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이번 회기내 처리해 달라"
"세종시 이번 회기내 처리해 달라"
  • 박재연기자
  • 승인 2010.06.1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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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국회 표결 존중"제42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서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제42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6·2지방선거 이후 관심이 집중돼온 세종시·4대강 사업과 청와대·내각 인적쇄신 문제 등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특히 세종시와 4대강 문제의 경우 겉으로는 기존에 언급했던 부분들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각 사안이 닥쳐있는 현 상황을 고려해볼 때 4대강 사업은 끝까지 강행 추진의 의지를 밝힌 반면, 세종시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수정안이 끝까지 관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생방송으로 진행한 제42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세종시 문제의 경우 국회에서 결정할 일이라는 기존 방침을 다시 언급하면서, 국회의 표결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정의 효율을 생각하든, 국가경쟁력을 생각하든, 통일 후 미래를 생각하든, 행정부처를 분할하는 것은 두고두고 후회할 일을 만드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때문에 국론 분열이 지속되고, 지역적 정치적 균열이 심화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더욱이 빈틈없는 안보를 위해서나, 살아나는 경제를 위해서나 국민 단합이 매우 중요한 때"라며 "하루라도 빨리 투자를 해야 하는 기업들에게도 더 이상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언급에 이어 이 대통령은 "이제는 국회에서 결정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

관련 법안들은 이미 지난 3월에 제출돼있으므로 국회가 이번 회기에 표결 처리해주길 바란다"면서 "정부는 국회가 표결로 내린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표결은 이미 절차상 정부에서도 강조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청와대의 입장은 달라졌다.

세종시 수정안 국회 표결 이전에 전제조건으로 고려하던 절차에 대한 부분이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이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 국회 표결 요구에 대해 "당론 구성 없이 자유투표 (받아들일)용의가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청와대와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표결 전 한나라당의 당론 수정 절차를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었다.

친이(친이명박) 대 친박(친박근혜) 구도로 나뉘어 세종시 수정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던 상황에서 당론이 수정돼야 국회에서도 세종시 수정안의 표결 통과가 수월하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친이·친박 간 견해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현 상황에서, 당론을 수정하지 않더라도 자유투표로라도 수정안을 표결해달라는 이날 요구는 사실상 수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어쩔 수 없다는 측면도 깔려있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세종시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수석은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서는 출구전략이다, 또 아니면 쉽게 얘기해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다소 입장의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이는 세종시와 달리 4대강 사업의 경우 원래 방침대로 지속하겠다는 게 이 대통령의 의지다.

대신에 국민대토론회 등 의견수렴 과정을 더 거쳐 국민들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4대강 사업이 친환경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존에 거론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경부고속도로와 인천국제공항공사, 고속철도 등 과거 반대에 부딪혔던 국책사업의 사례를 언급했다.

또 4대강 사업 역시 우리나라를 발전시킬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내비쳐 다시 한 번 4대강 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또 4대강 사업에 반대의견을 내비치고 있는 새 야당 출신 지방자치단체장들을 고려해 "4대강 수계에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의견도 다시 한 번 수렴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기존 방침대로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반대가 심한 일부 지역 등의 경우 속도조절 등을 검토해나간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전국적으로 속도조절을 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조사가 높았다는 점을 제시하면서, "다만 수계별, 지역별로 보면 온도차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 단위로 옳다, 그르다 결정할 것이 아니고 지역 주민들의 여론을 귀 기울여 듣고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게 옳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이 대통령은 지방선거 뒤 논란이 된 인적쇄신 문제에 관해서는 이날 구체적인 언급을 삼간 채 큰 틀의 해법 정도를 제시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정부·여권의 쇄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큰 것과 관련해 "청와대와 내각의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개편하는 한편, 준비가 되는대로 새로운 진용을 갖추겠다"고 분명히 한 만큼, 개편을 통해 국정동력을 회복하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한 해법으로 젊은 세대를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에 기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정도가 나온 상황이다.

또 개편 시점은 8·15 전후가 될 전망이다.

이 수석은 "청와대와 내각 인사개편과 관련해서는 젊은 세대 인사를 상당폭 기용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며 "8월 25일 (집권 후반기)반환점인 만큼 8·15 경축사 때쯤 정치개혁을 포함 여러 구상에 대해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