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나드
프롬나드
  • 김 찬 겸
  • 승인 2010.07.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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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프롬나드-고성-프롬나드-....-키예프의 대문” 총 10곡으로 구성된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은 한 테마가 끝나면 다음 테마로 넘어가기 전 프롬나드(Promenade ; 산책이라는 뜻)를 두어 음악 중간 중간에 여백과도 같은 쉼표를 만들어 났다.

하르트만의 유작 전시회를 보고 그의 친구 무소르그스키가 작곡한 이 피아노곡은 관현악은 물론 기타, 신디사이저 등으로 편곡되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0곡 모두 주제에 따라 작곡되어 듣는 이의 귀를 즐겁게도 하지만 곡 사이사이에 프롬나드를 배치하여 청중들의 귀를 다음 주제로 편안하게 나아가도록 도와준다.

마치 와인을 시험하는 동안 다른 종류의 와인을 맛보기 전 물로써 입안을 깨끗이 씻는 것처럼 프롬나드를 통해 새로운 마음으로 다음 곡을 맞게 한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이 처음 시작되던 1970년대 대한민국 원자력계의 가장 큰 주제는 기술자립을 통한 안정적 전력 공급이었다.

그리고 약 한 세대가 흐른 지금, 그 주제가 원자력의 해외시장 확충으로 옮아가고 있다.

원자력 불모지의 땅을 원자력 정원으로 변화시킨 원자력 종사자의 땀과 노력은 이제 새로운 도전의 장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10년간 90%을 넘는 이용율과 호기당 년 0.3건 이하의 발전정지 건수를 통해 그 운영능력을 세계에 인증 받고, 해외 원자력 수주를 통해 기술력 또한 검증받았다.

이제 원자력 종사자들이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은 그 동안의 성과에 자만하지 않는 자세와 새로운 출발을 위한 도약의 발판(프롬나드)을 마련하는 것이다.

프롬나드가 가지는 진정한 의미(意味)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새로운 각오로 원자력의 다음 곡을 만들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지금의 기술과 운영능력을 넘어선 더 높은 곳에 있다.

하루 하루, 나날이 새로워지는 자세를 견지하며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 진정한 프로의 정신으로 무한(無限)한 원자력(原子力)의 힘을 다시 한 번 불태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