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LCD 공급과잉 우려 목소리?
반도체·LCD 공급과잉 우려 목소리?
  • 오승언기자
  • 승인 2010.05.3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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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데드크로스’ 발생… LCD 패널 가격 하락세, 유럽발 재정위기도 큰 악재
역사적인 호황기를 구가하고 있는 반도체, LCD 업계에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와 LCD 주력제품의 가격이 연이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그 징조다.

유럽발(發) 재정위기의 골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도 큰 악재다.

유럽 재정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돼 전반적인 소비위축이 현실화된다면 반도체, LCD 업계에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 반도체, LCD 주력제품 가격 하락세 30일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28일 현재 주력제품인 DDR3 1Gb 128Mx8 1333㎒의 현물가격은 2.59달러를 기록, 전일대비 5.26% 떨어졌다.

지난달 초 3달러를 넘겼다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

이로써 현물가격이 고정거래가격 아래로 떨어지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현재 고정거래가격은 2.72달러다.

통상 데드크로스는 업황의 소강국면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난달 한때 DDR3 D램 현물가격이 3달러를 넘어서는 등 대폭 뛰었다가 제자리를 찾는 과정으로 판단, 향후 가격 횡보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가격 하락세가 업계에 썩 달갑지만은 않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주력제품인 40~42인치 TV용 LCD 패널의 가격은 지난달 340달러에서 이번 달에 333달러로 떨어졌다.

올해 초 450달러에 육박했던 47인치 TV용 LCD 패널의 가격은 이번 달 428달러로 떨어졌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이번 달 하반기 42인치 TV용 LCD 패널 가격은 330달러를 기록, 전월대비 5달러 하락했다.

이 패널의 올해 초 가격은 340달러였다.

32인치 TV용 LCD 패널 가격은 202달러를 기록, 전월대비 3달러 떨어졌다.

박진한 디스플레이뱅크 연구원은 “다음 달 역시 2~3달러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유럽발 그림자의 골이 관건 아직 국내 주요 업체들은 이 같은 가격하락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장(사장)은 지난 27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반도체협의회(WSC) CEO 회의에서 취재진과 만나 “(유럽발 재정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반도체 업황이) 올해까지는 좋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LCD 업계 한 관계자는 “2분기가 비수기인 탓에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그리 쉬이 넘길 상황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그 중심에는 유럽발 재정위기가 있다.

최근 남북간 초긴장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 역시 악재다.

업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최근 일련의 사태들은 업계로서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돌발 변수들이었다.

현재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덴마크, 영국 등 유럽의 각국 정부는 초긴축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데, 이는 자연 세계경기 회복세가 둔화될 것이란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LCD 업계는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둔화된 경기 여파의 직격탄을 맞았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국내 한 증권사 연구원은 “유럽에서 촉발된 위기가 확산되면 PC 성장에 영향을 줄 것이고, 이는 D램 수급과 관련한 분명한 악재”라고 짚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유럽발 위기로 인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TV 등 주요 전자제품의 판매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PC나 휴대폰, TV 등 주요 전자제품의 수요가 기존 예상치를 하회한다면, 반도체와 LCD와 같은 부품업계에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이번 위기가 유럽 국가들의 재정문제에서 시작돼 환율 등 금융시장 불안, 유럽지역 소비위축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라며 “기업 차원에서는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최근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을 중심으로 한 부품업체들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는 점도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업계 전반에 증설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