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는 진실 말해주는 사람” 이어야
“지도자는 진실 말해주는 사람” 이어야
  • 김 기 룡
  • 승인 2010.04.1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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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응하는 한국 정부를 영화 '괴물'에 비유해 화제다.

이 신문은 영화 ‘괴물’의 진짜 악당은 ‘국가’라며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한국정부가 겁에 질리고 비탄에 잠긴 국민들을 갈피를 잡지 못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또 이 같은 국민의 불신은 한국 정부가 국민과의 신뢰 구축에 고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는 정부의 정보 전달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가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천안함’ 침몰 사건은 현재로선 외부에 의한 어뢰 공격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지만 고위 당국은 그 가능성을 낮추려 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태영 국방장관의 '북 어뢰 가능성' 발언에 고위층이 VIP 메모를 통해 직접 진화에 나서는 등 뭔가 석연치 않은게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시정에서는 음모론이 난무하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정략적으로 북풍을 이용한 무리들이 있었기에 음모론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 악화로 고전중인 정부·여당에 이번 사건은 더할 수 없이 좋은 기회가 됐다.

세종시 수정 문제, 조계종 외압 파문, 종교계의 4대강 반대 등 여권의 악재들은 이미 ‘천안함’과 함께 수면 아래로 잠겨 버렸다.

이번 사건이 집권여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쾌재를 부르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정부·여당의 입장이다.

신뢰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의혹 해소와 군사기밀 보호는 이율배반적인 측면이 있다.

국민의 신뢰를 얻고자 하면 당시 상황을 소상히 설명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군사기밀도 공개될 수 있다.

그렇다고 온 나라가 공황 상태에까지 빠질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가 군사기밀 보호를 앞세워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한다는 인상을 보여서는 안 된다.

국민의 불신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영국의 소설가 ‘시드니 헤리스’는 사람들에게 가혹하지만 진실을 말해 주고, 걷기 어려운 길은 몸소 걸어서 보여 주는 사람을 지도자라고 정의했다.

이 시점에서 지도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 아닌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