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20년 ③] 배은선 전 철도박물관장 "철도 기술 변방서 선진국 반열로"
[KTX 20년 ③] 배은선 전 철도박물관장 "철도 기술 변방서 선진국 반열로"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4.04.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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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기술 도입으로 시작했지만 우리 손으로 '초고속 시대' 열어
멈춤 없는 도전으로 최고 속도 높여…어느덧 철도 강국으로 우뚝
해외 수주 경쟁력 키우려면 건설·운영 기관 한목소리 낼 수 있어야
배은선 전 철도박물관장이 지난달 26일 경기도 의왕시 철도박물관에서 신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서종규 기자)

우리나라 철도 교통은 고속철도 개통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 주요 도시에서 국민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최고 시속 300km KTX는 국토의 거리·시간 개념을 모조리 바꿨다. 스무 살 고속철도가 가져온 변화와 가져올 변화를 살피고 풀어야 할 숙제와 새로운 도전 과제는 무엇인지 진단했다. <편집자 주>

배은선 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철도박물관장은 KTX와 인연이 깊다. 지난 2003년 가을부터 홍보팀에서 근무하며 고속철도 개통 관련 업무를 맡았고 2004년 4월 서울역에서 열린 개통식 행사를 함께 했다. 그해 12월 한국형 고속철도 시제 차량이 시속 352km를 돌파했을 때도 철도 현장에 몸 담고 있었다.

배은선 전 관장은 외국 기술 이전으로 KTX를 도입했을 때만 해도 국제적으로 회의적 시각이 있었지만 이젠 우리 손으로 만든 열차가 시속 300km로 달린다며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자체 기술 확보와 속도 향상을 위한 끊임없는 도전이 철도 기술의 변방에 있던 한국을 고속철도 강국이자 선진국으로 우뚝 서게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고속철도가 해외 시장에서도 선택받으려면 철도 건설·운영 기관이 한 팀으로 움직여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지난달 26일 경기도 의왕시 철도박물관에서 만난 배 전 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KTX가 개통한 지 20년이 지났다. 고속철도 도입이 우리나라 철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고속철도 도입은 철도 기술 변방에 머물던 우리나라를 일거에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해줬다. 한강의 기적과 반도체 혁명을 통해 고속철도를 도입할 수 있는 경제력을 확보한 이후 고속철도 설계와 제작을 국산화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전기와 전자, 기계, 건축, 토목, 철강,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 산업 전반에서 세계 정상급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1970년대부터는 자동차와 고속도로 등에 정부 정책이 쏠리며 철도가 다소 주춤한 면이 있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고속철도 도입 논의가 시작되면서 다시 철도가 중심적인 국민의 발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철도는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모든 기술의 총아(寵兒)다.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최고 속도인데 우리나라 철도의 최고 속도는 (과거) 새마을호가 낼 수 있는 시속 150km였지만 고속철도 도입으로 시속 300km가 됐다."

배은선 전 철도박물관장이 지난달 26일 경기도 의왕시 철도박물관에서 신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서종규 기자)

Q KTX는 외국 기술로 도입됐지만 지금은 우리 자체 고속철도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우리나라가 고속철도를 도입할 때 프랑스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았다. 냉정하게 말해 당시 국제적인 시각은 회의적이었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고급 장난감을 주는 형국이었다. '기술 이전을 해줘도 너희(한국)가 운영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프랑스도 완전한 기술 이전이 아닌 상당히 저차원적으로 기술 이전을 했다. 사실 고속철도 도입을 위해 먼저 접촉했던 나라는 일본인데 일본은 기술 이전을 전제로 하지 않아 후보군에서 제외했다. 당시 정부가 기술 이전이라는 조건을 흔들림 없이 유지했고 한국형 고속철도 차량을 자체 생산하기 위해 지원한 정책들이 있어 오늘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두 가지 정책적 결정이 주효했다. 기술 이전이라는 조건으로 고속철도 도입을 추진한 것과 그 후에도 국내 기술로 고속철도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온 것이다."

Q KTX 20년 역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개통을 얼마 안 남겨둔 2003년 가을에 고속철도 개통 홍보팀에 합류해 고속철도 개통을 치러냈고 2016년 1월까지 홍보 업무를 맡았다. 서울역 개통식 행사 등 직접 겪었던 일도 많지만 철도사 연구자로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순간을 말하자면 KTX가 개통한 2004년 12월에 우리가 제작해 시험 운행을 시작한 한국형 고속철도 시제 차량 'HSR350x'가 신탄진-천안 구간을 운행하며 시속 352.4km를 돌파한 것이다. 이 차량은 1996년 시작된 선도 기술 국산화 사업 일환으로 운행이 추진됐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현대로템이 2008년 11월1일 'KTX-II'를 출시했고 이를 상업 운행에 투입한 게 바로 'KTX-산천'이다."

배은선 전 철도박물관장이 지난달 26일 경기도 의왕시 철도박물관에 전시된 KTX 모형 앞에서 지난 2004년 KTX 개통식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종규 기자)

Q 앞으로 우리나라 고속철도가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과제는?

"현재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고속철도 확장이 가장 빠른 나라다.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기술을 더 빨리 확보했는데도 노선 확장에 뒤지고 있는 것은 국토 면적이 좁고 수출 경쟁력이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막대한 자금력과 넓은 국토를 가졌지만 우리나라는 그 둘 다 가지지 못했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철도 관리 기관이 건설과 운영 등으로 나뉘어 있다. 그간 미국 등에서 해외 철도 수주를 위한 몇 차례 시도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이런 시스템 분리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조금 더 멀리 보고 정책적 판단을 내려 해외 수주 작업 시 한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지리적으로는 우리나라는 반도 국가가 아니라 남북이 단절된 사실상 섬나라다. 이 상황에서 고속철도 확장에 한계가 있다. 전라도와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모두에 KTX가 다니는데 위로 뻗어나가고 대륙으로 연결되는 것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비전을 위해선 정치적인 문제를 풀어야 한다. 북한은 철도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요구가 강하다. 사실 이제는 대륙까지 갈 필요도 없다. 원산까지만 가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 원산하고 강릉과 동해가 멀지 않다. 동해까지도 KTX가 간다. 그걸 원산까지 올려주면 우리나라 인천공항을 통해서 세계 사람들이 몰려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먹고 놀고 자는 게 가능하다. 북으로 KTX가 이어진다면 K-컬처를 충분히 누리고 금강산도 볼 수 있게 된다. 이는 아주 많은 기회를 줄 것이다. 만일 우리가 하기에 앞서 러시아나 중국이 자기식 철도를 북한에 놓아주면 앞으로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 우리 열차를 우리 방식으로 깔 필요 있다. 민족적 동질성도 중요한 부분이다."

Q 여전히 열차 내 시설·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현재 우리나라는 KTX와 KTX-산천, KTX-이음 세 종류 고속차량이 운행 중이다. KTX-산천과 KTX-이음 말고 아무래도 1990년대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된 KTX 차내 서비스가 미흡한 편이다. 아직 KTX는 역방향 좌석이 있는데 전력망 같은 걸 깔려면 작업이 복잡한 부분이 있다.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 사무기기 충전시설 증설과 초고속 무선 인터넷망 설비 구축, 화장실 개선 등은 고속철도 개통 20주년을 맞아 코레일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 중인 사업이다. 비록 경영 상태가 어렵기는 하지만 수년 내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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