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역전세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고] 역전세 문제를 해결하려면
  • 신아일보
  • 승인 2024.06.1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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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아파트와 달리 비(非)아파트 시장은 역전세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서울 빌라 전세 거래의 40% 이상이 전세가격이 하락하는 역전세라는 놀라운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22년 1~5월 서울 빌라 전세 거래 4만2546건 중 동일 주소지와 면적에서 발생한 거래 9653건을 분석한 결과 4437건, 46%가 2년 전보다 전세 보증금이 하락한 것이다.

빌라 등 비아파트 전세가 이렇게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안전하다고 믿었던 전세 거래에 대한 신뢰가 전세사기, 역전세 영향으로 무너지면서 안전한 월세나 아파트 전세 시장으로 수요가 이동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전세사기와 역전세는 엄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인천 빌라 사기왕처럼 처음부터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가로챌 기망의 의도를 가진 전세사기는 집주인이 작정하고 준비하고 함정을 파는 원시적인 사기 문제로 예방하기도 어렵고 조심한다고 해서 완전히 피하기도 어렵다. 사기범은 돈이 되는 것에는 독버섯처럼 항상 등장하기 때문에 강력한 처벌과 꾸준한 단속만이 최선이다.

하지만 역전세는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기존 전세 보증금의 완전한 반환이 어려워지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는 집주인이 처음부터 계획을 했다기보다는 시장의 전세가격 하락으로 발생한 후발적인 문제다. 집주인이 당연히 돌려줘야 하지만 현실은 전세를 끼고 구입을 하는 경우가 많아 전세가격이 하락할 경우 역전세는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최근 전세시장의 문제는 전세사기보다는 역전세 문제가 더 크다. 시장의 전세가격 하락 원인은 두 가지로 2022년 하반기처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이자 부담이 급증하면서 일시적 전세가격 하락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금리는 정부도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있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안정을 찾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두 번째 원인인 정책의 실패로 전세가격이 하락하는 경우이다. 2022년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하자 정부는 사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요건을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로 하향 조정을 했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이 1억원인 빌라의 경우 현재 세입자는 1억5000만원까지 보증보험이 가능했지만 새롭게 들어오는 세입자는 1억2600만원으로 보증보험 한도가 줄어들면서 강제적으로 전세가격 하락이 발생했고 자연스레 그 차이만큼 역전세가 된 것이다.

최근 빌라, 오피스텔뿐만 아니라 소형아파트 전세도 보증보험 한도 하향 조정으로 인해 역전세의 부작용을 겪고 있다. 어설픈 정책의 실패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와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 모두 피해자가 돼버렸다.

최근 정부가 개선 대책을 내놓았다.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126% 그대로 유지하되 보증보험가입을 위한 집값 산정 시 공시가격과 함께 HUG가 인정하는 감정평가액도 예외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역전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책은 심플하면서 핵심을 건드릴수록 효과가 커지는데 감정평가 개념도 잘 모르고 '그래서 된다는 거야 안된다는 거야' 판단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정부 개선안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도 기준 변경으로 발생한 문제라면 원래대로 150%로 상향조정을 하고 전세사기 악용 우려는 사기범 처벌강화와 안전한 전세 계약시스템을 구축해서 대응하면 된다.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를 제때 풀지 않고 시간만 끌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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