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도 독점 중계 횡포에 휘말리나
월드컵도 독점 중계 횡포에 휘말리나
  • 이 해 청
  • 승인 2010.04.15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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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연맹(FIFA) 니콜라스 에릭슨 TV부문 본부장은 최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오는 6월에 개최되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SBS가 단독 중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공동 중계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SBS가 다른 방송사에 중계권을 재판매하는 것에 대해서도 “다른 방송사의 압력 때문에 재판매를 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그 리고 “정확한 계약 조건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우리가 금액을 적게 받았다고 생각한다.

” 면서 SBS가 비싼 가격에 중계권을 사들이는 바람에 국부를 유출시켰다는 비판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에릭슨 본부장의 이 같은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며, 한 마디로 물건을 팔아넘긴 “상인”의 거드름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난 동계올림픽에 이어 이번 월드컵도 SBS의 독점중계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딱한 입장에 놓여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외국인이 한국의 언론정책에 대해 버젓이 기자회견을 열어 “감 노아라 대추 노아라” 참견을 하고 있으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분개를 금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건(중계권)을 팔았으면 그만이지 “싸게 팔았다”는 것은 무슨 속셈이며, 현재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중계를 위한 자율협상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공동 중계는 어렵다”고 하니 이것이 무슨 망발이냐 그런 의미다.

아마도 에릭슨 씨는 한국 국민들에게는 황제보다도 더 큰 권한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이 같은 사태는 물론 에릭슨 본부장의 잘못만은 아니다.

SBS와 KBS 및 MBC라는 한국을 대표하는 지상파 방송3사가 천박하고도 비정상적인 중계권 취득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시청권은 안중에도 없이 자사의 상업적인 이익만을 위해 몰입하는 지상파방송들의 행태가 4년이나 계속될 수 있는 나라의 국민들이 존경을 받거나 그러한 국민들에 예의를 갖추는 일은 서툴러 질 수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기 때문이다.

실례로 이웃나라인 일본이나 독일 등에서 월드컵경기를 민간방송사가 독점 중계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참으로 요즘 TV방송들은 정말 안하무인이다.

시도 때도 없이 광고가 끼어드는 것은 고사하고 광고 시간이 본 프로그램시간보다 길어진 것이 아닌지 의심을 품을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렇게 시청자를 업신여겨도 되는 것인지 분통이 터진다.

아무도 이를 말리거나 제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있다지만 이번 월드컵 중계방송을 둘러싸고 SBS와 KBS가 계급장을 떼고 4년이나 맞장을 뜨고 있는데, 정작 월드컵이 코앞에 닥아 와서 한다는 소리가 “자율협상 권고”라니 헛심이 빠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경기를 SBS가 독점 중계하는 것은 일개 민방이 전 국민의 채널 선택권을 빼앗는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남은 시간은 별로 없는듯하다.

청와대가 다시 한 번 “전봇대 뽑기”에 나서 주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