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놓친 '계단 논란 아파트'…안전 잡을 기회 남은 건 다행
여유 놓친 '계단 논란 아파트'…안전 잡을 기회 남은 건 다행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4.05.2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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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 극대화한 빡빡한 설계 못 따라간 시공…오차 누적
건설 자재 가격 급등에 수급까지 어려워 '숨 헐떡인 현장'
전문가 "안전 문제는 없을 것…입주자 불만은 충분히 이해"
대구시 달서구 '뉴센트럴 두산위브더제니스' 투시도. (자료=두산건설)
대구시 달서구 '뉴센트럴 두산위브더제니스' 투시도. (자료=두산건설)

대구 신축 아파트 계단 논란의 원인은 복합적이면서도 상징적이다. 경제성을 높이는 빡빡한 설계가 나왔는데 정밀 시공을 어렵게 한 여러 가지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건설 비용이 많이 오른 데다 자재 수급마저 쉽지 않았다. 숨돌릴 여유 없던 공사 현장에선 결국 막판에 계단을 다시 만드는 사태가 벌어졌다. 건설업계가 처한 최근 몇 년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기도 하다. 다행히 계단을 재시공하더라도 구조 검토만 제대로 하면 안전상 문제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래도 입주 예정자들이 받은 정신적 충격을 말끔히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6일 두산건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달 말 준공 목표인 대구시 달서구 '뉴센트럴 두산위브더제니스' 아파트의 비상계단 일부를 다시 만들고 있다.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은 계단의 바닥 마감면부터 상부 구조체의 하부 마감면까지의 연직방향 높이를 2.1m 이상으로 규정하는데 일부 시공 결과물이 기준보다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기준을 맞추지 않은 상태로 사용검사를 받으면 승인 거절을 피할 수 없다. 시공사는 계단을 깎아 높이를 맞추는 방법도 시도했지만 입주 예정자 여론 악화와 미관상 문제 등을 고려해 문제의 계단을 재시공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공사가 안 끝난 현장에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과정이다"며 "처음에는 몇 cm 깎으려고 했는데 입주자들이 보기에도 그렇고 해서 '아예 이 부분을 철거하고 재시공하자' 이렇게 한 거다"라고 말했다.

◇ 벗어난 시공 오차 범위

아무리 준공 전이라지만 계단 바닥과 천장 사이 법적 거리가 부족한 상황은 흔하지 않다.

이선경 건축사(대한건축사협회 홍보위원장)는 "시공 오차 허용 범위를 벗어나면 준공이 좀 어려운데 이런 일들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다시 지을 정도로 오버(over)하게 시공 오차를 넘어서 복구할 수 없는 수준까지 되는 일은 좀 드물다"고 했다.

시공사 설명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흔치 않던 문제가 뉴센트럴 두산위브더제니스 현장에서 발생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기술적인 이유는 허용 가능 오차 범위가 작았던 설계와 정밀 시공 실패다. 설계상 수치에 여유가 없다 보니 시공 결과물이 조금만 도면을 벗어나도 법적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시공 결과물이 도면과 100% 일치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테지만 44층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조금씩 누적된 오차가 일부 층 계단 높이를 수 cm 줄이고 말았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계단-천장 간 높이) 2100mm가 나오려면 저 밑에서부터 오차가 거의 없게끔 딱, 딱, 딱, 딱 치고 와야 되는데 건축을 하다보면 약간 허용 오차가 있다"며 "그런데 어떤 데는 모르타르가 좀 강하게 쳐지고 이러다 보니까 그쪽(일부 층)이 (기준 높이가) 안 나온 거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계단과 천장 간 높이를 여유 있게 설계하면 시공 오류에 따른 문제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만 한정된 비용과 법적 기준 안에서 최대 결과물을 얻으려다 보니 최근 신축 건물에선 설계가 빡빡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아파트 수요자는 가능한 싸고 좋은 물건을 사려하고 건설사는 그 요구를 무리하게 맞추려다 보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A 건축사는 "요즘 지어지는 건물들에서 다들 경제성이라는 말로 조금이라도 원가 절감하려고 하는 저스트(정확히 딱), 저스트로 맞추면서 가고 있는데 과연 이 방향이 맞는 것인가를 얘기해야 할 것 같다"며 "구매를 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싼 걸 좋아하고 거기에 맞춰 원가를 줄이려고 하다 보니 모든 것이 그렇게 돌아가는 거다"라고 이번 사태를 바라봤다.

◇ 끝나지 않는 화물연대 파업 여파

그렇다고 설계상 여유가 없는 모든 건설 현장에서 재시공이 필요한 수준의 큰 오류가 발생하는 건 아니다. 뉴센트럴 두산위브더제니스 현장에서 정밀 시공을 어렵게 한 외부적 요인도 있었다.

뉴센트럴 두산위브더제니스는 2020년 3월에 입주자 모집을 시작했다. 선분양 방식 아파트는 통상 입주자 모집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착공하기 때문에 입주 예정 시기는 이때로부터 약 4년 후인 2024년 2월로 잡혔다. 공사 기간은 사업 주체의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일단 공사를 시작한 현장은 숨 가쁘게 돌아간다.

그런데 뉴센트럴 두산위브더제니스 착공 후 예상하지 못한 악재들이 터져 나왔다. 공사가 한창이던 2022년 11월24일부터 12월9일까지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 사태가 일어났다. 16일간 총파업이 불러온 피해는 막대했다. 물류 차질이 심화하면서 파업 기간 전국 1626개 건설 현장 중 절반 넘는 902개 현장에서 공사가 멈추기도 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시행하는 공공건설 현장도 약 190곳이 공사 중단 또는 공사 차질을 겪었다.

주택 건설 분야의 산업 침체와 공사비 상승도 정밀 시공을 방해했다. 시공사는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울며 겨자먹기식 공사를 꾸역꾸역 해나가고 있다. 계약 당시보다 공사비가 너무 많이 늘어나 아예 공사를 못한다고 두 손 드는 시공사도 속출하고 있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은 지난 3월19일 열린 한국주택협회 정기총회 축사를 통해 "주택건설산업은 현재 부동산 경기침체, 글로벌 공사비 상승, 각종 규제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 재시공이라도 철저히

뉴센트럴 두산위브더제니스 입주 예정자들은 계단 재시공 후 안전성을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정해진 검사 절차만 제대로 이뤄지면 재시공 후에도 안전 문제는 없을 거라고 얘기한다.

이선경 건축사는 "새로 공사할 때 구조 보강을 하고 구조기술사의 승인이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감리 쪽에서 오케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건축사는 또 "건축 구조라는 게 어느 한 부분 때문에 건물 전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며 "개보수하는 방법에 있어서 구조기술사한테 승인을 득했을 것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검토가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전문가와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안전상 문제가 없더라도 입주 예정자들이 충분히 불안감과 불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B 건축사는 "새로 붙인 자리에 금이 간다든지 하면 확 기분이 나쁘지 않겠느냐?"며 "그래서 그런 것들은 우리가 놓치면 안 되는 실수인데 그렇게들 (실수를) 한다"고 말했다.

C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건설인의 한 사람으로 화가 났다"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회사 차원에서 많이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한편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면 뉴센트럴 두산위브더제니스처럼 계단 바닥과 천장 간 높이를 조정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재시공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계단이 시작하는 바닥 위치와 계단 하나하나의 각도, 간격 등을 조정해 높이를 맞출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철골을 시공해 계단을 새로 만들거나 기존 슬라브에 철근을 박아 계단을 다시 이어 붙일 수 있다. 이런 공법은 리모델링 현장에서도 흔히 쓰이기 때문에 재시공이 반드시 안전 문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두산건설은 인력과 비용을 아끼지 않고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입주가 많이 늦어져 입주 예정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만큼 인력과 비용을 최대한 투입해 문제를 빨리 해소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