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밭두렁 불태우기의 득(得)과 실(失)
논·밭두렁 불태우기의 득(得)과 실(失)
  • 김 윤 병
  • 승인 2010.04.1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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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식을 전후로 논·밭갈이를 하면서 본격적인 한해 농사를 준비한다고 한다.

또한 곳에 따라서는 청명·한식일을 ‘손 없는 날’이라고 하여 택일을 하지 않고도 산소를 돌보거나, 묘자리 고치기, 집수리를 한다.

이러한 일들은 봄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겨우내 미루어 두었던 것들이다 그러나 청명과 한식을 전후로 매년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산불이다.

금년 봄은 잦은 강설과 강우로 예년에 비해 산불이 크게 줄었지만 4월 이후 가뭄이 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난 한해 입산자 실화로 인한 산불이 전체의 42%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논ㆍ밭두렁 및 쓰레기를 태우다가 산불을 낸 경우가 27%나 차지했다.

산림청에서는 매년 봄철 전국 7천여 명의 산림공무원과 2만6천여 명의 산불감시인력을 동원하여 논ㆍ밭두렁을 태우지 말자고 계도와 단속을 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논ㆍ밭두렁의 마른 풀과 폐비닐, 볏짚 등 영농폐기물(쓰레기)을 손쉽게 처리하려는 의도와 논ㆍ밭두렁에 잠복하고 있는 병해충을 죽인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1987년 농촌진흥원 농업과학기술원 연구 자료에 따르면 불태운 논밭두렁에서 미세동물을 조사한 결과 거미 등 농사에 이로운 천적의 89%가 죽은 반면 해충은 겨우 11%만 소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잡초에 발생하는 도열병균은 그냥 둬도 벼에 전염되지 않으며, 흰잎마름병균은 수로에 자라는 줄풀 뿌리에 월동하고 벼물바구미도 산기슭의 낙엽 밑 땅속에서 월동하기 때문에 논두렁을 소각해도 방제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산림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최근 10년간 논ㆍ밭두렁을 태우다가 낸 산불로 60명이 숨졌으며, 그 중 80%가 70대 이상 고령자였다.

노인들이 영농준비를 하기 위해 논ㆍ밭두렁을 태우다가 불어오는 바람에 불이 번져 연기에 질식해 생명을 잃는 것이다.

한편,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복원연구팀은 동해안 산불(2000년 4월 고성~삼척) 이후 산림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산불발생이후 새로 심은 소나무는 10년이 지난 지금 평균 높이 1.9m, 직경 1.7cm로 성장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나 산불발생지역에서 자생한 참나무류는 평균높이 3.8m, 직경 3.9cm 로 새로 심은 소나무 보다 울창한 수림을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참나무류는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없지만 줄기 속은 곰팡이의 일종인 부후균이 침투해 까맣게 변한 상황이다.

이런 나무는 성장을 해도 결국 속이 썩고 만다.

이 같은 이유는 나무가 산불에 스트레스를 받은 이후 밑동에서 새로운 줄기가 자란다고 해도 균에 의해 원줄기와 함께 썩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성에서 삼척까지의 산림은 산불발생 10년이 지난 지금도 신음하고 있으며 원상태로 회복하기에는 아직도 까마득하다.

이에 산림청은 잘 가꿔온 산림을 산불로부터 보호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지난 3월 15일부터 4월25일까지를 산불총력 대응기간으로 정하고 산불방지대책본부를 24시간 비상근무와 휴일 없이 전 직원이 산림보호 담당구역 내 집중단속 및 계도를 하고 있다.

내년 봄부턴 우리주변에서 “논·밭두렁을 태우지 맙시다” 라는 현수막을 볼 수 없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