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명품' 의존도 높아지는 패션가
[기자수첩] '신명품' 의존도 높아지는 패션가
  • 정지은 기자
  • 승인 2024.06.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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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옷 진짜 안 팔려요.”

패션업계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얘기다. 올해 1분기 실적이 역성장을 한 것을 보니 옷이 안 팔린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괜한 엄살은 아닌 것 같다.

실제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비롯해 F&F, 한섬 등 대형 패션업체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일제히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황 속에서도 살아남은 것이 있다. 바로 MZ세대 선택을 받고 있는 ‘신(新)명품’이다. 신명품은 초고가 명품 브랜드보다 가격대가 낮지만 독특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의 수입 디자이너 브랜드를 뜻한다.

이런 이유 탓에 주요 패션 대기업들은 ‘신명품’ 포트폴리오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신명품이 매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경우 신명품 브랜드 등이 매출을 견인했다. 주력 브랜드인 자크뮈스와 가니의 1분기 누적 매출 신장률은 각각 220%, 90%가량이며 르메르도 50% 이상 성장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22년 국내에 내놓은 여성 컨템퍼러리 브랜드 ‘엔폴드’는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와 맞물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5% 올랐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LF는 LVMH의 루키 브랜드인 ‘빠투’와 이탈리아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 ‘포르테포르테’ 중심으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포르테포르테는 지난해 봄여름 시즌 매출이 200% 성장했다.

패션업계 관계자 말을 빌리면 자신만의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 사이에서는 신명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또 신명품을 공식 유통하면 패션기업 위상이 올라가 자체 브랜드까지 수혜를 받는 효과도 있다.

소비자 니즈에 따라 인기 있는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국내 패션기업들의 수입 브랜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 글로벌 본사가 국내에 직진출하면서 계약을 종료할 시 매출 타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독점 판매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가 지난해 1월 국내 직진출로 노선을 틀었다. 셀린느가 떠나간 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실적은 급감했다. 최근 3년간 메종마르지엘라, 끌로에, 톰브라운 등 30여개의 해외 브랜드가 한국시장 직진출해 이를 유통하던 패션 브랜드가 포트폴리오에 큰 변화를 맞이했다. 

국내 패션 대기업의 대표 브랜드가 대부분 해외 브랜드라는 점도 아쉽다. 신명품 인기에 국내 토종 브랜드는 점점 묻혀 가는 느낌이 든다. 해외 신명품 브랜드 모셔오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국내 자체 브랜드 육성을 통한 성장도 필요할 때다.

love1133994@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