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허물어 길 넓힌 중국 인부들 ‘황당’
만리장성 허물어 길 넓힌 중국 인부들 ‘황당’
  • 이승구 기자
  • 승인 2023.09.06 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시성 ‘32 장성’ 일부 구간 흙벽 심하게 훼손돼
인부 2명, 굴착기로 뚫어…“돌아가기 싫어서” 진술
도로 내기 위해 굴착기로 뚫은 만리장성 일부 구간. 북경일보 캡처(사진=연합뉴스)
도로 내기 위해 굴착기로 뚫은 만리장성 일부 구간. 북경일보 캡처(사진=연합뉴스)

중국에서 건설 인부들이 명나라 때 축조한 만리장성의 일부 구간을 굴착기로 허물어 길을 내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멀리 돌아가는 것이 번거로워 길을 내기 위해 장성을 허물었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5일 북경일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최근 산시(山西)성 숴저우 유위현의 만리장성에 속하는 ‘32 장성’의 토성 일부 구간이 심하게 훼손됐다.

현지 공안당국은 지난달 24일 장성을 훼손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대형 굴착기로 장성을 허문 38세 남성 정모씨와 55세 여성 왕모씨 등 인부 두 명을 체포해 형사 구류하고, 훼손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들은 만리장성 근처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멀리 돌아가는 것이 번거로워 장성을 허물어 길을 냈다고 진술했다.

이들이 허문 장성의 폭은 차량 두 대가 교차 운행할 수 있는 규모였다.

만리장성은 기원전 220년께부터 1600년대 명나라 때까지 건설이 지속된 군사건축물로, 당시에는 세계 최대 규모였다.

이중 32 장성은 명나라가 북방 세력의 침입을 막기 위해 유위현 화린산 일대에 흙으로 축조한 만리장성의 일부다. 주변에 32개 마을이 있어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토성과 봉화대가 원형을 유지, 산시성 내 만리장성 가운데 보존 가치가 가장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32 장성은 중국 국가급 명승지로 등록됐고, 지난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바 있다.

오늘날 방문객들이 보는 만리장성은 대부분은 명나라 때 건설됐다. 그러나 중국 시골 외딴 지역에서는 만리장성의 일부가 오랜 시간에 걸쳐 손상되고 파괴됐다. 

2016년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명나라 때 건설된 만리장성의 30% 이상이 완전히 사라졌으며 잘 보존된 성벽은 불과 8%뿐이었다.

digitaleg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