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저축은행 역할을 되묻는다
[기자수첩] 저축은행 역할을 되묻는다
  • 이민섭 기자
  • 승인 2024.05.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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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은 지난 1970년대 첫 출범부터 서민을 위한 금융을 표방하며 중·저신용자와 자영업자 등 서민 자금줄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이러한 역할에 의구심이 든다.

3월말 기준 전체 저축은행 79곳의 여신 잔액은 101조3777억원으로 집계됐다. 여신 잔액은 작년 1월 115조6003억원을 기록한 이후 같은 해 12월 104조936억원으로 약 10% 가까이 감소했다. 이는 2021년 12월(100조5883억원) 이후 가장 낮은 규모다.

여신 잔액은 올해 1월(103조2171억원)에도 감소했으며, 3월에는 101조원 수준까지 급감하며 14개월 연속 감소했다.이러한 추세라면 100조원 선이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여신 잔액이 급감한 것은 건전성 제고를 위해 전체 대출 규모를 줄인 영향이라는 게 저축은행업권의 설명이다.

그런데 여신 잔액이 14개월 연속 줄어든 상황에서 저축은행의 대기업 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2조9724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 반면, 개인사업자대출은 20% 이상 쪼그라들었다.

이렇다 보니 서민을 위한 금융을 표방한 저축은행 역할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난해 저축은행 실적발표 기자간담회가 열린 자리에서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최근 대출 규모를 줄이는 등 서민 금융의 자금줄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책 자금으로 금리를 운영할 수 있는 분야를 꾸준히 늘려왔고, 중금리 상품 취급 역시 기준금리 인하 이후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하며 저축은행의 역할을 외부 환경에 맡겨버렸다.

현재 저축은행의 서민 자금줄 역할은 카카오와 케이,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전담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올해 1분기 말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평균은 33.6%다. 토스뱅크가 36.3%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케이뱅크 33.2%, 카카오뱅크 31.5% 순이다.

아울러 저축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 만큼 서민층은 고금리 카드론으로 대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39조4743억원, 생명·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도 지난해 말 68조원을 기록하며 각각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저축은행업권이 본연의 역할을 잊어가면서 중·저신용자의 가계살림은 팍팍해지고 있다. 당분간 고물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저신용자들의 살림은 더 팍팍해질 전망이다.

저축은행은 생존을 위한 건전성 제고와 함께 서민을 위한 자금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minseob200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