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정부 지출에도 더딘 민생 회복…소득 '줄고' 소비 '정체'
역대급 정부 지출에도 더딘 민생 회복…소득 '줄고' 소비 '정체'
  • 박정은 기자
  • 승인 2024.05.2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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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법인세 수입 5.6조 감소…재정 수지 '악화'
R&D·반도체 등 재정 소요는 줄줄이…재정 투입 효과 과제 발굴 필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올해 초 민생 회복을 위해 역대급 규모의 재정을 투입했지만, 가구 소득이 줄고 소비도 정체하는 등 여전히 민생 회복은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체감경기 개선을 위해 재정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었다.

그러나 1분기 가계 살림살이는 오히려 더 악화했다. 이는 물가 상승분만큼 소득이 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가구 실질소득은 7년 만에 가장 큰 폭(전년比 1.6%↓)으로 줄었다.

또 물가를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은 제자리걸음 했다. 1분기 실질 소비지출은 늘었지만 전년 대비 3.0% 결국 모두 물가 상승분이었던 셈이다.

지출을 줄였음에도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큰 적자가구 비율(26.8%)은 2019년 1분기(31.5%) 이후 5년 만에 최대 비율로 올랐다.

올해 3월 정부 총지출은 85조1000억원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였다. 올해 1~3월 누적 기준(212조2000억원)으로도 가장 많다.

이러한 역대급 재정 집중집행은 좋지 않은 세수 상황과 맞물리면서 재정 수지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1∼3월 국세 수입(84조9000억원)은 3월 법인세 수입이 5조6000억원 감소하면서 전년보다 2조2000억원 줄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세수 비중이 큰 대기업이 작년 영업손실로 인해 올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영향이 컸다.

이에 관리재정수지(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는 3월까지 75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달 기준 역대 최대치다.

이러한 민생 회복이 더딘 가운데 재정 당국은 중장기 과제(R&D·반도체·저출생·연금 개혁 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내년 역대 최대 수준의 R&D 예산을 약속했고, 이달 23일에는 8조원의 재정 지원을 포함한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종합 지원 방안 등도 내놨다.

이런 과제들은 상당 부분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지출 구조조정은 효율적인 예산안 편성을 위해 필요한 절차 중 하나다.

예를 들어 반도체 사업 재정 지원분 8조원 중 내년 예산 반영분은 같은 수준의 지출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잡음이 뒤따를 수밖에 없어 예산 당국으로서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실제 지난해 R&D 예산 삭감 과정에서 과학기술 현장 연구자들 의견이 배제됐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건전재정' 목표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재정 소요에 대응하려면 재정 투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과제를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건전재정은 국가 재정 운용에 있어 세출(歲出)이 세입(歲入)을 초과하지 않아 공채발행이나 차입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기존과 비교해 더 민생 친화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him565@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