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 퍼모먼스‧언중유골‧반전 시위' 다채로웠던 아카데미
'시상 퍼모먼스‧언중유골‧반전 시위' 다채로웠던 아카데미
  • 김태형 기자
  • 승인 2024.03.11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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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다양한 퍼포먼스, 자유로운 사회적 분위기 연관돼 있어"
10일 오후 7시(한국시간으로 11일 오전 8시)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존 바티스트가 곡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 오후 7시(한국시간으로 11일 오전 8시)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존 바티스트가 곡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몸 시상 퍼포먼스, 뼈있는 농담, 평화의 소망이 깃든 연설 등 다채로움이 담긴 아카데미가 열렸다.

11일 문화계에 따르면,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주관하는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현지시간 10일 오후 7시(한국시간 11일 오전 8시)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렸다. 총 23개 부문에서 지난 한 해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 영화에 상을 수여하는 자리다. 

올해 아카데미 각본상은 프랑스 영화 '추락의 해부'에 돌아갔다. 한국계 캐나다 감독 셀린 송의 '패스트 라이브즈'가 각본상 후보에 올라 기대를 모았지만 수상하는데 실패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상만 주고 받는 모습뿐만 아니라 이른바 알몸 시상과 같은 재미있는 퍼포먼스도 나왔다.

이날 의상상 시상자였던 프로레슬러 겸 배우 존 시나는 주요 부위만 가린 채 나체로 무대에 오르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진행자 지미 카멀이 1974년 제46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행사 도중 돌연 한 벌거벗은 남성이 무대 위에 뛰어올랐던 황당한 순간을 언급하자 웃통을 벗은 존 시나가 나온 것이다.

시상식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뼈 있는 말 잔치도 벌어졌다. 특힌 카멀은 작품 '바비'를 연출한 여성 감독 그레타 거윅이 감독상 후보에 오르지 못해 일었던 성차별 논란 파문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감독상 후보에 오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그레타 거윅 덕분에 이제 바비는 페미니스트 아이콘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참석자들이 박수를 보내자 바비의 거윅 감독이 감독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을 언급하며 "손뼉을 치고 있지만, 그(거윅)에게 투표하지 않은 건 여러분이다. 아무 상관 없는 것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꼬집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수상자들이 무대 위에 올라 전쟁에 반대한다는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의 엠스티슬라브 체르노프 감독은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으며 수상 소감으로 "이 상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거나 공격하지 않은 역사와 맞바꿀 수 있다면 교환하고 싶다. 이 모든 영광을 바쳐서라도 러시아가 우리 국민들을 죽이지 않게 된다면, 그리고 인질들과 지금은 감옥에 갇힌 나라를 지키던 군인들과 맞바꿀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미국의 큰 시상식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분출되는 것은 사회적인 분위기와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다. 자유로운 사고와 표명이 보편화 돼 있는 미국 사회이기 때문에 자신의 소신을 공개된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알몸 시상과 같은 재밌는 퍼포먼스는 의상상 발표에 누드로 등장해 의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유머를 구사한 것"이라며 "파격적인 면은 우리보다 더 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thkim7360@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