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下) 여야 청년정치인 좌담회 "선거제·공천룰 개혁해야 청년정치 성장"  
[창간특집](下) 여야 청년정치인 좌담회 "선거제·공천룰 개혁해야 청년정치 성장"  
  • 강민정, 진현우 기자
  • 승인 2023.06.0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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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정치권, 줄 서야 하는 문화 자리 잡아 여당 역할 못해"
전용기 "청년이 하면 '쇼'라고 비판… 선배 정치인 결단 필요"
김창인 "국회의원, '50대 남성' '변호사' 제일 많아… 구조 바꿔야"

내년 4월 치러지는 22대 총선은 어느 때보다 새로운 정치와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여야 정치권은 신인류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 표심을 잡기 위해 청년 인재를 영입하고, 청년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청년 정치는 여전히 미미하고 열악하다. 정치권의 높은 장벽과 패거리 문화는 청년정치인들에게 ‘줄서기’ ‘들러리’를 강요하고 있다. 현실적인 자금 문제나 신인보다 현역에게 유리한 공천룰도 이들의 국회 진입을 막는 최대 장애물이다. 20살 청년이 된 신아일보가 '90년대생 정치인'인 국민의힘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 청년정의당 김창인 대표를 만나 22대 총선을 향한 각오와 ‘젊은 국회’를 위해 바뀌어야 할 현실과 문제는 무엇인지 대안을 들어봤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국민의힘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 청년정의당 김창인 대표가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카페 하우스(How's)에서 열린 신아일보 창간 20주년 청년 좌담회에 참석해 청년 정치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국민의힘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 청년정의당 김창인 대표가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카페 하우스(How's)에서 열린 신아일보 창간 20주년 청년 좌담회에 참석해 청년 정치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대 때부터 청년 정치에 대한 생각이 있었나.

전용기: 20대 때도 싸워서 쟁취해야 한다는 생각은 똑같았어요. 학생회 활동할 때는 비운동권이었고, 실제로 무언가를 정치적으로 따내기보다는 우리의 실익을 위해서 목소리를 높였던 것 같은데. 우리가 가만히 있으니까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시각에서 '이거 내놔라, 저거 내놔라' 요구했던 거죠. 지금의 연장선상이라고 봐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청년을) 전혀 생각하지 않거든요. 청년 이슈가 더 많이 나와야 하고, 청년 정책에 관한 목소리를 더 키워야 선배 정치인들도 그 무서움을 알고 조금이라도 (청년 정책을) 더 하려고 하겠죠.

김용태: (생각을) 많이 했다. 저는 미국 정치인들을 보면서 동경을 많이 했어요. 왜 한국 정치는 저렇게 품격 있고, 그런 정치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없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사회자: 미국 정치인 중 누구를 가장 좋아했어요.) 오바마 대통령도 좋아했던 것 같은데. 대학생일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었으니까. 

한국은 권력에 대한 특성이 있는 것 같아요. 미국을 예로 들면 오바마 대통령 경우 대통령이 된 후 함께 경쟁했던 힐러리 후보를 장관으로 지명해서 (국정 운영을) 함께 하는 형태를 보이는데, 한국은 여야 할 것 없이 권력을 잡고 대통령이 되는 순간 여당이라고 하면 대통령만 바라보는 정당이 돼요. 지금 정치에서는 여당의 기능이 없죠. 여당은 대통령 얼굴로 총선을 치르는 정당 문화에요. 대통령하고 경선했던 이들과 함께 하기보다는, 핍박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경쟁 상대들을 모두 내치는 구조죠.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어요. 사실 당시 대통령 경선 후보들 사실 다 핍박받았어요. 정치라는 것이 결국에 대화하고 협치하고 또 열 가지 중에 정말 한 가지라도 같으면 같이 가는 거잖아요. 동지고, 설득해야 하고. 그런 미국의 수준 높은 정치 문화가 왜 한국에는 없을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었고 지금도 하고 있어요.

김창인: 저는 이제 진보정당 당원이 된 지 올해 15년 차예요. (사회자: 그럼 몇 살 때 처음 당원이 되신 거예요?) 19살 때. 저는 학생 운동을 되게 열심히 했어요. 이후에도 이제 사회 운동 영역에서 계속 활동을 하다가 '정당 정치를 해야겠다,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정의당에 입당해서 활동을 하고 있죠. 진보 정당이라는 존재는 그 존재 자체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양당과는 다른 역사적 맥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사회운동의 영역에서 이제 제도권, 여의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목소리들을 어떻게 가지고 들어올 것인가를 갖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게 진보 정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더 잘하고 싶어서 정당 정치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김용태: 아까 제 질문에 스스로 답을 내렸는데요. 왜 여당일 때는 대통령만 바라 보는 정당이 될까요. 사람들이 대통령 중심제이기 때문이라고 답을 내리는데, 미국도 대통령 중심제인데 미국의 여당 하원의원들은 그렇게 막 대통령에게 기고 그러지 않잖아요. 비판할 때는 비판하는 여당의 역할을 잘 해요. 지금 국민의힘도 어떻게 보면 사실 여당이 대통령실의 심부름센터로 전락한 느낌이 있잖아요.
 
저희가 문재인 정부 때 '여당이 왜 대통령실, 청와대의 하수인 역할을 하느냐'고 엄청 비판했거든요. 그런데 여야 할 것 없이 여당이 되면 그렇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공천 문제에 기인하는 거예요. 미국은 유권자가 (후보자를) 선출해요. 한국은 정당이 권력자, 특히 여당일 경우 당 대표 이상의 권력자들이 공천 과정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협조인지, 개입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늘 좋은 말들을 쓰시잖아요.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 기어야 하는 문화, 줄서야 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보니까 여당이 여당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거죠. 결과적으로는 이것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회의원 스스로가 권력에 기는 구조로 만들어놨던 것 같아요.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언론 보도'를 역량 증명의 척도로 삼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입법 성과를 (척도로) 볼 수 있겠다"며 "어떤 입법을 했고, 어떤 주장을 했는지를 펼쳐 놓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고 반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언론 보도'를 역량 증명의 척도로 삼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입법 성과를 (척도로) 볼 수 있겠다"며 "어떤 입법을 했고, 어떤 주장을 했는지를 펼쳐 놓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고 반문했다.

─현재 활동 중인 청년 정치인 한 명으로서 자신의 역량과 성과를 증명하고 있는 것 같나.

전용기: 역량 증명의 척도가 뭘까요? 사실 언론 보도를 통해서 (정치인의 성과를) 보는데, 힘없는 사람들은 아무리 목소리를 내도 사실 보도가 안 돼요. '언론 보도'를 역량 증명의 척도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입법 성과를 (척도로) 볼 수 있겠죠. 어떤 입법을 했고, 어떠한 주장을 했는지를 펼쳐 놓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현 체계안에서는 청년 정치인을 평가할 수 있는 척도가 미비해요.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됐을 때, '이 사람이 엄청난 성과를 냈다'고 해요. 일면만 봐요. 이 전 대표가 당 대표가 되기 위해서 10년간 정치 활동을 한 것이나, 그동안 쌓아 온 활동에 대해서는 아무도 평가를 하지 않았어요.

이런 데서 부딪히는 측면이 있죠. 솔직히 얘기하면 '지금 청년 정치인들이 잘 못하고 있다'고 비판을 받는 게 억울한 측면이 굉장히 많아요.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쇼' 한다고 비판받죠. 타투법(타투업법)을 (의결)하기 위해서 타투 스티커를 붙이고 국회 본청 앞에 사진을 찍었는데, 이를 안 좋게 보는 시선도 있어요. 그런데 왜 그렇게 해야 할까요? 그렇게 해야 공론화가 되고, 그렇게 해야 법을 바꿀 수 있는 동력이 생겨요. 그렇게 해야만 언론에도 많이 비춰질 것이고, (그것을 본) 사람들이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아?'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청년들이 하면 또 쇼라고 하더라고요. 청년이 (튀는 행동을) 하면 또 '저래서 애들 시키면 안 된다'고 비판적인 이야기를 할 게 뻔해요. 그렇다면 어떤 방식을 통해서 타투법을 통과시킬 수 있을까요? 세대 공감성을 이야기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사회를 이야기하면서 (청년 세대를 대변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지만 스피커가 작기 때문에 못하는 것도 굉장히 많아요.

사실 이러한 구조 안에서 청년 정치인이 실력을 인정받으려면 정치권의 결단도 필요하다고 봐요. 현재 소위 586 세대라고 불리는 그룹이 어떻게 대거 30대에 국회에 진출할 수 있었겠어요. 그 윗세대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죠. 김대중 대통령이 '이 사람들이 (정치권에) 들어와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결단으로 대거 등용을 했기 때문에 그들이 지금 실력을 쌓고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거예요. 이것은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동일해요. 그 당시 결단의 영역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청년 세대가 정치권에) 들어가고, 자신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었다고 봐요.

김용태: 제가 생각하는 청년 정치의 척도나 기준은 기득권에 반(反)할지라도, 혹은 정당의 당론에 반할지라도 정당 가치 안에서 내 소신을 정확히 말할 수 있는 것,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거예요. 현재 우리나라 정치 구조상 (이것이) 굉장히 어렵죠. 정치 구조를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우리나라 정치 구조는 '줄을 서야' 해요.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87년 체제 이후 대통령 직선제가 시작되면서 성장했죠. 대통령과 광역단체장은 정당의 후보 선출 과정에서부터 국민이 직접 (후보를) 뽑아요. 대통령 경선, 광역단체장 경선에 국민이 참여하잖아요. 하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는 것 같지만, 잘 생각해 보면 국민이 뽑는 것이 아니에요. 공천에 국민이 참여하지 않으니까요.

결국 야당은 당 대표, 여당은 당대표 이상의 권력자한테 잘 보이고 줄을 서야지만 공천을 받게 돼요. (국회의원 총선거는) '공천을 받은 사람'에게 국민이 투표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이나 젊은 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권력자에게 아첨하고, 줄을 서서 성공하는 정치권 문화가 쭉 이어져 왔어요. 현재 각 정당에서 주류로 볼 수 있는 젊은 정치인도 이러한 구조에 익숙해져 있고, 이러한 구조 안에서 성공할 수밖에 없다 보니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아부와 아첨을 해서 한 자리에 가고, 공천을 받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거죠. 

저는 이 문화를 깨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문화를 깨고 참 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것이 젊은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요. 이 부분에서 계속 목소리를 내고, (이뤄내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데 결과론적으로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에 평가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창인: 두 사람의 말에 기본적으로는 공감을 하지만, 사실 청년 정치인들이 증명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남 탓 해봐야 소용없어요. 불리한 조건에 있는 건 분명하지만 그런 조건과 제도를 지적하고, 거기에 문제의식을 표출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대중이 청년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청년 정치인이 의회나, 당 요직에 더욱 많이 진출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할 수는 있겠죠. 솔직히 청년 정치인인 저한테는 좋은 일일에요. 하지만 그것이 과연 청년에게도 좋은 일인지, 그 연결고리를 청년 정치인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부분이 설명된다면 자연스럽게 (청년 정치 관련) 논의들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직까지는 부족한 것은 맞죠.

이런 지점을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지는 청년 정치인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봐요. 이런 부담을 지우는 것도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논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집단이나 공동체의 존재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세대 정치로 성공한 건 386 세대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대협이라는 강력한 조직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사실 그들이 과대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죠. 80년대 대학생들이라고 해서 다 짱돌 들고 거리에 나가서 던지진 않았을  거고, (오히려) 아닌 사람들이 훨씬 많았겠죠. 그런데 우리가 '80년대 대학생'을 상상해 보면 모두 다 그랬을 것 같지 않아요? 이들 중 몇몇은 딱 한 번 집회에 나가 돌 한 번 던져 본 경험이 자신의 인생을 지배하는 사회적 경험이 돼 버린 거예요.

청년 세대에게 이 같은 사회적 경험이나 문화를 정치가 줄 수 있을까요. 이것이 우리 세대 청년 정치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런 지점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겠죠.

저는 이런 비유를 자주 드는데, 어떤 운동 경기가 있을 때 한 팀이 계속 져요. 그런데 지고 난 뒤 인터뷰에서 '왜 졌느냐'고 물어볼 때마다 '룰이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면 그 팀을 응원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겠죠. 매번 지더라도, 그 매번 지는 경기 속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의 경기와 게임을 좋아하는 관중들이 생겨나게 되고, 그 관중들이 '이 팀은 이렇게 좋은 경기를 하는데 왜 맨날 질까'라고 이야기할 거예요. 저는 이런 과정을 밟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청년 정치도 비슷해요. 대중이 청년 정치인 개개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언가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이 정치 지형 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를 보고 그 안에서 감동을 느끼고 싶은 부분이 있을 거예요. 그런 지점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전용기: 청년 정치인이 성과를 내려면 정치가 이벤트성으로 변질돼서는 안 됩니다. 인재 영입해 와서 '우리가 이렇게 탈바꿈했으니까 우리를 뽑아주십시오'라고 하는 정치는 전부 다 없어져야 해요.

해외 선진국에서는 30대 총리, 30대 장관 등 청년 정치인이 나와요. 이런 정치 선진국은 보면 10대 때부터 정치나 상호 존중 방법, 토론 등을 모두 가르쳐요. 이 과정을 거쳐 실력을 갖춘 사람이 총리도, 장관도 하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반대입니다. 쳥년이 '정치를 배우겠다'고 해서 (정치권에) 들어오면 심부름만 시키지, 그를 육성해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아요. 애초에 문화가 잘못됐기 때문이에요. 중·고등학교에서 정치 교육한다고 하면 '입시 교육해야지, 왜 중·고등학교에서 정치 교육을 하느냐. 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들 것이냐'고 반대할 걸요.

저는 사실 청년 정치인이라고 과대 포장하는 것도 반대해요. 그냥 '젊은 정치인'인 거예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이념, 정치 철학 등을 교육 받아 젊은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구도로 가야지,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청년 정치인'이 돼서 성과를 내 보라는 것 자체가 잘못 설계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교육부터 바뀌어 가야 해요.

김용태: 전 의원의 말에 동의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 직업 정치인이었는데, 정치에 대한 동경심이 굉장히 많았어요. 지금 정당 가입하고 정치 활동한 지 5년 정도 됐는데 그동안 선배 정치인들을 보면서 선거 때 유권자를 대하는 법, 악수하는 법, 기자와 스킨십 하는 법,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 방송에서 내 의견을 어떻게 조리 있게 전달해야 하는지 등을 배웠어요. 이런 것들이 내게 다 훈련의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젊은 정치인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 성장해 나가는 것 같은데, 전 의원 이야기처럼 우리 정치권은 젊은 정치인을 동원 대상으로 보는 것 같아요. 계속 인재 영입을 위해 '반짝 스타'를 키우려고 하다 보니 이것과 괴리감과 이질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권이 계속 바뀌어 가야 하는 부분이죠.

 

청년정의당 김창인 대표는 '정치권의 청년 세대를 액세서리로 활용하고 있다고 본다'는 질문에 "서로의 필요성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애초에 액세서리를 기대하고 만든 자리인데, 그 자리에 가서 다른 역할을 하려고 한다면 당연히 반발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시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실력을 증명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청년 세대를 액세서리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는데.

김창인: 그런 측면이 분명히 있고,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꼭 청년만이 아니라 일종의 상징성이 있는 인물을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을 모든 정당이 다 하죠. 청년 정치인 입장에서는 이것을 잘 활용해서 실력을 검증해 나가면서 자신의 자산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서로의 필요성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해요. 애초에 액세서리를 기대하고 만든 자리인데, 그 자리에 가서 다른 역할을 하려고 한다면 당연히 반발이 있겠죠. 대부분의 청년 정치인을 둘러싼 논란이 이런 것들이잖아요. 액세서리가 액세서리 역할만 해야 하는데, 이들이 뭔가 권한을 갖고 (시도)하려고 하면 일종의 리스크(위험)라고 생각해버리죠. 이런 시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실력을 증명하는 방법 밖에는 없어요. 그렇지 않는다면 (대중에게) 투정 부리는 모습처럼 보일 수 있어요. 사실 지금은 액세서리로 만들어진 그 자리도 못 얻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죠.

전용기: 현 시스템 안에서 청년에게, 청년 정치인에게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에요. 거대 양당에서는 줄 서기 구조로밖에 가지 않는데 거기서 무슨 실력을 보이겠어요. 실력을 내 보이면 옆에서 '쓴소리 하라'고 부추기는 사람이 나오고, 그러면 또 (그런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나와요. 이러한 현실 속에서는 (실력을 입증하기가) 굉장히 어렵죠. 젊은 정치인을 많이 양성하고 정치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어요.

첫 번째는 정치개혁입니다. 선거법, 다 바꿔야 해요. 완전한 다당제가 실현되지 않으면 젊은 정치인이 줄 서지 않고는 (정치권에) 못 들어와요. 선거제도를 확실히 바꿔서 완전한 다당제를 실현, 다양한 정당이 정치권에 들어와서 젊은이들이 자신의 소신을 자연스럽게 펼칠 수 있게끔 하는 방법이 있겠죠.

두 번째는 청년 정치인을 어릴 때부터 발굴해서 성장시켜 대거 등용하는 거예요. 육성해 당 안에서도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으면 정부에서 대거 등용하거나, 공천에서 대거 등용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현 상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봐요.

─각 정당이 소속 청년 정치인을 찍어 내리는 게 있다고 본다.

전용기: 너희가 실력을 갖춰서 오라고 하는데, 그게 어떻게 되겠어요. 결국 당원은 조직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러려면 뭔가가 있어야 해요. 사실상 구조 자체가 (어렵다). 

김용태: 쓴소리하는 사람들은 다 찍어내려고 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전용기: 그렇죠, 맞아요.) 정의당도 그때 비례대표 의원 사퇴를 당원 투표에 부치는 것을 보면 류호정, 장혜영 의원을 겨냥했던 거잖아요. 국민의힘도 이준석 대표 체제를 무력화시켰고, 민주당도 어쨌든 박지현 비대위원장을 쫓아냈고요. 민주주의가 다원성을 갖고, 젊은 정치인들에게 와서 소신도 이야기하고 목소리를 내라고 불렀는데 그렇게 하면 내부 총질이라고 폄하하는 문화가 있다 보니 젊은 정치인이 활동하기 어려운 점이 있죠.
 
김창인: 좀 더 냉정하게 얘기하면 청년 정치인들에 대한 거부라기보다는 변화에 대한 거부라고 생각해요. 그것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것이 그것(변화)을 말하는 청년 정치인들에 대한 일종의 비토로 표출되는 거죠. 그런 부분들을 당 안에서 설득하는 것이 청년 정치인들의 역할이기도 해요. 어떤 조직이든 변화라는 게 사실 쉬운 건 아니니까요. 

─공정한 공천을 위해 공천 룰이 어떤 방향으로 짜여야 할까.

김용태: 이 부분에서는 전 의원과 의견이 충돌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결국에는 공천 기준과 콘셉트가 명확해야 해요. 아까 말했던 것에 첨언하자면, 지금 국회의원 공천 제도는 권력이 권력을 재생산하는 구조죠.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해서 당 대표가 되면 내 사람이나 나를 도와준 사람을 뽑고 그들에게 공천을 주는 것이 자행돼 왔던 구조이지, 유권자가 직접 (후보를) 선출하는 구조가 아니었어요. 결과적으로는 이것을 바꿔 나가야 합니다. 국민과 당원이 자신 지역의 (국회의원) 후보 선출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완성이고, 이를 이룩해 나가야 해요.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젊은 정치인, 신인 정치인이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상충하기 때문에 별도로 고민해 봐야 할 필요성이 있어요.

정당에는 전략공천 제도가 있는데, 젊은 청년 정치인에게 기회를 준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들을 전략공천하는 것보다는 청년들이 경쟁할 수 있는 특정 지역구를 만드는 건 어떨까요. 당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 젊은 층끼리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아니면 청년층에게 비레대표를 준다면 당원 투표를 통해 '어떤 청년'에게 비례대표를 주는 게 맞는지, 즉 유권자가 후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돼야 해요. 청년에게 기회를 준다고 하더라도 민주주의 관점에서 볼 때 당원과 국민이 후보를 뽑을 수 있도록 하는 콘셉트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전용기: 충돌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여요. 선거법 개정을 하지 않으면 답이 없어요. 젊은 사람이 정치권에 많이 난립할 수가 없거든요. 선거법을 바꾸지 않는 현실에 적응한다면, (청년 정치인을) 대거 등용할 수밖에 없어요. 김 전 최고위원이 말한 거 민주당에서 다 해봤어요. 청년 전략 경선 지구라고 해서 청년끼리 경선 시켜봤고, 청년 배심원제 도입도 해 봤거든요. 그런데 이것도 결국에는 조직 논리에 따라가더라고요. 

청년끼리 (경선을) 붙여야 한다는 것은 저도 100% 동의해요. 지난 21대 총선 공천 당시 '청년전략경선지구'라고 해서 장경태 전북 청년위원장과 의사 출신 김현지 비서관을 경선 붙였는데, 장 위원장이 당원 경선에서 승리해 국회의원이 됐죠. 이것도 하나의 청년 등용 방식이라고 볼 수 있겠죠. (청년 등용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어쨌든 (시도를) 많이 해 봐야 해요. 현행 제도 안에서는 선배 정치인들이 세대 대표성에 관해 얼마나 깊게 생각하느냐, 이들에게 얼마나 변화 의지가 있느냐에 달린 문제에요. 

김창인: 각 정당이 이번 총선에 임하는 전략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달라질 문제라고 생각해요. 청년을 중심으로 표를 얻고 싶은 건지, 아니면 다른 전략이 있을지에 따라서 달라지겠죠.

전반적인 선거 제도 자체를 두고 말하자면,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의원 중에는 흔히 말하는 '50대 남성' '변호사' 출신이 가장 많은데요. 이렇게 된 이유는 사실 해당 계층이 아니면 선거를 준비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돈과 시간도 없고, 감수해야 하는 기회 비용도 너무나 큰 거죠. 이런 문제를 해소해 나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청년의 정치 참여 길을 여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기득권 카르텔에 속한 일부만 정치하기 편한 이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2030세대가 다음 총선에 투표장에 나올까.

전용기: 안 나올 것 같아요. 지금 (정치인들이) 꼴 뵈기 싫은 것 같은데. 정치권 뉴스가 전부 수사 관련된 뉴스잖아요. 정치와 관련된 뉴스는 하나도 없어요. 지금 1년째 그러고 있고. 이게 왜 이렇게 되고 있는지 우리는 의심하고 있다만, 실제 사실인지 아닌지는 결국 국민들이 판단하시겠죠. 우리(민주당)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에요. 잘못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에 대한 그런 내용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봐요. (정치가) 어느 정도 신뢰를 주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데 전부 수사, 비리 관련 뉴스로 변질되는 것이 정말 바람직하지 않죠. 언론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슈들이 거기에 묻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요.

김창인: 가장 큰 책임은 양당에 있다고 생각해요. (전용기: 그렇죠) 양당이 스스로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2030뿐만 아니라 이제 국민들이 투표장에 찾아온 이유가 이제 점점 사라질 거예요. 양당 스스로 개혁, 쇄신하려는 움직임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정의당도 마찬가지예요. 양당 지지율이 이렇게 떨어지는데, 왜 정의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냐면 국민들이 같은 기득권 세력으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문제를 탈피 ,극복하기 위해서 정의당도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다음해 총선은 양당 심판론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고, 그런 공간들이 열렸을 때 국민들이 투표장으로 찾아올 이유가 생길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국민이 실망하는 시간들이 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겠다는 고민이 있어요.

전용기: 어떻게 끌어내야 될지는... (한숨) 현 상황에서는 다들 답이 없는 것 같아요.

김용태: 국민의힘은 과거에 '2030세대는 민주당의 주지지층'이라고 인식해 왔어요. 그러니까 저희가 노무현 대통령 때 대선 패배하고 보수 정당이 민주당의 조직, 팬덤에 대한 어떤 불안 의식을 느끼고 저희가 그때 당시에 기댔던 곳이 반핵반김국민협의회라는 단체와 기독교 등 종교예요. '2030은 당연히 민주당이나 정의당을 찍겠지'라는 생각 아래 십 몇 년 동안 이들이 광화문에 나와서 태극기를 들고 정당 가치를 외치는 보수 정치에 의존해 왔던 것 같아요. 그 당시 2030세대에게도 보수 정치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면 '태극기 입고 광화문에 나오는 정당' 정도로 인식을 했던 것 같고요. 이것을 깬 게 지난 대선이었고,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저희가 2030에게 지지를 받는다는 게 증명이 됐죠. 2030세대에게 마음을 열고 노력하면 이들이 민주당이나 정의당을 찍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힘을 찍는다는 것을 본 선거였어요. 

과거에는 지역 정치인들이 2030세대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지난 지방선거 이후로 2030세대에게 더 적극적으로 어필했던 것 같아요. 사실 지난 1년 간 우리 정당에서 다시 2030세대를 기피하려는 문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 2030세대가 국민의힘을 찍었다는 것을 증명했으니 이번 돌아오는 총선에서 이 2030세대가 국민의힘을 다시 지지할 수 있게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용태 국민의힘 전 청년최고위원은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2030세대에게 지지를 받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다음 총선에서 2030세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결국 당내에서 활동하고 쓴 소리를 내는 2030세대 청년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쎄, (잠시간 침묵) 어떻게 끌고 와야 할까. 지금 전당대회에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에서 당정 일체를 굉장히 강조했죠. 그런 당 대표가 뽑혔고, 당 지도부가 구성됐다. 오히려 이것이 위기가 된 것 같아요.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2030들이 지금 국정 지지도를 보면 지지하지 않는다고 나오는데, 다음 총선에서 2030세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결국 당내에서 활동하고 쓴 소리를 내는 2030세대 청년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해요.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0.73%p로 굉장히 어렵게 이겼잖아요. 적극 지지층들은 지금도 지지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들은 다시 마음을 돌렸어요. 이들의 마음을 다시 총선 때 얻기 위해서라면 일단 당에서부터 같이 다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전용기: 국민의힘을 찍든, 민주당을 찍든, 정의당을 찍든 이번 총선에 2030세대를 투표장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봐요. 방법은 대안 경쟁밖에 없어요. 현재는 정치 뉴스가 온통 수사, 비리 정치인, 나쁜 사람들이라는 식으로 흘러가는데, 이제부터라도 이 당의 정책과 저 당의 정책은 무엇이 어떻게 다르다는 메시지가 나와야 합니다. 비리 정치인들은 수사가 될 수 있게끔 수사 기관에 맡기고, 정책 대안 경쟁으로 들어가야만 2030세대가 실제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정당이 어디인지를 판단하고 앞으로 투표장에 나올 수 있겠죠. 청년들이 누구를 찍건, 지금 우리 청년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은 '대안 경쟁 하자'는 의제를 띄우는 거예요. 재미는 없을 수도 있지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김창인: 지금 한국 정치는 제대로 된 사과를 하는 정치가 없다는 게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어떤 현안이든지 1차적으로는 정치의 책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제대로 사과하는 정치인도 없고, 정당도 없다고 느껴지거든요. 대부분 다 남 탓만 한다고 생각해요. 아까 (전 의원이) 수사 얘기하셨지만 수사가 들어왔을 때 (민주당은) '이것은 검찰이 기획수사다'가 그냥 정해진 매뉴얼처럼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국민들은 그런 태도들에 실망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10.29 이태원 참사 문제는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질적인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를 떠나서 그게 정치인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이 부재한 정치에 대해서 문제의식이 있고, 청년 정치인들이 그런 모습들을 답습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김용태: 정치인들이 실수를 인정하면 되거든요. 정치인도 사람이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 잘못된 결심을 할 수 있어요. 그러면 유권자에게 이해를 구하고 인정하고 넘어가면 될 일들이 이 바닥에서는 사실 기저에 '한 번 인정하고 밀리면 끝이다'라는 전제가 있는 것 같아요. 특히 기성 정치인들에게. 그러다 보니까 '잘못이 없다', 뻔뻔하게 '내 주장이 옳았다', '내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계속 밀어붙이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안 커져도 될 일들이 커지고 정쟁화되는 것 같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가는 거죠. 정치인들이 가끔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거잖아요. 진정성 있게 유권자를 대한다면 유권자들도 거기에서 다 판단하고 이해해 주실 것이라고 생각해요.

전용기: 모든 문제들이 정쟁으로 귀결되는 것이 대한민국을 좀먹는 정치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이 됐건 간에 그 사건의 해결보다는 여야 할 것 없이 다 정쟁의 도구로만 사용하고, '우리만 옳다'는 이런 입장들을 고수한다면 더 청년들은 정치 혐오감에 빠질 거고, 그렇게 되면 더 투표장에 안 나올 거예요. 정쟁화를 유도하는 순간 대한민국 미래는 없다는 생각으로 그런 것들을 좀 반성하고, 우리라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 선배 정치인들한테도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가 이러지 맙시다'라고 좀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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