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연동 매입임대④] "세금 낭비 말라" vs "예산 더 투입"
[공사비 연동 매입임대④] "세금 낭비 말라" vs "예산 더 투입"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4.06.19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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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물량 확대 계획에 경실련 "즉각 중단하라" 성명
매입 가격 산정 방식 바꾼 'LH' 더 큰 비용 지출 예고
민간사업자도 불만…"금융비용은 어떻게 하란 얘기냐"
(왼쪽부터)정기창 지방계약원가협회 이사와 LH 매입임대사업처 손제익·최승리 차장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성남시 LH 경기남부지역본부에서 열린 '수도권 100호 이상 공사비 연동형 건물 매입 기준 설명회'에서 참석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천동환 기자)
(왼쪽부터)정기창 지방계약원가협회 이사와 LH 매입임대사업처 손제익·최승리 차장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성남시 LH 경기남부지역본부에서 열린 '수도권 100호 이상 공사비 연동형 건물 매입 기준 설명회'에서 참석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천동환 기자)

LH가 매입임대주택에 건물공사비 연동형 매입가 산정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 감정가격 기반이던 가격 산정 방식을 개선해 입지 좋고 품질 좋은 매입임대주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런 시도를 따갑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LH에 주택을 파는 민간 업계에서도 매입임대 제도를 눈여겨보는 시민단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건물공사비 연동형 매입은 무엇이고 어떤 기대와 우려가 있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정부는 매입임대주택을 활용해 고품질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한다는 계획인데 시민단체는 건설사업자만 배 불리고 세금 낭비하는 비합리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LH는 매입가 산정 방식을 바꿔 주택 구매에 더 큰 비용을 투입할 예정이지만 정작 민간사업자들은 "금융비용은 어떻게 하냐", "이렇게 해서 뭐가 남느냐"며 불만을 표출한다.

2024~2025년 매입임대주택 공급 계획. (자료=관계 부처 합동 하반기 매입임대주택 신속공급 계획)
2024~2025년 매입임대주택 공급 계획. (자료=관계 부처 합동 하반기 매입임대주택 신속공급 계획)

◇ "사지 말고 직접 지어라"

19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중산·서민층 주거 안정을 위해 올해와 내년 주택 총 12만 호를 사들여 매입임대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애초 2년간 공급 목표 물량은 8만 호인데 지난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4만 호를 늘려 잡았다.

특히 도심 선호 지역에 양질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고자 신축 매입임대주택 매입 가격 체계를 개선하고 민간사업자 자금 지원과 혜택을 확대하기로 했다. 신축 매입임대주택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주택사업자가 주택 건설 계획 단계에 민간사업자와 매입 약정을 맺고 준공 후 사들여 무주택 국민에게 공급하는 공공임대 주택이다.

그런데 그동안 매입임대주택이 가진 문제를 지적하면서 제도 개선을 꾸준히 요구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정부의 이번 발표에 대응해 '무분별한 매입임대 확대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경실련은 이번 조치가 집값 하향 안정세로 위기를 겪는 건설업자 지원책과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3기 신도시 택지는 대부분 민간 매각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공공주택 건설비용보다 더 비싼 예산이 투입되는 매입임대주택을 확대 공급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신아일보 인터뷰에서 "약정 매입(신축 매입)은 없어져야 한다. 결국 세금 다 퍼주는 거다. LH가 직접 짓는 것보다 (신축 매입임대주택이) 훨씬 비싸게 가격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귀한 공공택지는 다 팔아버리고 그 돈 가지고 건설업자들 요구하는 대로 이익 보전해 주면서 주택을 사들이는 게 합리적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이 분석한 SH(서울주택도시공사) 분양 원가와 LH 약정 매입임대주택 25평형(59㎡) 매입 가격 비교. (자료=경실련)
경실련이 분석한 SH(서울주택도시공사) 분양 원가와 LH 약정 매입임대주택 25평형(59㎡) 매입 가격 비교. (자료=경실련)

◇ 이래저래 고달픈 LH

LH는 정부 기조에 맞춰 매입임대주택 물량 확대에 착수했다. 특히 고품질 신축 매입임대주택을 확보하고자 수도권 100호 이상 신축 예정 주택 매입 가격 산정 시 건물공사비를 활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토지와 건물 모두 감정평가 금액을 적용했는데 앞으로는 토지에는 감정가, 건물에는 공사비를 적용한다.

LH는 건물 가격 산정 기준을 감정평가액에서 공사비로 바꾸면서 설계·시공 기준을 상향했다. 이에 따라 신축 매입임대주택을 살 때 LH가 투입하는 비용과 노력은 기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기창 지방계약원가협회 이사는 LH가 지난달 31일 개최한 '수도권 100호 이상 공사비 연동형 건물 매입 기준 설명회'(이하 설명회)에서 건물공사비 연동 방식에 대해 "LH에서 예산을 상당히 많이 투입하면서 사업자의 개별적인 원가 상승 요인을 다 반영해 주고자 하는 취지가 담겨 있는 것"이라며 "행정이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짐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는 제도적인 바탕을 구체적으로 구현해 낸 거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가 세금 낭비를 지적하는 상황에서도 정부 정책이 매입임대주택 확대와 매입 가격 상향으로 흐르는 모습이지만 주택 건설 사업자들은 새로운 매입가 산정 방식에 여러 가지 불편함을 드러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부동산 개발회사 대표는 "토지 감정가격과 건물공사비 원가로 하면 시행해서 마이너스가 나는 구조다"며 "금융비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이런 건축을 저희보고 하라고 설명하면 그 누가 이 공사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진 만큼 최종 매각에 실패하더라도 약정을 맺고 일정 부분 사업을 진행한 업체에는 최소 비용을 보전할 수 있냐"는 질문과 "기존대로 토지와 건물 모두 감정평가 금액으로 산정하는 방식을 유지해달라"는 요구도 설명회에서 나왔다.

LH에 따르면 민간사업자의 금융비용을 매입 가격 산정 과정에서 따로 고려하지 않지만 사업자가 건물공사비에 반영해 제출하면 된다. 또 민간사업자가 매입 약정 후 공사를 진행하다가 최종 매각에 실패한 경우 그동안 지출한 비용을 LH가 보전하는 규정은 없다.

사업 이윤도 건물공사비에 반영해 제출하면 되는데 LH가 주택 선정 과정에서 이윤을 따로 평가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윤과 금융비용 등이 포괄적으로 포함된 건물공사비가 적정한 수준인지는 외부 원가 계산 기관에 의뢰해 검증한다.

LH 서울지역본부 민간매입약정 담당자는 "민간사업자의 이익이 심의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심의에서는 입지와 설계를 위주로 전반적으로 보고 있다"며 "수지분석표의 금액을 그대로 매입하는 게 아니라 LH 자체적으로 평가 절차가 있다"고 말했다. <끝>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