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오너家③] 스타일 바뀐 정용진, '뉴 신세계' 혁신 정조준
[시험대 오른 오너家③] 스타일 바뀐 정용진, '뉴 신세계' 혁신 정조준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4.06.25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 3월 18년 만에 회장 승진…SNS·야구장 끊고 업무 매진
성과 못 내면 '필벌'…11년째 미등기, '책임경영' 논란 지속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위기감 또한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각 기업들은 이에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에서도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최신 임원인사로 일선에 등장한 오너가(owner+家) 2~4세들이 총대를 멨다. 본지는 새로운 기회 마련을 통해 경영능력을 검증하려는 주요 기업들의 오너 2~4세들의 행보를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이 올해 1월 트레이더스 수원화서점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당시 부회장,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올해 1월 트레이더스 수원화서점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스스로 변화하지 않고 변화를 요구만 한다면 뒤따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2023년 11월 경영전략실 개편 후 첫 회의를 주재하며 당부한 사항).” 

“나부터 확 바뀌겠다(올해 3월 회장 승진 이후 임직원에게 밝힌 각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회장 부임 10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 두문불출하며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발굴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엄중한 실적 평가를 통해 조직 혁신을 꾀하고 있다. 수시 인사를 단행하며 ‘정용진표 뉴 신세계(New Shinsegae)’ 구축에 사활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2013년 이후 미등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책임경영’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소통왕→은둔형 경영자…정용진 "수익 중심으로 의사결정"
신세계그룹은 올해 3월8일 ‘정용진 회장 체제’로 전환됐다. 정 회장이 2006년 부회장으로 올라선 지 18년 만이다. 그룹은 이번 정 회장 승진에 대해 “격변하는 시장을 정면 돌파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과거 ‘1등 유통 기업’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기로에 놓인 그룹의 혁신을 주도할 적임자라는 게 그룹의 설명이다.

정 회장도 이런 취지에 부응하듯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실제 정 회장은 승진 직전인 3월2일 이후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 그동안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거나 각종 이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해 왔던 것과 대비된다. 또 본인이 진두지휘해 인수한 야구단과 관련된 활동이나 정 회장의 대표적인 취미인 골프마저 끊은 상황이다.

정 회장은 현재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경영업무만 보며 도약 발판 마련에 매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전략실 내 경영진단팀을 신설했으며 그룹 사업회사별로 객관적 평가에 나선 것도 그 일환이다. 목표는 수익성이 담보된 사업 지속성 확보다.

신세계는 이달 초 CJ그룹과 사업제휴 합의서를 체결했다. 정 회장이 지목한 경영진단팀 첫 대상인 G마켓과 SSG닷컴의 미래를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는 온라인 사업의 양대 축인 G마켓과 SSG닷컴의 물류 기능을 CJ대한통운에 맡긴다. 대신 핵심 경쟁력인 그로서리 분야 강화에 집중한다. 신세계는 이에 앞서 운영 효율화를 위해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합병을 결정했다. 법인 통합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해 더 큰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 회장은 부회장이었던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비효율을 걷어내야 한다”면서 “올해 경영 의사 결정은 수익성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익 우선주의, 미충족 시 경질…최고경영자는 '무한책임'
정용진 회장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아야 퀀텀점프(비약적 도약)를 할 수 있다’는 기조에 맞춰 수시 임원인사로 내부에 긴장감을 주고 있다. 그룹은 지난해 11월 정 회장의 주문에 따라 경영전략실을 개편하고 실적·성과 중심의 인사평가 제도를 구축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이 '신세계 남산'에서 열린 신입사원 수료식에 참석해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이 '신세계 남산'에서 열린 신입사원 수료식에 참석해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정 회장은 회장 부임 한 달 만인 올해 4월 신세계건설 대표 자리에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앉혔다. 이마트가 사상 최초로 적자를 낸 원인이었던 신세계건설에 칼을 댄 것이다. 허 대표에게 주어진 임무는 신세계건설의 재무건전성 회복이다. 이달에는 G마켓과 SSG닷컴의 수장을 교체했다. 물류기능 이전에 이은 또 한 번의 변화다. 특히 정형권 지마켓 대표는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출신으로 지마켓 체질개선을 이끌 예정이다. 최훈학 SSG닷컴 대표는 신세계에서만 경력을 쌓아온 영업·마케팅 전문가로 신성장동력 마련에 앞장선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임원인사를 두고 정 회장의 책임 회피 문제를 지적한다. 정 회장이 앞서 지난해 11월 말 진행된 두 번째 경영전략실 전략회의에서 “성과를 낸 조직과 임직원에게는 확실한 보상을 뒷받침해주고 그렇지 못한 조직과 임직원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유독 본인에게만 관대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과거 정 회장이 주도했던 사업들 중 △H&B스토어 ‘부츠’ △잡화점 ‘삐에로쑈핑’ △영화제작사 ‘일렉트로맨’ 등은 별다른 소득 없이 정리됐다.

정 회장은 현재 18.56%(517만2911주)의 이마트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하지만 2013년 3월 이후 미등기임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상법상 등기이사에게는 경영손실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등이 주어지는데 정 회장은 자유롭다. 때문에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정 회장 승진 당시 논평을 통해 “이사회 참여를 통해 책임경영을 실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세계는 이에 대해 등기 여부에 상관없이 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로서 그룹 경영에 무한책임을 갖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ksh333@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