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본업 잘해도 힘든 카드사
[기자수첩] 본업 잘해도 힘든 카드사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4.05.19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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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이 본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업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듭니다.”

최근 카드사 관계자들과 만나면 종종 나오는 말이다. 카드업계는 현재 수익구조 악화와 미래 불확실성 속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많은 이들이 카드업계 위기 배경으로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를 꼽는다. 은행 등 다른 업권과는 달리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고금리에 취약한 구조다.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불어난 만큼 수익성이 타격을 입은 것이다.

다만 다수 카드사 관계자는 업계 위기 근본적인 원인으로 망가진 수익구조를 꼽는다. 결제 서비스 수익성이 박리다매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아무리 장사를 열심히 해도 큰 이익을 낼 수 없는 환경에 빠졌다고 입을 모은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재 카드사 신용판매 주력 수입원인 가맹점수수료율은 0.5~1.5%다. 지난 2012년 이후 적격비용 제도를 통해 가맹점 수수료가 꾸준히 인하된 결과, 4.5%였던 영세가맹점 수수료는 현재 수준으로 14차례 연속 인하됐다.

국내 가맹점 중 95% 이상 점포가 영세·중소 가맹점으로 분류돼 최저 수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 받는다. 

가맹점수수료 적격비용은 카드사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와 일반관리비, 결제대행사(VAN) 수수료 등 카드결제 전체 과정에서 소모되는 비용을 고려한 수수료 원가를 고려해 산정한다.

하지만 합리적 원가 산정이라는 본래 취지는 무색하게 지금껏 수수료율 인하에만 초점이 맞춰져 온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드사는 본업을 아무리 잘해도 신용판매 부문에서는 큰 이익을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카드사는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 카드대출 부문을 키우며 수익을 벌충했지만,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해 조달비용이 급증하며 역효과가 난 모습니다. 

더욱이 저신용자 비중이 큰 카드대출 특성 탓에 연체율이 높아졌고, 이를 대비하기 위한 대손비용이 늘어난 만큼 수익성은 더 떨어진 악순환에 빠졌다.

카드사들은 본업 외 새 먹거리를 발굴해 추가 수익 창출을 꾀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데이터 사업이다. 데이터 사업은 카드결제 데이터 등을 수집·가공해 자문·판매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해 당장 큰 수익을 가져다줄 사업모델은 아니다.

카드업계 시선은 이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로 향하고 있다. 

이 TF는 금융위원회가 2022년 적격비용 제도개선을 위해 여신금융협회 및 소상공인연합회, 소비자단체 등으로 구성했다. TF는 지난해 재산정 주기 조정 등 제도개선을 단행할 계획이었으나, 해를 넘기도록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금융당국이 수수료율을 지속 인하한건 부담에 허덕이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카드사마저 위기에 빠진 상황인 만큼 부담을 일방적으로 카드업계에 지우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합리적이고 공평성을 고려한 결론이 나오길 기대한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