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와 사뭇 달랐던 bhc 송호섭…리더십 본격 시험대
스타벅스와 사뭇 달랐던 bhc 송호섭…리더십 본격 시험대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4.05.21 14: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굿즈 논란 불명예퇴진 '아픈 경험' 1년여 만에 치킨업계 1위 수장 컴백
경영 반 년 간 가격인상, 원산지 논란, 점주 수수료 전가 '호된 신고식'
지주사 1300억대 배당…차세대 효자 발굴, 손실 난 버거사업 개선 '관건'
송호섭 bhc치킨 대표이사. [사진=bhc]
송호섭 bhc치킨 대표이사. [사진=bhc]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1위 bhc 송호섭 대표가 경영 키를 쥔지 반년여가 됐다. 송 대표는 올 4월부터 bhc그룹 지주사인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GGS) 수장까지 겸하고 있다. 

송 대표는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치킨가격 인상과 브라질 닭 원산지 논란, 가맹점주 폭리, 막대한 영업이익률 등 bhc를 둘러싼 잇따른 악재에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지만 일단은 정면 돌파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송 대표의 과거 스타벅스 굿즈 논란으로 겪었던 ‘아픈 경험’이 지금의 자양분이 됐을 거란 시각이 있다. 

일각에선 그간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췄던 송 대표가 이제는 그의 이름을 내걸만한 성과에 집중할 때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주사 순이익 급증…'관세 0%' 브라질산 치킨 슬그머니 인상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송호섭 대표는 지난해 11월 bhc 수장으로 공식 내정된데 이어 다음달 CEO(전문경영인) 및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했다. 송 대표는 직전에 국내 커피업계 1위 브랜드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를 이끈 바 있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던 이른바 ‘스타벅스 발암물질 굿즈’로 책임을 지고 2022년 10월 불명예 퇴진했지만 외식업계 핵심인 커피, 치킨 브랜드 1위 기업을 연이어 경영한 CEO로 이름을 올렸다. 

bhc는 최근 2년간 매출액 기준 치킨 프랜차이즈 1위를 차지했다. bhc는 2022년 연매출 5075억원으로 교촌치킨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작년에는 전년보다 5.5% 성장한 5356억원으로 선두를 지켰다. 2위 BBQ치킨(4732억원), 3위 교촌치킨(4249억원)과 큰 격차다. 

bhc치킨 지분 100%를 가진 지배회사이자 bhc그룹 지주사인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 또한 성장을 거듭했다. 이 회사의 2023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807억원으로 전년 1조20억원 대비 7.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8% 하락한 1422억원이지만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90% 급증한 883억원을 거뒀다. bhc그룹 주력인 bhc치킨(순이익 1690억원),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635억원) 덕분이다. 

bhc그룹의 양호한 실적은 송 대표의 부담을 덜어줬다. 하지만 취임 직후 치킨 가격 인상과 브라질산 닭 원산지 및 가맹점주 폭리 논란 등의 악재들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bhc치킨은 지난해 말 대표 메뉴 ‘뿌링클’을 비롯한 85개 메뉴 가격을 최대 3000원 인상했다. 뿌링클 치킨은 단품 기준 1만8000원에서 2만1000원으로 올랐다. 가격인상 이유는 가맹점주의 수익 개선이다. 당시 bhc치킨은 “수차례 가맹점주와의 상생 간담회에서 협의회 대표들은 실질적인 수익 개선을 위한 가격인상 조치를 지속 요구해 왔다”면서도 “가맹본부는 소비자물가 안정 차원에서 협의회를 설득해 가격 조정을 최대한 자제했다”며 부득이하게 인상을 단행했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도 가맹점에 제공하는 원·부자재 공급가도 평균 8.8%가량 높였다. 

어느 bhc치킨 매장. [사진=bhc]
어느 bhc치킨 매장. [사진=bhc]

bhc의 가격인상 이면에는 브라질산 닭고기 원산지 논란도 있다. bhc는 가격인상을 단행하기 약 7개월 전인 작년 5월 순살치킨 메뉴 7개 원료육을 국내산에서 브라질산으로 슬그머니 바꿨는데 이 내용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가격을 인상한 85개 메뉴에는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한 메뉴들도 포함됐다. 

정부는 지난해 물가안정 차원에서 브라질 등 외국산 닭고기에 할당관세(0%)를 적용하면서 수입 냉동치킨육 가격은 국산의 최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bhc는 그럼에도 브라질산 냉동치킨을 주원료로 한 순살치킨 메뉴 가격을 인상해 폭리를 취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컸다. 여론 역시 크게 악화됐다.  

◇도마에 오르는 영업이익률·배당금…송 대표의 '가맹점 껴안기'
bhc가 가맹점주들과 맺은 상생협약도 논란이 됐다. bhc치킨이 가맹점주들에게 보낸 ‘가맹본부·가맹점사업자 간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 협약서’에는 온라인 e-쿠폰(상품권) 수수료를 가맹점주가 모두 부담하는 한편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 매장을 운영하면서 임의 휴업 또는 운영시간 단축·연장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고 공정거래위원회는 bhc에 대한 직권조사에 나섰다.

bhc의 높은 영업이익률도 늘 도마에 오르는 이슈다. 지난해 bhc의 영업이익은 1203억원, 영업이익률은 22.5%다. 전년 1418억원, 27.9%와 비교해 떨어지긴 했다. 그럼에도 작년 기준 업계 2위 BBQ치킨(11.2%), 3위 교촌치킨(5.6%)보다 훨씬 높다. 지난해를 제외한 bhc의 5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30.1%다. 식품·외식업계 전반으로 이 같은 수치는 무척 이례적이다. 또 bhc치킨의 작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주사인 GGS에 배당금으로 약 1360억원이 지급됐다.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bhc의 막대한 영업이익률과 배당금 지급은 최근의 가격인상, 원산지 논란, 가맹점주 폭리 등의 논란과 겹쳐 여론 악화의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bhc그룹 관계자는 “당시 협약 내용은 공정위 표준협약서 지침에 의거한 것”이라며 “매장 운영은 점주 필요에 따라 조정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GGS 배당금 지급에 대해선 “(지주사) 차입금 상환의 목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 취임 반년여 동안 리스크 관리에 집중했다. 취임 후 첫 행보로 전국 가맹점 순회 간담회를 권역별로 가지는 한편 ‘자율분쟁조정협의회’를 발족하며 가맹점 껴안기에 적극 나선 모습을 보였다. 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판촉행사와 관련해 사전 동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문제들에 대해 분담 비용을 가맹점에 환급해주며 자진 시정했다. 지난 3월 말에는 브라질산 닭 논란을 잠재우고자 전 메뉴 원료육을 국내산 닭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송 대표는 취임 이후 발생한 악재들에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였고 공교롭게도 지난 4월 지주사 GGS 대표이사 자리까지 거머쥐었다. 송 대표가 2022년 스타벅스 굿즈 논란에 결국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도중 경질된 것과는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브랜딩에서 최고라고 자부했던 스타벅스도 당시 논란에 대응 타이밍을 놓쳐 후폭풍이 무척 컸고 결국 송 대표가 물러나면서 업계에선 이슈 대응의 반면교사 케이스로 보고 있다”며 “이런 경험을 가진 송 대표가 bhc에서 이슈 판단과 대응에 신속하게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지현씨 bhc" 더는 못 봐…슈퍼두퍼 작년 17억 순손실
bhc치킨은 최근 브랜드 상징이자 인지도 제고에 크게 기여했던 모델 전지현을 10여년 만에 교체했다. 새 얼굴은 배우 황정민이다. 상대적으로 연기, 세대 스펙트럼이 넓은 황정민을 모델로 앞세워 소비층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야심작 ‘쏘마치’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뿌링클(2014년), 맛초킹(2015년), 골드킹(2019년) 이후 확실한 베스트셀러가 없다는 점에서 bhc의 차세대 효자상품 발굴은 송 대표의 최우선과제로 꼽힌다.  

bhc그룹이 운영하는 버거 브랜드 슈퍼두퍼 코엑스점. [사진=박성은 기자]
bhc그룹이 운영하는 버거 브랜드 슈퍼두퍼 코엑스점. [사진=박성은 기자]

송 대표는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슈퍼두퍼(Super Duper)’ 경영도 책임지고 있다. 미국의 3대 버거로 알려진 슈퍼두퍼는 bhc가 국내 독점계약에 성공하면서 화제가 됐다. 미국 외 타 시장 출점은 없었는데 한국 1호점이 글로벌 1호점이 된 셈이다. bhc는 2022년 11월 서울 강남에 슈퍼두퍼 첫 매장을 낸 후 홍대점(2023년 4월), 코엑스점(2023년 6월) 이후 1년 가까이 출점이 없다. 슈퍼두퍼코리아의 작년 매출액은 42억원 수준이다. 또 약 17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bhc는 슈퍼두퍼 론칭 당시 MZ세대 핫플레이스를 중심으로 지속 출점한다고 했으나 속도를 내지 못한 상황이다. 치열해진 프리미엄 버거시장에서 슈퍼두퍼 외연 확장과 수익성 개선 역시 송 대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bhc그룹 관계자는 “슈퍼두퍼 출점은 현재 경기가 좋지 않아 시장 상황을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치킨업계는 타 외식과 달리 BBQ 윤홍근, 교촌 권원강처럼 오너 또는 경영자 존재감이 무척 크다”며 “송 대표가 박현종 전 회장을 확실히 지우면서 이미지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성과나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parkse@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