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서방 제재 회피’ 유조선 북극항해…사고시 ‘환경재앙’
러, ‘서방 제재 회피’ 유조선 북극항해…사고시 ‘환경재앙’
  • 이승구 기자
  • 승인 2023.09.1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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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원유 수출하려 북극해 건너는 ‘모험’
재래식 선박 이용해 사고시 ‘환경재앙’ 우려
기후변화 탓 얼음이 점점 작아지는 북극해(사진=연합뉴스)
기후변화 탓 얼음이 점점 작아지는 북극해(사진=연합뉴스)

러시아가 서방 제재를 피해 중국에 원유를 수출하기 위해 해빙이 가득한 북극해를 건너는 모험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운항 거리가 짧은 북극 항로를 이용해 비용 절감을 노리겠다는 취지이지만, 북극해를 건너는 유조선이 얼음이나 빙산 충돌에 대비해 선체를 강화한 선박이 아니어서 사고가 발생하면 심각한 환경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북극 전문 매체 하이노스뉴스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달 아프라막스급 유조선 '레오니드 로자'호와 'NS 브라보'호를 항구도시 무르만스크에서 출항시켰다.

최대 100만 배럴 규모 원유를 운반할 수 있는 이들 유조선은 북극해를 통과하는 '북극항로'(NSR)를 거쳐 중국으로 가고 있다.

러시아 북부 해안의 북극해 해역을 통과하는 북극항로는 지중해와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남쪽 항로에 비해 운항 시간을 최대 2주 줄여준다.

문제는 이들 유조선이 얼음이나 빙산에 대비한 기능을 갖춘 '아이스클래스'급 선박이 아니라는 점이다.

FT는 선체가 얇은 탓에 내구성이 떨어지고 석유가 유출될 경우에 대비한 적절한 기능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선박으로 북극해를 건너면 좌초할 때 환경 재앙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특히 재래식 유조선이 쇄빙 기능을 갖추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위험 자체도 크다고 우려한다.

북극항로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행위가 본질적으로 그간 천연요새로 보호받던 해양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일반적 지적도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원유수출에 제재를 받게 되자 유럽과 같은 서방국가 대신 자국에 친화적인 중국 등 새로운 시장으로 판로를 바꿨다. 이에 따라 원유수출 거리가 길어지면서 운송 시간과 비용이 대폭 늘어나자 러시아는 대안으로 북극항로를 이용한 원유 수출에 손을 댔다.

항해 전문업체들은 러시아 서북부에서 중국 동부 해안(서해)에 가려면 기존 항로로는 45일이 걸리지만 북극을 통하면 시간이 35일 정도로 단축되고 비용도 회당 50만 달러(약 7억원) 정도 절감되는 것으로 본다.

우크라이나전이 장기 소모전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원유 수출을 비롯한 에너지 판매는 러시아가 전쟁 비용을 충당하고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데 필수적이다.

digitaleg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