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시간여행기<종합>] 바꾸고·숨기고·드러내고…새 꿈꾸는 기업들
[기업 시간여행기<종합>] 바꾸고·숨기고·드러내고…새 꿈꾸는 기업들
  • 장민제·윤경진·최지원·김태형 기자
  • 승인 2023.06.0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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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LG, 그룹명 조기 정립…브랜드 가치 극대
현대차, UAM·로봇 확장…'자동차' 삭제 가능 UP
포스코·한화·HD현대 '친환경·우주 미래사업' 지향

네이버, '모바일 재현'…카카오, '브랜드키우기' 집중
게임사, 게임 넘어 사업 확장 의지…'간판갈이' 방점

#.사명과 CI(기업 아이덴티티, 로고)는 기업의 얼굴이다. 한 기업의 역사와 정체성, 가치·철학을 담고 있다. 쉽게 바꾸기 힘든 요소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진화·보수·발전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새로운 목표와 꿈을 꾸고 더 큰 도약을 꾀할 수 있다. <신아일보>의 20년 발자취에 맞춰 한국의 주요 그룹들은 얼굴에 어떤 변화를 줬을지, 그리고 <신아일보>가 그리는 미래 20년에 발맞춰 기업들의 향후 얼굴 형태까지 그려본다. <편집자 주>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사진=아이클릭아트]

2022년 상호를 변경한 상장사는 총 104개사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는 21개사, 코스닥시장에서는 83개사가 상호를 변경했다. 최근 5년간 상장법인 상호변경 현황 분석 결과 2021년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이는 신기술과 트렌드,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이미지 변신,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기업들의 의도로 분석된다. 실제 상호변경 사유로 ‘회사 이미지 제고’가 41개사(29.9%)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영목적 및 전략 제고’ 38개사(27.7%) △‘회사분할·합병’이 28개사(20.4%) △‘사업 다각화’ 28개사(20.4%) 순으로 나타났다.

사명변경은 변화된 시장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대표적으로 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사명을 바꾼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기업들의 이같은 이미지 변신은 사명뿐 아니라 로고 변경을 통해서도 추진된다. 대기업 중 연혁이 긴 곳들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그룹명을 확정하고 브랜드 가치를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오랜 시간 사명에 쌓인 가치를 유지하면서 새로움을 주기 위함이다. 삼성·SK·LG 등이 대표적이다.

◇ 삼성, 사명 자체가 브랜드…토요타·혼다·소니 넘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사명의 가치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삼성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는 사명 자체를 브랜드화 하고 있다. 글로벌 파트너들에게 ‘SAMSUNG’이라는 이름을 뚜렷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레터마크’ 사용을 확대 중이다.

삼성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삼성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삼성’은 1960년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설립한 ‘삼성상회(三星商會)’가 모토로 ‘세 개의 별’을 뜻한다. 1993년 고 이건희 회장의 신 경영선언 후엔 파란색의 오벌(타원형) 마크를 제정해 사용했다. 레터마크는 2000대 초반부터 품격 있는 브랜드 이미지 전달을 위해 글로벌 마케팅 활동에 사용됐고 2015년부터는 주요 마케팅 활동 전반에 레터마크만 사용토록 했다. 고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입원하자 이재용 회장(당시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선 다음해부터다. 2019년엔 순차적으로 국내외 사업장 출입구에 부착된 기업명(로고)을 삼성 레터마크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DX부문 직원들의 명함도 ‘레터마크’로 교체했다.

최근엔 일본에서 ‘SAMSUNG’ 레터마크를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일본에서 스마트폰과 홈페이지 등 모든 부분에서 기업명을 없애고 ‘GALAXY(갤럭시)’만 내세웠다. 일명 디브랜딩으로 제품력만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레터마크를 표기하며 일본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Interbrand)에 따르면, 삼성의 브랜드가치 순위는 2003년 25위에서 2022년 5위로 올라섰다. 인터브랜드는 20년 전 “삼성은 이제 아시아 최고의 브랜드로 토요타, 혼다, 소니에 이어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보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뿐이다.

◇ SK, 진화하는 카멜레온 ‘행복날개’

최태원 SK 회장은 로고 ‘행복날개’를 변화시키며 시대에 적응한다.

SK그룹의 전신은 ‘선경직물’이다. 그룹 공식명칭을 ‘선경’에서 영문자 ‘SK’로 변경한 건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경영이 힘든 시기였다. 고 최종현 회장은 1998년 1월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신 기업이미지 선포 및 경영혁신 결의대회’를 열고 체질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SK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SK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행복’이 등장한 건 2000년대 초반이다. 최태원 회장은 2003년 분식 회계 파문과 경영권 분쟁 등으로 혼란한 시기를 겪은 뒤 ‘행복’을 기업 경영의 궁극적인 추구가치로 설정했다. 최 회장은 2004년 4월 창립 51주년 기념식에서 “사회 전체의 행복을 높여주는 게 SK의 기업 철학”이라며 “이 같은 행동원칙을 그룹경영 지침인 SKMS에 담아 재정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05년엔 현재도 사용 중인 로고 ‘행복날개’를 첫 선보였다. 행복날개엔 SK의 양대 성장축인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산업에서 ‘따로 또 같이’ 비상하는 두 날개를 형상화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을 향해 진취적으로 비상하는 수펙스(SUPEX) 정신’을 반영했다.

2020년엔 행복날개가 한 단계 더 진화했다. ‘행복날개’ 의미를 ‘사회·경제적 가치를 동시 추구해 SK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비상하는 모습을 형상화’ 한 것으로 재정의 했다. 또 색상범위를 기존 2가지에서 총 10가지로 확대했다. 특히 최 회장이 적극 추진 중인 ‘친환경 사업’을 상징하는 녹색도 포함했다.

◇ 현대자동차, 현대·기아서 2011년 정립…자동차 뗄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향후 그룹명에서 ‘자동차’를 뗄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재도 여전히 자동차가 주력사업이지만 사람이 이동하는 모든 수단인 모빌리티를 지향하는 만큼 사명에서 제한을 둘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 기아자동차의 경우 지난 2021년 사명을 기아로 변경했다. 자동차, 완성차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모빌리티 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함이다. 해외에선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초기 ‘테슬라 모터스’에서 2017년 ‘테슬라’로 사명을 변경했다.

현대자동차그룹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2000년 9월 현대자동차와 다른 계열사 9개가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출범했다. 당시 그룹 매출의 대부분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차지했다. 이에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라는 그룹명과 함께 현대·기아 로고를 동시에 사용했다. 그러나 그룹 출범 후 자동차뿐만 아니라 신용·레저·건설 등 다양한 사업으로 진출하며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특히 완성차 조립과 부품은 물론 차량용 철강생산부터 운송까지 자동차 관련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이에 2011년 CI 작업을 통해 현재의 엠블럼을 확정하고 ‘현대자동차그룹’으로 그룹명을 확정해 사용 중이다.

그러나 UAM(도심항공교통) 사업을 비롯해 로봇 등 다양한 미래 사업을 추진 중인만큼 그룹명을 변경할 가능성이 언급된다. 현대차는 최근엔 입는 형태의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 ‘엑스빌(X-ble)’도 선보였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19년 수석부회장인 시절 임직원과 대화에서 “미래에는 자동차가 50%, 개인용 항공기(PAV·)가 30%, 로보틱스가 20%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 1995년 완성 로고유지…‘미래의 얼굴’ 담다

구광모 LG 회장은 28년 전인 1995년 완성한 브랜드를 유지하며 발전시키고 있다.

LG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LG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LG 브랜드의 뿌리는 고 구인회 창업회장이 각각 1947년, 1958년 설립한 락희화학공업사와 금성사다. 구인회 창업회장은 첫 국산 화장크림으로 만든 ‘럭키크림(Lucky Cream)’이 큰 성공을 거두자 ‘Lucky’ 단어를 음차해 회사 이름을 정했다. 락희화학은 1974년 럭키로 상호를 변경했고 이후 설립한 금성사가 커지면서 1983년 럭키금성그룹으로 그룹명을 변경했다.

1995년 1월1일엔 고 구본무 회장이 취임하면서 그룹명을 럭키금성(Lucky Goldstar)에서 현재의 ‘LG’로 변경했다. 이후 럭키, 금성, 럭키금성 등 혼재된 계열사 명칭을 LG로 통일했다. 이는 경영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그룹의 장기 비전을 공유하는 경영혁신 차원이다. 당시 ‘럭키금성그룹’을 줄임말로 ‘럭금’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새 그룹명 ‘LG’와 함께 등장한 심벌마크는 ‘미래의 얼굴’이다. 신라시대 유물인 얼굴무늬 수막새 기와에 담긴 ‘신라인의 얼굴 미소’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됐다. LG는 “‘미래의 얼굴’은 LG의 얼굴로서 세계 최고를 지향하고 힘이 넘치는 젊음과 새로운 기술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노력을 표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세계, 미래, 젊음, 인간, 기술’ 등 5가지의 개념과 정서를 형상화했다. 또 ‘L’과 ‘G’를 원 속에 형상화시켜 인간에 중심을 두고 있는 LG의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을 표현했다. 하나의 눈은 목표지향성, 집중성, 미소를 의미하고 비대칭의 우측 여백은 변화 적응성 및 창조성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았다.

◇ 포스코, 철강 넘어 수소·소재 주력…친환경 에너지기업 탈바꿈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사명을 유지하면서 기존 철강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난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포스코의 전신은 1968년 4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철강공업 육성계획으로 탄생한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다. 외환위기 후 2000년 10월 정부지분을 매각하며 완전한 민영기업으로 거듭났고 2002년 변경한 사명 ‘포스코’를 현재도 사용 중이다.

당초 포스코는 ‘포항 아이언 앤 스틸 컴퍼니(POhang Iron&Steel COmpany)’의 주요 영문자를 조합한 사명이다. ‘포항제철’의 뜻을 살리면서 ‘제철’이라는 단어를 숨겨 사업영역 확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후 S에 스틸(Steel)만 아니라 ‘스틸로 고객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솔루션(Solution)을 만들어내는 회사’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2018년 최 회장 취임 후엔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담은 ‘With POSCO’ 배지도 선보였다.

포스코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포스코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포스코는 지난해 지주사 체제 전환을 공식화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속성장과 기업가치 제고를 가장 성공·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그룹의 미래 신사업을 발굴하고 사업 및 투자 관리를 전담하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철강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존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CCUS(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기술) 기술 등 친환경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주도한다.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는 △철강 △이차전지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 등을 그룹 7대 핵심 사업으로 정하고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다. 2030년까지 기업가치를 3배 이상 끌어올려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주요 계열사 사명도 변경했다.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 △포스코DX(옛 포스코ICT) △포스코와이드(옛 포스코O&M) 등이다. 신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그룹 차원의 새 비전을 담기 위해서다.

◇ 한화, 우주 속으로…무한진화·팽창·성장 담았다

한화는 오너 3세 김동관 부회장 주도로 우주항공·방산, 신재생에너지·소재 등 다양한 신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하고 ‘한화오션’ 닻을 올렸다. 한화는 ‘그린 에너지 밸류체인 메이저’, ‘국가대표 방산 기업’, ‘해양 솔루션 리더’로 발돋움한다는 포부다.

다만 로고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제정한 로고가 현재는 물론 미래도 포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화의 로고 ‘트라이서클(Tricircle)’은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우주 속으로 무한진화, 팽창, 성장하는 3개의 원으로 구성됐다. 3개의 원이 역동적인 에너지를 확장하며 무한성장해 나가는 이미지를 조화롭게 표현했다. 또한 3개의 원은 창조적 만남을 통해 고객, 사회, 인류의 내일을 키우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하는 한화그룹을 모습을 담았다. 트라이서클과 함께 사용되는 한화의 서체(로고타입)도 역동성과 부드러움을 전달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한화 로고를 제작한 세계적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는 “급변하는 한화그룹의 큰 사업 축에서 소비자 친화적인 21세기형 CI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한화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한화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현재 한화의 로고는 창립 이후 4번째다. 한화그룹의 모태는 1952년 현암 김종희 창업주가 부산에서 설립한 한국화약(韓國火藥) 주식회사다. 첫 CI는 화약 산업을 모태로 한 기초 산업 분야 업종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형상화했다. 둥근 원형을 톱니바퀴로 표현해 기간산업을 토대로 한 기업경영의 의지를 표현했다. 양 옆 망치는 장인정신을 지니고 근면, 성실의 자세로 일하는 근로자를 나타낸다.

이후 1964년 한화그룹은 사세를 확장하며 새로운 CI를 제정했다. 새 CI는 마름모형의 입체적인 다이아몬드를 표현했다. 마크 중심의 ‘K’는 한국화약과 한국화약그룹의 이미지를 통합했다.

세번째 CI는 1994년 그룹명을 변경하면서 제정했다. 당시 한국화약그룹 고위 관계자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측이 잘못된 ‘플랜카드’를 내건 게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플랜카드엔 한국화약그룹의 영문표기인 KOREA EXPLOSIVE GROUP을 ‘남조선 폭파집단’으로 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 HD현대, 전통성·역동성·미래지향 비전 그렸다

차기 총수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중공업’을 넘어 기술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그동안 유지하던 그룹명을 ‘HD현대’로 변경했다.

새 사명 HD현대는 ‘인간이 가진 역동적인 에너지(Human Dynamics)’로 ‘인류의 꿈(Human Dreams)’을 실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기존 제조업 중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투자 지주회사로서의 위상과 역할 강화가 목적이다. 사명 변경을 계기로 앞으로 미래사업 분야의 신성장 동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굴·육성할 방침이다.

HD현대는 “새로운 사명은 회사의 미래 지향점을 담고 있다”며 “이번 사명 변경을 계기로 투자형 지주회사로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HD현대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HD현대는 그룹의 공식명칭 변경을 선언한 데 이어 ‘시대를 이끄는 혁신과 끊임없는 도전으로 인류의 미래를 개척한다’는 미션을 공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3대 핵심 사업 비전을 제시했다.

조선해양 부문은 ‘바다의 무한한 잠재력 실현’, 에너지 부문은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 생태계 구현’, 산업기계 부문은 ‘시공간적 한계를 초월하는 산업솔루션 제공’을 새로운 비전으로 삼고 미래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나간다는 포부를 담았다.

HD현대는 새로운 CI(Corporate Identity, 기업 이미지)도 공개했다. 포워드 마크(Forward Mark)로 이름 붙여진 새 심볼은 기존 피라미드 형태 삼각형에서 출발해 화살표 형태로 완성됐다. 포워드 마크의 역동적인 모양은 변화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HD현대의 의지를 상징한다. 녹색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의미한다.

◇ KT, 한국 통신 역사 산증인…미디어콘텐츠기업 진화 꿈꾼다

성공적으로 민영화에 안착한 KT는 미디어콘텐츠기업으로 진화를 꿈꾼다. 2025년 미디어 매출 5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다.

KT는 한국 통신산업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왔다. 지난 1981년 12월 출범된 ‘한국전기통신공사’가 KT의 모태다. 당시 고도 경제 성장기를 지나 정보통신산업이 발전하면서 통신 수요가 증가하자 당시 체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통신 부문을 전담하는 조직이 한국전기통신공사(한국통신)로 분사됐다.

KT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KT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한국통신은 1982년 삐삐 서비스를 시작으로 1994년 인터넷 상용 서비스 '코넷'(KORNET)을 출시하며 유무선 통신 인프라 구축을 주도했다. 1997년 1월에 한국통신프리텔(KTF)을 설립했고 같은해 10월 개인휴대통신(PCS) 전국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며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외환 위기로 인한 통신 시장 개방 움직임으로 민영화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한국통신 창립 20주년인 2001년 12월 지금의 사명인 KT로 확정됐고 2002년 8월 민영기업으로 공식 전환됐다. 이후 2008년 IPTV(인터넷TV)를 국내 최초 상용화하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대회에서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5G(5세대이동통신) 시범서비스를 선보였다. 2020년부터는 탈통신 경영을 펼치며 미디어·콘텐츠, 금융, 커머스, 헬스케어, AI(인공지능), 로봇, 클라우드를 핵심 성장 사업으로 하는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 전환을 선포했다. 특히 미디어 밸류체인인 KT스튜디오지니, ENA 등과 함께 또다른 변화를 주도한다.

◇네이버, '아이덴티티' 강조…모바일 쥐고 해외공략

네이버는 전신을 벗어던지고 모바일시대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다. 

과거 네이버는 몸집을 키워왔다. 1999년 전신 ‘웹글라이더’에서 분사해 본격적인 닻을 올렸지만 이듬해 한게임 등을 인수해나가며 NHN으로 간판을 키웠다. 당시 네이버는 포털사이트 중 5위였다. 그러나 2002년 ‘지식iN’ 서비스를 내놓으며 이용자를 늘렸고 이듬해 블로그와 카페 서비스를 내세워 검색엔진 1위에 올랐다. 이후 검색엔진 개발사 등 다양한 벤처기업들을 인수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가파르게 몸집을 불려나가던 네이버가 살을 벗어던지기 시작한 건 2013년 8월이다. 현재의 네이버는 NHN(당시 NHN엔터테인먼트)이 인적분할로 분사되면서 탄생했다. IT 환경이 모바일 시대로 넘어가면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포털, 게임 부문으로 나눴다는 게 공식적인 이유다.

네이버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네이버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네이버는 분할과 함께 공식 CI(기업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마련했다. 네이버의 로고를 CI에 그대로 살려 회사와 서비스의 브랜드를 통일시키는데 집중했다. 네이버는 ‘항해하다’라는 뜻의 Navigate와 ‘무엇을 하는 사람’이란 뜻의 접미사 ‘er’이 만나 탄생한 이름이다. 로고는 일정 주기로 변경됐지만 초록색의 고딕 계열 대문자 글씨는 유지되고 있다. 친근함과 신뢰를 의미하며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더 큰 세상에 친근하고 믿을 수 있는 콘텐츠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철학을 담고 있다.

네이버의 도전은 이해진 GIO(글로벌 투자총괄)의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이 GIO는 2019년 일본 소프트뱅크와 합작법인 Z홀딩스 출범 등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21년 사내강연에서 “3~5년 뒤 내가 하자고 했던 해외사업이 망하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며 해외사업 중요성을 강조했다.

◇카카오, 탈바꿈 아이콘…목적지 ‘ESG'

카카오 브랜드는 탈바꿈의 역사를 거듭해 오면서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로 안착하는 데에 집중할 전망이다. 카카오는 이를 위해 지난 2021년을 ‘카카오의 약속과 책임’을 담은 ‘카카오 시즌2’의 해로 정하고 미래 지향적인 혁신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사명 변경이 잦다. 전신은 2006년 설립된 아이위랩이다. 아이위랩은 국내외 시장을 겨냥해 블로그 서비스 등을 제공했지만 큰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후 스마트폰 위젯 개발사를 인수해 앱·웹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선보이는 과정에서 카카오톡이 탄생했다. 아이위랩은 2010년 9월 카카오톡이 큰 인기를 얻자 사명을 카카오로 변경했다. 사명 변경 후 카카오는 단체채팅 등 카카오톡 기반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지속 성장했다. 2014년 5월 포털서비스 기업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인수합병되며 다음카카오로 변신했다. 그러나 2015년 9월 사명을 다시 카카오로 되돌렸다. 카카오는 기업 정체성을 모바일로 공고히 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카카오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이후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즈 등 주요 계열사에만 ‘카카오’ 명칭을 붙이며 브랜드 가치를 키우고 있다. 2020년 문어발식 사업 확장 관련 비판에 직면했지만 ESG 경영 강화 등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2021년 이사회 산하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를 설립하고 위원장을 맡았다. 카카오는 같은 해 5월 첫 ESG보고서에서 ‘카카오의 약속과 책임’을 공개했다. ‘카카오의 약속과 책임’은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카카오에 기대하는 미래 지향적 혁신을 만든다는 게 골자다. 카카오는 이를 통해 사회문제 해결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자 역할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 넷마블, 신사업 추진일환 '사명 교체'…블록체인 생태계 통해 도약 기대 

넷마블은 AI(인공지능), 문화콘텐츠, 블록체인 등 미래사업을 준비·확대하는 차원에서 2018년 넷마블게임즈에서 현재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당시 신규사업분야에 AI와 블록체인 사업을 추가하며 미래 먹거리 사업 준비에 들어갔다.

AI분야는 넷마블에프앤씨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에서 출시한 가상 걸그룹 '메이브'에서 꽃을 피웠다. 메이브는 AI 기술을 활용해 멤버마다 고유한 음색을 가진 목소리를 내고 외국어도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도록 했다. 4인조 메타 아이돌인 메이브는 지난 1월25일 데뷔 이후 신곡 뮤직비디오 영상이 열흘 정도만에 유튜브 조회수 900만을 기록했다.

넷마블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넷마블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은 넷마블의 블록체인 플랫폼 마브렉스가 담당한다. 넷마블은 지난 4월 '모두의마블2: 메타월드'를 마브렉스 생태계에 출시했다. 이 게임은 전세계 2억명이 즐긴 캐주얼 보드게임 ‘모두의마블’의 후속작으로 전작의 전략적인 보드 게임성을 보다 강화된 형태로 계승함과 동시에 실제 지적도 기반 메타버스 공간인 ‘메타월드’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게임 재화 ‘메타캐시’는 게임 토큰인 이네트리움(ITU)과 교환할 수 있다.

◇ 크래프톤, 블루홀 시절 마감…"전세계 소구력 높은 게임 만들 것" 

크래프톤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며 성공적으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능력 있는 우수한 게임 개발자가 모여서 양질의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발돋움 하기 위한 바람을 새로운 사명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 성공은 간판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견인한 실적에서 확인된다. 크래프톤은 올해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 2830억원, 매출 538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0.1% 줄었지만 주식보상비용을 제외(2930억원)하면 12% 증가했다. 매출은 3% 올랐다. 배틀그라운드가 출시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크래프톤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크래프톤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크래프톤은 글로벌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스케일업 더 크리에이티브’라는 전략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공급자 역할을 하겠다는 복안이다. 크래프톤은 자체 개발 게임과 소수 지분 투자로 크리에이티브를 발굴하고 성장성을 극대화한다. 크래프톤은 독립 스튜디오와 효과적인 소통 체계를 갖추고 정밀한 검토, 리뷰, 종합적인 테스트를 강조하는 제작 제작 프로세스를 확립할 계획이다.

◇ 컴투스홀딩스, 적자 터널 끝 …'그룹 역량 총동원' 미래 승부 

컴투스홀딩스는 계열사 투자이익 증가에 힘입어 적자 터널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사명 변경을 포함한 적극적인 투자와 신규사업 진출이 턴어라운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컴투스홀딩스는 전신인 게임빌 역사를 아우르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통합했다.

컴투스홀딩스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컴투스홀딩스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컴투스홀딩스의 'MLB 퍼펙트 이닝 23'을 비롯해 '워킹데드: 올스타즈',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 2023'은 컴투스홀딩스 대표 인기작으로 꼽힌다. 컴투스홀딩스는 향후에도 그룹 역량을 총동원해 성과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특히 MMORPG '제노니아'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게임은 컴투스가 개발하고 컴투스홀딩스가 서비스하는 신작이다. 국내와 글로벌에서 폭넓은 인기를 얻으며 누적 63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던 동명의 원작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이다.

jangsta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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