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ELS 판매 은행, '솔선수범'으로 '전화위복'해야
[데스크칼럼] ELS 판매 은행, '솔선수범'으로 '전화위복'해야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4.04.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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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호 경제부장

이례적으로 신속한 움직임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달 11일 금융감독원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검사 결과(잠정) 및 분쟁조정 기준(안)'을 발표한 이후 은행들이 보인 조치를 두고 하는 말이다. 

홍콩 H지수 기초 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 발생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8일부터 11개 주요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금감원은 △판매정책·소비자보호 관리 실태 부실 △판매시스템 차원의 불완전 판매 △개별 판매과정에서 다양한 불완전 판매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감독당국은 해당 상품 판매사에 대해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중조치하되, 판매사의 고객 피해 배상 등 사후 수습 노력은 참작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아울러 판매자와 투자자 간 분쟁이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검사 결과 확인된 내용 등을 기초로 기준(안)을 마련해, 판매사들이 이를 기반으로 자율적인 배상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이에 우리은행은 지난달 22일 이사회를 열고 주요 판매사 중 가장 먼저 금감원이 제시한 분쟁조정 기준(안)을 수용하고, 자율배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하나은행은 지난달 27일, 신한은행과 국민은행도 같은 달 29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 분쟁조정 기준(안)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감원이 마련한 안이 나오기 이전부터 이미 해당 상품을 판매했던 몇몇 은행에서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배상액을 결정하면 '무조건' 따를 것"이라는 말이 나왔기에, 은행의 금감원 조정 기준(안) 수용은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4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점도 우리은행을 비롯한 주요 판매사들의 발 빠른 대응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하나은행은 조정 기준(안) 수용을 밝힌 지 이틀 뒤인 3월29일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내부에서 꾸린 자율배상위원회를 통해 투자자 합의를 거쳐 첫 자율 배상을 결정했다.

금감원이 기준(안)을 내놓은 뒤 즉시,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별 배상금을 산출해 협상에 나섰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만큼, 하나은행뿐 아니라 모든 은행이 신속한 배상 절차를 밟을 것에 무게가 실린다.

금감원 조정 기준(안)은 판매자는 물론 투자자 책임까지 살펴 배상 규모를 결정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H지수 기초 ELS 상품의 주요 판매사였던 은행들이 기준(안) 수용을 확정한 만큼 남은 과제는 투자자가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다.

다만, 문제는 여전히 해당 상품 판매 과정에서 '주요 판매사인 은행'의 책임을 묻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은 '고위험 상품'을 '안정 지향적'인 고객이 주로 찾는 은행에서 판매한 점 자체부터 문제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판매과정에서 설명 부족 등 불완전 판매가 있었던 것만으로도 '흠결' 있는 계약이었다며 자신들은 투자자가 아닌 '사기계약'으로 인한 '피해자'라며 무조건 '100%' 배상이라는 격한 주장도 나온다.

더 나아가 일부 투자자들은 상품 자체에 대해서도 불신 가득한 눈으로 보고 있다.

그렇기에 H지수 ELS 손실 사태에 따른 판매사 자율 배상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라도 주요 은행장들은 직접 투자자를 만나야 한다.

특히 가장 먼저 수용을 결정한 우리은행과 가장 큰 손실이 예상되는 KB국민은행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들 두 은행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가 향후 타 은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대까지 배상이 이뤄질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신속하고,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 투자자와의 소통은 피할 수도, 피해서도 안 되는 문제다.

더군다나 손실 배상과 함께 불완전 판매 등에 따른 과징금 등 추가 제재마저 예고돼 우리은행이든 국민은행이든 문을 열면 신한은행, NH농협은행, 하나은행 역시 뒤를 따를 수 밖에 없다. 

아울러 농협중앙회에서 회장 선임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NH금융지주를 제외하면 주요 시중은행장은 모두 차기 금융지주 회장 1순위로 꼽히는 만큼 누가 됐든 선도적으로 H지수 ELS 손실 투자자와 만나 지금 어려운 문제를 풀어 '전화위복(轉禍爲福,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의 기회로 삼길 기대한다.  
 
[신아일보] 배태호 경제부장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