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창] 물은 반 잔이나 남아 있다
[시선과 창] 물은 반 잔이나 남아 있다
  • 신아일보
  • 승인 2024.06.0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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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지속가능경영협회 김영우 회장
 

컵에 물이 반이 담긴 상황에서 사람들의 시선은 두 가지로 나뉜다. 물이 반 잔이나 남았다는 것과 물이 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전자를 낙관주의, 후자를 비관주의라고 구분한다. 낙관주의자들은 아직 마실 수 있는 물이 있다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비관주의자들은 마실 물이 줄어들었다는 부정적인 관점에서 사물을 본다.

영국의 경제학자 찰스 스탬프(1880~1941)는 1935년 연설에서 ‘컵의 물 반 잔(Glass half full/half empty)’을 통해 낙관적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런던정경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공무원, 사업가, 철도회사 등을 거쳐 영국은행 이사로 활동했다. 다양한 직업을 거쳤으나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낙관적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최근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우려가 늘어나고 있다. 2015년 12월 파리협정에서는 산업혁명 이전(1850~1900년 평균) 대비 지구 온도를 1.5℃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2018년 IPCC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이상 감축하고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제사회는 이를 바탕으로 2050년 탄소배출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유럽의 에너지 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이슈로 글로벌 경제위기 조짐이 나타나자 탄소중립을 위한 ESG 투자가 뚜렷한 성과를 내기 힘들다고 주장하는 ‘안티 ESG’가 등장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탄소절감이 절실한데도 일부 국가에서는 자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환경문제를 도외시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탄소중립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으로 출발한 기업이 있다. 미국 뉴올리언스의 재활용 회사인 Glass Half Full(GHF)이 주인공이다. 현재 회사 대표들은 2020년 툴레인 대학교 화공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시절, 지역에서 소비되는 와인병이 재활용되지 않고 매립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은 기후변화로 해안이 점점 침식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와인병으로 해안침식방지용 모래를 만들기로 했다.

가정집 뒷마당에서 시작된 이 작업은 입소문이 퍼지면서 주민들도 동참했다. 주민들은 돈을 주고 와인병을 매립지에 버리는 대신 이를 재활용해 해안침식방지용 모래로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연간 수백만 달러의 세금을 절감할 수 있었다. 2021년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연구결과가 유리가 환경에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자 프로젝트는 더욱 탄력을 받았다.

최근에는 버려지는 와인병뿐 아니라 매립지에서 가져온 다양한 유리병을 색상별로 분류하고 이물질을 제거한 뒤 부드러운 해변 모래와 유리 자갈을 담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금까지 400만kg의 유리를 모래로 만들어 재해 구호용 모래주머니, 테라조 바닥재, 조경, 습지 복원 및 연구에 사용했고 기업은 작년에 100만달러의 흑자를 냈다.

모래 추출 및 생산은 연간 700억달러 이상의 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유리를 재활용해 모래를 만드는 작업은 대단히 어려운 공정을 거쳐야 한다. 버려지는 와인병에서 해안선이 급속하게 침식되는 것을 막는 모래를 만든 GHF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시도를 선도적으로 만들고 있다. 세계 언론이 이 기업에 주목하는 것은 회사 사명처럼 참여자들의 낙관적인 시선 때문일 것이다.

/ 김영우 (사)한국지속가능경영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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