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합의 하에 한 성관계도 처벌받을 수 있다
[기고] 합의 하에 한 성관계도 처벌받을 수 있다
  • 신아일보
  • 승인 2024.05.22 1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무법인 법승 정한벼리 변호사

흔히 성범죄라고 하면 상대방 의사에 반해 성적 접촉이 행해지는 경우에 성립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상대방과 '합의'하에 성적 접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성범죄가 성립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바로 형법 제305조의 '미성년자의제추행', '미성년자의제강간' 죄가 이에 해당한다.

형법 제305조는 만 16세 미만 미성년자와 명시적인 동의하에 성적 접촉을 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폭행과 협박, 위계, 위력 등의 행사가 없었더라도 법률에 따라 강제추행 또는 강간 등으로 의제해 처벌하고 있다. 

피해자가 만 13세 미만이면 가해자 나이와 관계없이 모든 자를 처벌하고 피해자가 만 13세 이상 16세 미만 경우 만 19세 이상의 자만 처벌한다.

이는 만 16세 미만 미성년자는 아직 미성숙해 성적자기결정권 의미를 제대로 인지하고 이를 온전히 행사할 수 없다고 봐 미성년자 성적 접촉에 대한 동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해 그 동의 여부를 불문하고 처벌하는 것이다. 

피해자를 심리적 및 정신적으로 지배한 뒤 성범죄로 나아가는 '그루밍 성범죄' 피해자 대다수가 아동·청소년임을 고려하면 형법 제305조를 통해 만 16세 미만 미성년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다만 미성년자의제범죄는 '고의범'만을 처벌하고 있기 때문에 16세 미만 미성년자와 성적 접촉을 한 자가 미성년자 나이를 인식하고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례를 통해 미성년자의제범죄가 성립할 수 있는 경우를 살펴보자.

중학생인 만 12세 동급생 A학생과 B학생이 이성 교제 도중 서로 합의 하에 키스를 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A학생의 부모가 B학생을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죄로 신고했고 이에 따라 형사적인 법적 절차가 진행됐다. 

당시 A학생과 B학생이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살펴보니 두 학생이 합의 하에 키스한 사실은 물론 A학생이 먼저 키스하자고 조르는 내용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학생이 나눈 대화는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연인의 대화 그 자체였다. 

그러나 B학생은 하루아침에 성범죄 피의자 신분이 돼 경찰조사를 받았다. B학생은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이었기 때문에 형사처벌은 면할 수 있었지만 소년보호재판을 받게 됐고 가정법원에서 보호처분을 받았다. 

B학생과 B학생의 부모는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우리 법제상 범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만 14세 C학생과 만 18세 D학생이 교제했고 교제 중에 상호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 그런데 1년 뒤 D학생이 만 19세가 되면서 이전과는 달리 D학생과 연인인 C학생과의 성관계가 성범죄로 평가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형법 제305조는 만 16세 미만 미성년자와 성적 접촉을 한 자를 동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처벌하기 때문에 일반인의 예상과 다소 다르게 형사처벌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형사법 체계를 모르는 일반인은 연인 사이에 동의하에 성적 접촉을 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형사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안일하게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성년자의제범죄는 법정형이 매우 중하고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그 후속 절차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소송도 함께 제기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미성년자인 상대방과 성적 문제가 발생한 경우 단순히 동의 유무를 기준으로 범죄 성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과 인식 여부를 기준으로 법적 문제의 소지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