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없이 피는 꽃은 없다
고통없이 피는 꽃은 없다
  • 이 태 현
  • 승인 2010.05.0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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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진주는 좋아하지만 고통과 상처는 싫어한다.

그러나 고통과 상처 없이는 진주가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조개는 모래알 등 이물질이 해수와 함께 몸속으로 쓸려 들어오면 몸 밖으로 내보내려고 애를 쓴다.

몸 밖으로 내보내지 못할 때 몸속의 분비물로 침입한 이물질을 둥글게 감싸게 되는데 이때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참으며 여러 해 동안 커진 것이 바로 진주다.

한마디로 진주는 조개의 눈물과 고통으로 잉태된 매우 값지고 아름다운 생명체가 만들어낸 보석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미향의 향수가 있다.

여기에 쓰이는 장미는 발칸산맥의 거름기 없는 척박한 땅에서 자란 것이다.

그 꽃잎을 채취할 때도 밤 12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한다.

캄캄하고 차가운 한 밤중에 가장 짙은 향을 뿜기 때문이다.


최고의 명품 바이올린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소재의 나무는 온갖 비바람과 시련을 견뎌낸 나무다.

보잘것없는 흙도 1000도를 넘나드는 뜨거운 불을 만나야 비로소 도자기가 되고, 나비도 비바람과 추위의 힘든 과정을 거친 애벌레만이 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미국 아리조나주의 그랜드 케년과 중국 호남성 장가계, 호주 시드니의 블루마운틴은 세계적인 관광지다.

이러한 관광지도 상처받은 땅이 치유된 후에야 대자연의 아름다운 신비를 보여주었다.

마찬가지로 들판에 널려있는 흔하디흔한 무생무종(無生無終)의 조약돌들도 바람과 빗물에 깎이고 깎이는 고통에 의해 아름답고 어여쁜 모습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베토벤의 주옥같은 교향곡은 어떤가. 청각장애의 상처를 딛고 만들어졌다.

테레사수녀의 손, 피겨의 김연아와 발레리나 강수지, 축구선수 박지성의 발도 고통과 상처로 얼룩져있다.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은 초등학교 때 MVP로 선정 된 적도 있었지만 학교 대표팀에서 탈락한 적도 있었다.


2009년 미국 골프기자협회에서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신지애(22)는 중3때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그 보험금으로 집안 빚을 갚고 남은 돈 1700만원으로 골프를 계속했다.

엄마 목숨하고 바꾼 돈이기에 악착같이 골프에 매달렸다.

그 아버지는 하루에 드라이버 스윙 1000회, 페타이어 치기 400회, 운동장 20바퀴 돌기, 퍼팅 7시간을 시켰다고 한다.

피나는 각오와 노력으로 2005년 프로 데뷔 후 총 24차례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2009년 미국 LPGA 투어에서 3승을 올리며 신인왕, 상금왕, 다승 공동 1위와 올해의 선수에 선정되는 맹활약을 했다.

온갖 고통과 상처를 이겨내고 골프의 여제로 우뚝 선 것이다.

고난의 길을 걷고 고통의 능선을 넘어 보아야 이처럼 진정한 성공을 맞볼 수 있는 것이다.


춘곤증의 계절 봄이 앙칼지게 영글어 간다.

양지바른 언덕에는 쑥, 냉이, 달래, 씀바귀 등 봄나물이 봄볕에 기지개를 켜고 키 자랑을 하고 있다.

꽃망울을 맺었다가 찬 바람에 다시 움츠려들었던 길가의 개나리는 활짝 피어 봄바람에 손짓하고, 저 멀리 산에는 울긋불긋 진달래가 장관을 이룬다.


개나리와 진달래는 물론 이 세상의 그 어떤 꽃도 고통과 상처 없이 피는 꽃은 없다.

하찮게 보이는 풀꽃 한 송이도 거저 피지 않는다.

서리와 혹한과 폭풍우와 천둥 속에서 살아남아 오랜 시간 외로움을 견디며 꽃이 핀다.

꽃샘추위 없는 봄을 보았는가? 태풍 없는 가을이 있었는가? 단련 없이 순금이 만들어지는가? 먼 길을 여행하다 보면 궂은 날도 있기 마련이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도 있다.


바다는 태풍이 불어야 깨끗해지고, 하늘은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쳐야 깨끗해진다.

이처럼 아름다운 모든 것들은 모름지기 고통의 산물이다.

고통과 성공은 인생의 길동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