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부결'에 대법원 마비… 재판 지연 심화 우려
'이균용 부결'에 대법원 마비… 재판 지연 심화 우려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3.10.0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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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합의체 심리·법관인사 정지… 후보자 원점 재검토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대법원 기능이 장기적으로 마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주요 판례를 결정하는 재판이 정지된데다 내년 법관 인사에 차질이 빚어져 대법원에 소부된 재판이 지연될 경우 연쇄 재판 지연으로 대법원장 공백에 따른 혼란이 참사로까지 해석될 전망이다. 

지난달 24일 김명수 전 대법원장 퇴임 후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됐다.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하고 국회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 

6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출석 의원 295명 중 찬성 118명, 반대 175명, 기권 2명으로 부결됐다.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은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이후 35년 만이다. 

부결은 야권에서 반대표가 무더기로 나온 결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사법부 수장의 품격에 걸맞은 인물을 발탁해야 한다"며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열어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다. 

민주당은 비상장주식 신고 누락 및 부동산 투기 의혹, 성범죄 피고인 감형 판결 등을 들며 이 후보자를 졸곧 반대해왔다. 

이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대법원장 임명은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한다. 빠르게 움직여도 새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 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본회의 국회 동의를 받기까지 최소 두 달가량이 소요된다. 

법조계에서는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통령이 이미 검증을 마친 인사 중 차기 대법원장 후보를 지명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후보로는  오석준 대법관, 이종석 헌법재판관, 조희대 전 대법관, 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이 거론된다. 새 후보를 물색해 검증하면 대법원장 공백 사태는 해를 넘길 수도 있다. 

대법원장이 임명되기까지 안철상 대법관이 권한대행을 맡는다. 

부결로 당장 전원합의체 심리·판결은 어렵게 됐다. 전원합의체는 사안이 까다롭고 대법관의 의견이 갈려 소부에서 다룰 수 없을 때나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해야 할 때 소집된다.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는 총 5건이 계류 중이다. 전원합의체 심리가 불가능하다면 새 사건을 회부하기도 힘들다. 

동성부부의 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할지,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단체 관계자를 처벌하는 게 정당한지가 쟁점이 된 사건들이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전원합의체 결론이 늦어지면 비슷한 쟁점을 다루는 하급심도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아 재판 지연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 1월1일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이 퇴임한다. 후임자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3개월 전인 현시점부터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대법원장 대행이 대법관을 제청한 전례가 없어 이번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이 대법관 공백 사태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대법관들은 연간 1인당 4000건씩 쏟아지는 상고심 재판을 판결해야 한다. 대법원장 권한대행에 더해 대법관 2명이 상고심 재판에서 빠지면 9명의 재판관이 12명의 몫을 해야 하는 셈이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