 주택을 사들이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급증한 목표 물량을 확보하고자 LH가 짜낸 아이디어는 주택 매입 가격 산정에 건물공사비를 활용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토지와 건물 모두 매입가 산정에 감정평가 금액을 적용했는데 수도권 100호 이상 신축 예정 주택부터 건물 매입가 산정에는 공사비를 적용하기로 했다.

감정가 대신 공사비를 적용하면 매입가가 높아지고 이렇게 되면 LH에 주택을 팔려는 민간사업자가 더 많아질 거라는 계산이 깔렸을 거다. 정부와 LH는 대놓고 더 비싼 가격에 주택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부 지원 매입 단가 현실화'라는 표현으로 '매입 가격을 올릴 테니 적극적으로 팔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

문제는 진행 과정이 너무 급하고 준비가 미흡하다는 거다. 물도 급하게 마시면 체한다. 조급한 정책은 반드시 문제를 일으킨다. LH와 민간 주택 사업자가 한 자리에 모인 공사비 연동 매입 기준 설명회에선 이런 조짐이 여실히 드러났다.

민간사업자들은 새로운 가격 산정 방식에 여러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금융 비용이나 시행사 관련 비용, 사업자 이윤 등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LH 관계자들의 답변은 명확하지 않았다. 그런 비용들을 일일이 반영할 수 없으니 공사비에 녹여 내라는 식이었다. 현장에서 들었을 땐 사업자금 대출 이자를 포함한 각종 비용을 공사비에 반영하고 사업자 이윤을 더해 매각가를 산정하라는 건지 순수 공사비만 제출하라는 것인지 헷갈렸다.

설명회 후 기자가 LH 공고문을 살펴보고 담당자 설명을 들어봤다. 결론은 민간사업자는 각종 비용과 이윤을 포함해 공사비에 근거한 매각 희망가를 써내면 된다. LH가 이를 바탕으로 외부 원가 계산 기관 검증을 거쳐 매입 적정가를 제시하게 되고 사업자가 여기에 동의하면 매매 약정을 맺을 수 있다.

설명회에서 LH 관계자들은 "기존 감정가 연동형과 새로운 건물공사비 연동형 중 어떤 방식에서 매입 가격이 더 높아지느냐?"는 질문에도 정확하게 답하지 못했다.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게 이유인데 그렇다면 어떤 근거로 건물공사비 연동형을 도입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매입 가격 현실화 취지를 생각하면 건물공사비 연동형의 가격이 더 높아지는 게 당연하지만 질문자가 알아서 판단하길 바라는 눈치였다. '시민단체가 제기한 매입임대주택 고가 매입 비판을 의식하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매입임대주택은 효과적인 공공주택 공급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논란이 많은 분야기도 하다. 조급하고 확신 없는 사업 추진은 맞바람의 강도를 더 키울 수 있다. 지금은 일단 목표 물량을 늘려 놓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는 모양새다. 정책 수행 기관의 행보가 불안하고 어설퍼 보일 수밖에 없다.

LH는 수도권 매입 목표를 완수하고 건물공사비 연동형 약정 방식을 활성화하고자 수도권매입확대전략 전담조직과 수도권 지역본부별 매입약정지원팀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어찌 됐든 이제 매입임대주택은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사업이다. 대충 씹어 삼킬 게 아니라 꼭꼭 씹어 제대로 소화해야 한다. 최종 목표는 많이 먹는 게 아니라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게 먹는 거다. 최종 목표는 물량 확대가 아니라 국민이 체감하는 주거 안정이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