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인'영랑' 일대기 그린 소설 '발굴'
서정시인'영랑' 일대기 그린 소설 '발굴'
  • 강진/김광현기자
  • 승인 2010.07.1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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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 이동주 시인이 쓴'실명소설 김영랑'확인

대표적인 서정시인이자 민족운동가인 영랑(永郞) 김윤식 선생(金允植·1903~1950)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이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영랑 선생의 고향인 전남 강진군은 11일 내년 말 완공 예정인 시문학파 기념관에 소장할 자료수집 과정에서 1967년 3월 발행된 '현대문학(제13권 제3호)'에 이동주 시인(1920~1979)이 쓴 김윤식 선생의 '실명소설 김영랑'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소설은 전체 11쪽(192~202페이지) 분량으로 영랑이 태어난 1903년부터 타계까지 삶의 여정과 문단 활동 등을 사실을 바탕으로 서술하고 있다.

성(姓)과 호(號)를 함께 붙여 넣은 '김영랑' 이름은 엄혹하던 일제강점기(1910~1945) 당시 이름조차 제대로 부를 수 없었던 지식인들 사이에서 호를 마치 이름처럼 부르던 풍토라고 군측은 설명하고 있다.

내용에는 1930년 3월 영랑과 함께 '시문학' 창간을 주도했던 용아 박용철과의 끈끈한 교우 관계는 물론, 영랑의 인간적인 면모를 살필 수 있는 대목이 눈에 띄어 영랑의 삶과 문학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설은 영랑의 항일정신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영랑은 이 무렵 어둡고 답답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추수 삼 백석에 의식은 유족하지만 일제의 질곡으로 신음하던 때였다.

숫제 일본문학으로 개종하는 이가 많았지만 청산학원(靑山學院)을 나오고도 우리말로 밖에 시를 쓰지 안했던 그는 문단과도 절연이 됐고…(중략), 이씨(李氏)는 구니모도(國本), 김씨는 가나우미(金海), 가네무라(金村) 또 무엇 무엇으로 두 글자 성(姓)을 쓰도록 당요당하는 판국에, 우찌와 긴니 시마시다요(내 집 성은 김씨로 창씨했소)하고 끝까지 한글 성을 버티기도…(중략)'
이 대목은 유족이나 친지가 아닌 제3의 인물이 객관적인 시각에서 영랑의 항일 활동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작가는 작품 말미에 '내가 영랑을 만난 것은 공보처 출판국장실에서였다.

복간을 서두르던 '문장지' 일을 겸해서 선생과 자주 접촉했다'고 영랑 선생과의 첫인연을 기술했다.

또 '이형 강·해남(강진·해남)이면 이웃간인데 이제야 날 찾다니. 첫 대화가 이것이다.

항상 잇새가 벌어진 강아지 울음의 매력 있는 그 웃음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고 회고했다.

한편, 소설을 쓴 이동주는 해남 출신으로 1950년 '문예지'에 자작시 '새댁'과 '황혼'이 추천돼 등단한 뒤 1967년부터 김영랑 실명소설에 이어 이광수, 김소월, 김동인, 박종화 등 유명 문인 20여 명을 실명화한 소설을 발표했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