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줄 때도 됐다
[기자수첩] 줄 때도 됐다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4.06.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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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재착수했다. 
  
금산분리란 은행 등 금융자본과 제조업 등 산업자본이 서로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않도록 분리하는 원칙을 말한다. 

이에 현재 금융지주는 비금융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고 은행 또한 원칙적으로 다른 회사 지분에 15% 이상 출자가 불가하다. 

때문에 은행권은 금융당국 '규제샌드박스(유예제도)'를 통해서만 한시적으로 비금융 사업에 손을 댈 수 있었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22년 7월 취임 당시 금융산업에 방탄소년단(BTS)과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을 조성하겠다며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출범시킨 바 있다. 
 
다만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은행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골목상권 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금산분리 추진을 무기한 연장했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드론이 날아다니고 전자 장비가 많은 시대인데 맨날 총검술 해봤자 뭐하겠느냐"며 "금융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첨단 기술 능력과 의사가 있으면 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과 금융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현상'이 가속화되고 이미 일본·미국 등 해외에서는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 빗장을 풀어주는 추세로 전환하는 상황에 금산분리 원칙이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늦었지만 해줄 때가 됐다. 

금융업에 진출 중인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에는 적용되지 않는 차별적 규제, 금산분리 벽을 허물 때다 됐다는 의미다. 

국내 금융사들이 글로벌 금융사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적어도 출발지는 같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이제 당근을 줄 때도 됐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은행들은 '은행권 민생금융지원방안'에 따라 소상공인 대출 이자 캐시백 등 2조1000억원규모 상생금융 보따리를 풀었다. 

수출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3조원 규모 추가 금융지원을 골자로한 정부의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에서는 5조4000억원 지원에 동참했다. 

또 올해 2월엔 총 76조원 규모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 금융 지원에서 5대 시중은행이 20조원가량을 분담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달부터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 일환으로 은행·보험사가 최대 5조원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 방식의 실탄을 제공한다.

이와 별개로 지난해 은행권이 사회공헌활동으로 지출한 비용은 1조6349억원에 달한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는 정부의 지갑이된 금융권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이다. 

엔간히 했다, 이제 줄 때도 됐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