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은 예방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재난은 예방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 오 병 석
  • 승인 2010.06.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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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나서 건강하게 장수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불치병이나 갑작스런 사고로 불구가 되거나 죽는 사람들도 있다.

나에게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함부로 장담할 수 없다.

인생을 180도 바꿔 놓는 끔찍한 사고가 운명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내·외적으로 열을 올리고 있다.

1989년 9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제1회 사고와 손상예방 학술대회에서 “모든 인류는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누릴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성명이 채택되었고, 이를 계기로 세계 각국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공인하는 “안전도시”구축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수원에서 1998년을 시작으로 안전도시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안전 인프라를 구축하여 2002년에 세계 63번째 아시아로서는 최초로 안전도시 공인을 받았으며 제주, 원주, 인천 등 다른 도시에서도 추진 중에 있다.

안전한 도시, 안전한 사회가 되기 위한 필수요건의 하나로 재난의 효율적 관리를 들 수 있다.

재난관리는 사전에 예방하는 단계, 재난발생을 대비해 대응물자를 확보하고 훈련하는 대비단계, 실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인명구조 등 대응단계, 그리고 피해를 복구하는 단계로서 4단계로 분류된다.

하나의 큰 재난이 발생하기까지는 사전에 그에 대한 전조현상으로 경미한 상처를 입히는 가벼운 재난이 이미 29건 있었고, 29건 주변에는 인명피해는 없지만 깜짝 놀랄만한 사건이 300건 존재해 있었다는 “실패의 하인리히 법칙” 즉“1대 29대 300법칙”이라는 게 있다.

이 법칙은 잠재적인 재난이 현실로 나타날 확률을 보여주는 경험법칙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95년 발생했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실패의 전조를 무시해 일어난 대형 참사이다.

당시 백화점 직원들은 건물붕괴(1) 전에 나타난 붕괴 조짐을 느끼고 수십 차례 경고(29)했으며, 부실 건축물인 백화점은 건설 당시 건축 하도급 비리 사슬 때문에 철근과 콘크리트에 들어가야 할 비용이 시공업자 뒷돈 등 엉뚱한 곳으로 들어간 것(300)으로 알려져 있다.

부정부패가 1차적으로 대형 사고를 예고했으며, 그다음 2차적으로는 백화점 직원들의 경고를 무시한 것이 결국 대형 사고를 부른 것이다.

재난이 발생하기까지는 사전예방이 예측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사례이다.

이제는 재난관리에 있어서 사회적으로 관심거리가 되는 대응.복구활동이 아니라 사전 예측 가능한 재난을 미리 막는 예방중심으로 재난관리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다행히, 사후 복구에 비해 예방을 위한 국가적 예산은 증가추세에 있다.

2002년과 2006년만 비교해 보더라도 예방투자는 1,384억원에서 2,986억원으로 21%가 증가한 반면, 복구비는 3조 2280억원에서 1조 1766억원으로 22%감소하였다.

이 통계자료를 잘 살펴보면 예산만을 고려할 경우 예방활동에 대한 투자 확대가 결국 약 2조원의 예산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교훈을 말해주고 있다.

소방방재청에서 금년 2010년을 화재피해저감 원년의 해로 정하고 “화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해”이다.

전년대비 인명피해 사망률을 10% 줄이는 것이 그 목표이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전쟁이 선포된 만큼 화마와 맞서 싸우는 부산스럽고 희생의 위험을 수반하는 맞불작전보다는 공격할 엄두가 나지 않도록 사전에 화재라는 적의 뿌리를 도려낸다면 승리에서 오는 쾌감이 더 달콤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