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家 자제들⑥] SPC 3세 경영, 재도약 채비 '착착'
[식품家 자제들⑥] SPC 3세 경영, 재도약 채비 '착착'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4.06.04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진수 사장, 주력 파리크라상·삼립 앞세워 그룹 성장 지속
허희수 부사장, 비알코리아·섹타나인 경영 참여…'혁신' 방점
경영 보폭 꾸준히 넓히고 노출도 늘어…향후 계열 분리 관측
SPC그룹 오너 3세인 형 허진수 사장(왼쪽), 동생 허진수 부사장. [제공=SPC]
SPC그룹 오너 3세인 형 허진수 사장(왼쪽), 동생 허진수 부사장. [제공=SPC]

‘제빵왕국’ SPC의 형제 경영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한 살 터울의 오너 3세 허진수·허희수 형제는 각각 그룹의 글로벌 및 디지털 사업 확장으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대외 노출도 늘면서 이들의 경영행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각자의 사업영역이 차츰차츰 구분되면서 향후 SPC그룹의 계열분리도 점쳐진다.

◇지주사 '파리크라상' 작년 매출 5.5조

SPC는 파리바게뜨·삼립·샤니 등 걸출한 브랜드로 ‘빵’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혔다. 이를 발판으로 지금은 일상 곳곳에 쉽게 볼 수 있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종합식품외식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꾸준히 외연을 확장 중인 SPC의 최근 성적표는 양호하다. SPC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파리크라상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연결감사보고서 기준)은 5조5551억원, 영업이익은 687억원이다. 전년(5조3095억원·464억원)과 비교해 매출액은 4.6%, 영업이익은 48.1%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416억원으로 전년 323억원보다 28.8% 증가했다.

별도기준으로 파리크라상 작년 매출액은 2조83억원, 영업이익은 199억원이다. 마찬가지로 전년(1조9847억원·188억원)보다 매출액은 1.2%, 영업이익은 5.9% 늘었다. 파리크라상은 국내 최대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 카페 ‘파스쿠찌’ 등을 보유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작년 말 기준 163개 직영점 및 3881개 가맹점 등 4000여 매장을 운영 중이다.

SPC그룹의 유일 상장사인 SPC삼립은 파리크라상의 자회사(지분 40.66%)이자 핵심 수익원이다. ‘삼립빵’ 등의 베이커리, ‘피그인더가든’을 비롯한 간편식 생산·유통이 주 사업이다. SPC삼립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3조4333억원, 영업이익은 917억원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인 2021년(2조9466억원·662억원)과 비교해 2년 새 매출은 16.5%, 영업이익은 38.5% 성장했다. 올 1분기 매출액은 전년보다 0.17% 줄어든 8306억원, 영업이익은 4.2% 증가한 173억원이다.  

SPC의 또 다른 핵심 계열사 비알코리아는 도넛&커피 주력의 ‘던킨’과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비알코리아는 지난해 7065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290억원의 적자를 봤다. 당기순손실은 123억원이다. 전년인 2022년의 영업이익 339억원, 순이익 332억원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SPC그룹은 창립 70주년을 맞은 2015년 ‘비전 2020’을 발표하면서 2020년까지 그룹 연매출을 10조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작년 기준 파리크라상과 비알코리아의 연매출을 단순 합산하면 약 6조3000억원 수준이다. 

◇장남의 글로벌 '드라이브'…파리바게뜨 선도

SPC그룹은 고(故) 허창성 명예회장에 이어 오너 2세 허영인 회장, 오너 3세 장남 허진수 사장과 차남 허희수 부사장으로 경영 승계를 잇고 있다. 장남은 1977년생, 차남은 1978년생으로 한 살 터울이다. 장남은 SPC그룹의 글로벌BU장과 파리크라상 사장을, 차남은 비알코리아와 섹타나인 임원을 맡고 있다. 섹타나인(Secta9ine)은 그룹의 IT(정보통신) 및 마케팅 솔루션 사업이 주력이다.  

파리크라상과 SPC삼립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파리크라상(2023년 말)은 장남 허진수 사장이 20.33%, 허희수 부사장 12.82%로 각각 2·3대 주주다. 허 회장이 63.31%로 가장 많고 허 회장 아내 이미향 씨가 3.54%로 4대 주주다. SPC삼립(올해 3월 말)은 장남 허 사장이 16.31%로 파리크라상, 허 회장에 이어 3대 주주다. 허 부사장은 11.94%로 4번째다.   

지난해 10월 사우디 리야드 페어몬트 호텔에서 SPC 허진수 사장(오른쪽)과 사우디 기업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의 모하마드 갈라다리 회장(왼쪽)이 파리바게뜨 중동 진출을 위한 조인트 벤처(JV) 파트너십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PC]
지난해 10월 사우디 리야드 페어몬트 호텔에서 SPC 허진수 사장(오른쪽)과 사우디 기업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의 모하마드 갈라다리 회장(왼쪽)이 파리바게뜨 중동 진출을 위한 조인트 벤처(JV) 파트너십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PC]

장·차남 형제 경영의 결에는 차이가 있다. 허진수 사장은 파리바게뜨를 중심으로 그룹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며 성장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글로벌 확장은 그룹 미래와도 맞닿았다. 실제 허영인 회장이 창립 70주년 때 외연 확장 키워드로 ‘글로벌 사업 고도화’를 강조한 바 있다. 그룹 역시 이 때를 전후로 해외사업에 공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올해로 해외 진출 20주년이다. 2004년 9월 중국 상하이에 첫 매장을 낸 이후 북미·유럽·중동·동남아 등 해외 11개국에 진출했다. 해외 매장 수는 올 4월 기준 560여개다. 글로벌 베이커리 무대 핵심인 미국에 160여곳을 출점했다. 빵의 본고장 프랑스에도 진출했다. 해외 매출은 2022년 기준 6000억원을 넘었다. 

허 사장은 특히 지난해 대통령 사우디-카타르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하며 중동 할랄시장 개척에 물꼬를 텄다. 2033년까지 중동·아프리카 12개국 진출이 목표다. 예정대로 올 하반기 중에 말레이시아 할랄 인증 제빵공장이 완공되면 해외사업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그는 또 작년 11월 프랑스에서 명문 축구구단 ‘파리 생제르맹’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후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면서 유럽 내 파리바게뜨 인지도 제고에 적극 나서고 있다. 

허 사장은 여기에 2030년까지 북미시장 파리바게뜨 1000개 매장 오픈을 목표로 잡으며 글로벌 경영 보폭을 차근차근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아버지와 함께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 CEO 마리오 파스쿠찌를 만나 파리바게뜨의 이탈리아 진출을 공식 발표했다.   

◇'쉐이크쉑' 발굴한 차남, 디지털 사업까지 주도

차남 허희수 부사장은 그룹 주요 외식사업과 디지털 전환을 책임지면서 승계 기반을 다지고 있다. 외식사업은 대표적으로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을 꼽을 수 있다. 쉐이크쉑은 미국의 3대 버거로 꼽히는 브랜드다. 허 부사장이 5년 여간 삼고초려 끝에 2016년 서울 강남에 첫 매장을 낸 후 이달 오픈을 앞둔 도곡 타워팰리스점까지 국내에 27곳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1호 강남점은 전 세계 쉐이크쉑 매장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면서 국내 프리미엄 버거시장 파이를 키우는 ‘시발점’이 됐단 평가를 받는다. 

쉐이크쉑의 안착은 이후 SPC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 사업권을 따낸 발판이 됐다. 싱가포르에선 10개 매장을, 말레이시아는 지난 4월 첫 매장을 출점했다. 2031년까지 말레이시아에 10개의 쉐이크쉑 매장 오픈이 목표다. 결과적으로 허 부사장의 안목이 고스란히 국내는 물론 해외사업 성과로 이어진 셈이다. 그는 크래프트 하인즈, 에그슬럿, 츠바니 등 글로벌 식품·외식 브랜드의 국내 도입도 주도했다. SPC삼립이 태국 최대 기업 CP그룹의 ‘시암 마크로’ 및 미국 대형 아시안 유통채널 ‘H마트’ 등과 파트너십을 성사시키며 형 못지않게 글로벌 사업 확장에 공을 들였다. 

올 2월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 매장 오픈 기념 행사에서 허희수 비알코리아 전략총괄임원(오른쪽)이 제프리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이사장(왼쪽)과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중앙)에게 매장과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SPC]
올 2월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 매장 오픈 기념 행사에서 허희수 비알코리아 전략총괄임원(오른쪽)이 제프리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이사장(왼쪽)과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중앙)에게 매장과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SPC]

허 부사장은 섹타나인에서도 경영성과를 내며 존재감을 높였다. 섹타나인은 ICT 계열사 SPC네트웍스와 해피포인트 등의 사업을 영위한 SPC클라우드 간 합병으로 2021년 1월 출범했다. 허 부사장은 그 해 11월 섹타나인 신규사업부 임원으로 발령 받았다. 이후 △AI(인공지능) 스캐너 사업 확장 △치킨 브랜드 BBQ와 통합 마케팅 파트너십 체결 △숙박·여가 플랫폼 야놀자와 모바일 결제서비스 도입 △선불충전카드 해피페이 카드 출시 등 그룹 디지털 전환 사업에 깊숙이 참여했다. 올 2월에는 비알코리아 배스킨라빈스의 차세대 혁신 매장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를 선보이며 생성형 AI를 활용한 미래사업을 제안했다. 허 부사장은 비알코리아에서 현재 전략총괄임원으로 회사 미래전략 수립과 실행을 맡고 있다. 

현 시점에서 장남은 그룹의 외연을, 차남은 신사업을 중심으로 SPC의 재도약을 이끌고 있다. 지분 구조와 경영 참여 비중 등을 고려하면 SPC그룹의 형제 경영이 무르익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업계 안팎에선 향후 SPC가 ‘따로 또 같은’ 형제경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SPC라는 간판 아래 파리크라상과 삼립은 장남, 비알코리아와 섹타나인은 차남 주도로 분리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허영인 회장은 75세다. 그는 2002년 삼립식품 회장에 이어 2004년 SPC그룹을 출범시켰다. 그의 나이 55세였다.   

기획 일곱 번째 순서는 대상 임세령·임상민 자매다.

parkse@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