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리비아 외교마찰, 국정원 정보수집 여파
한-리비아 외교마찰, 국정원 정보수집 여파
  • 양귀호기자
  • 승인 2010.07.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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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 파견 등 오해 풀기 노력 계속… 반응 ‘냉랭’
최근 한국과 리비아간 외교 마찰은 리비아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의 정보수집 활동 때문인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리비아 보안당국은 우리측 국정원 직원의 정보수집 활동을 리비아 정부요인에 대한 간첩활동으로 인식하고 한국 정부에 문제를 제기한 뒤, 해당 직원을 추방한 것으로 전했졌다.

한-리비아 관계가 악화되자 최근 리비아 당국에 의해 불법선교 혐의로 체포된 구모 선교사와 한인 농장주 전모씨를 향해 비난 여론이 들끓었지만 실상은 정부에게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외교소식통은 “국정원 직원의 일상적 정보 활동을 리비아 보안 당국이 리비아 주요요인에 대한 정보수집 등 첩보활동으로 오해한 것 같다”며 “현재 리비아측은 우리 정부에 잘못을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주한 리비아 경제협력대표부 직원들이 휴가를 핑계로 한국 정부에 통보도 없이 본국으로 돌아간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수집 활동을 벌인 해당 국정원 직원을 한국으로 추방한데 이어 우리 정부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주한 리비아 대표부를 철수시킨 것이다.

정부가 경제협력대표부 철수 사실을 인지한 것은 리비아 직원들이 모두 본국으로 떠난 뒤였다.

사전 통보 없는 대표부 철수는 외교적 결례가 분명하지만 우리 정부는 리비아측에 항의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리비아 대표부 철수 이후 리비아 정부를 상대로 ‘오해’를 풀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으나 리비아의 입장은 완강했다.

지난 6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이 대통령 특사로 리비아를 방문, 리비아 최고위층과의 만남을 시도했지만 결국 최고위층은 만나지 못하고 귀국했다.

최고위층과의 관계를 중요시 하는 리비아 정서를 감안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을 파견한 것이었지만 리비아측 반응은 냉랭했다.

그럼 국정원이 리비아에서 벌인 정보수집 활동은 무엇이었을까. 한 외교소식통은 무기 거래 등 북한 관련 정보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간첩활동은 양국간 외교 단절까지 야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정부는 이번 일이 언론이 보도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리비아와의 논의 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쉬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가 선교사 구모씨와 농장주 전모씨에 대해 이례적으로 엄격한 종교법의 잣대를 들이대 이들을 체포한 것도 정부의 정보수집 활동에서 비롯한 양국간 외교 긴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