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시간여행기①] '정중동' 4대그룹, 인지도·미래가치 다잡는다
[기업 시간여행기①] '정중동' 4대그룹, 인지도·미래가치 다잡는다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3.06.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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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2015년 레터마크 전면사용…2022 글로벌 브랜드가치 5위
SK- 2003년 행복날개 도입 후 확장…경영진, 구성원 '행복' 강조

현대차- 로봇·UAM 신사업 활발…그룹명 변경 가능성 UP
LG- 1995년 '럭키금성'서 변경…심벌마크 '미래의얼굴' 유지
4대 그룹 로고.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이 오랜 시간 사용한 그룹명을 유지하며 새로운 가치를 담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K·LG는 20여년 전부터 확정된 그룹명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로고는 변경했다. 수십년간 쌓인 인지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입히는 작업에 집중한 셈이다. 다만 현대자동차그룹은 미래 사업이 ‘자동차’에 국한되지 않은 만큼 그룹명 변경 가능성이 점쳐진다.

◇ 삼성, 사명 자체가 브랜드…토요타·혼다·소니 넘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사명의 가치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삼성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는 사명 자체를 브랜드화 하고 있다. 글로벌 파트너들에게 ‘SAMSUNG’이라는 이름을 뚜렷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레터마크’ 사용을 확대 중이다.

삼성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삼성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삼성’은 1960년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설립한 ‘삼성상회(三星商會)’가 모토로 ‘세 개의 별’을 뜻한다. 1993년 고 이건희 회장의 신 경영선언 후엔 파란색의 오벌(타원형) 마크를 제정해 사용했다. 레터마크는 2000대 초반부터 품격 있는 브랜드 이미지 전달을 위해 글로벌 마케팅 활동에 사용됐고 2015년부터는 주요 마케팅 활동 전반에 레터마크만 사용토록 했다. 고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입원하자 이재용 회장(당시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선 다음해부터다. 2019년엔 순차적으로 국내외 사업장 출입구에 부착된 기업명(로고)을 삼성 레터마크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DX부문 직원들의 명함도 ‘레터마크’로 교체했다.

최근엔 일본에서 ‘SAMSUNG’ 레터마크를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일본에서 스마트폰과 홈페이지 등 모든 부분에서 기업명을 없애고 ‘GALAXY(갤럭시)’만 내세웠다. 일명 디브랜딩으로 제품력만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레터마크를 표기하며 일본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Interbrand)에 따르면, 삼성의 브랜드가치 순위는 2003년 25위에서 2022년 5위로 올라섰다. 인터브랜드는 20년 전 “삼성은 이제 아시아 최고의 브랜드로 토요타, 혼다, 소니에 이어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보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뿐이다.

◇ SK, 진화하는 카멜레온 ‘행복날개’

최태원 SK 회장은 로고 ‘행복날개’를 변화시키며 시대에 적응한다.

SK그룹의 전신은 ‘선경직물’이다. 그룹 공식명칭을 ‘선경’에서 영문자 ‘SK’로 변경한 건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경영이 힘든 시기였다. 고 최종현 회장은 1998년 1월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신 기업이미지 선포 및 경영혁신 결의대회’를 열고 체질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SK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SK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행복’이 등장한 건 2000년대 초반이다. 최태원 회장은 2003년 분식 회계 파문과 경영권 분쟁 등으로 혼란한 시기를 겪은 뒤 ‘행복’을 기업 경영의 궁극적인 추구가치로 설정했다. 최 회장은 2004년 4월 창립 51주년 기념식에서 “사회 전체의 행복을 높여주는 게 SK의 기업 철학”이라며 “이 같은 행동원칙을 그룹경영 지침인 SKMS에 담아 재정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05년엔 현재도 사용 중인 로고 ‘행복날개’를 첫 선보였다. 행복날개엔 SK의 양대 성장축인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산업에서 ‘따로 또 같이’ 비상하는 두 날개를 형상화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을 향해 진취적으로 비상하는 수펙스(SUPEX) 정신’을 반영했다.

2020년엔 행복날개가 한 단계 더 진화했다. ‘행복날개’ 의미를 ‘사회·경제적 가치를 동시 추구해 SK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비상하는 모습을 형상화’ 한 것으로 재정의 했다. 또 색상범위를 기존 2가지에서 총 10가지로 확대했다. 특히 최 회장이 적극 추진 중인 ‘친환경 사업’을 상징하는 녹색도 포함했다.

◇ 현대자동차, 현대·기아서 2011년 정립…자동차 뗄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향후 그룹명에서 ‘자동차’를 뗄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재도 여전히 자동차가 주력사업이지만 사람이 이동하는 모든 수단인 모빌리티를 지향하는 만큼 사명에서 제한을 둘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 기아자동차의 경우 지난 2021년 사명을 기아로 변경했다. 자동차, 완성차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모빌리티 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함이다. 해외에선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초기 ‘테슬라 모터스’에서 2017년 ‘테슬라’로 사명을 변경했다.

현대자동차그룹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2000년 9월 현대자동차와 다른 계열사 9개가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출범했다. 당시 그룹 매출의 대부분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차지했다. 이에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라는 그룹명과 함께 현대·기아 로고를 동시에 사용했다. 그러나 그룹 출범 후 자동차뿐만 아니라 신용·레저·건설 등 다양한 사업으로 진출하며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특히 완성차 조립과 부품은 물론 차량용 철강생산부터 운송까지 자동차 관련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이에 2011년 CI 작업을 통해 현재의 엠블럼을 확정하고 ‘현대자동차그룹’으로 그룹명을 확정해 사용 중이다.

그러나 UAM(도심항공교통) 사업을 비롯해 로봇 등 다양한 미래 사업을 추진 중인만큼 그룹명을 변경할 가능성이 언급된다. 현대차는 최근엔 입는 형태의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 ‘엑스빌(X-ble)’도 선보였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19년 수석부회장인 시절 임직원과 대화에서 “미래에는 자동차가 50%, 개인용 항공기(PAV·)가 30%, 로보틱스가 20%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 1995년 완성 로고유지…‘미래의 얼굴’ 담다

구광모 LG 회장은 28년 전인 1995년 완성한 브랜드를 유지하며 발전시키고 있다.

LG 브랜드의 뿌리는 고 구인회 창업회장이 각각 1947년, 1958년 설립한 락희화학공업사와 금성사다. 구인회 창업회장은 첫 국산 화장크림으로 만든 ‘럭키크림(Lucky Cream)’이 큰 성공을 거두자 ‘Lucky’ 단어를 음차해 회사 이름을 정했다. 락희화학은 1974년 럭키로 상호를 변경했고 이후 설립한 금성사가 커지면서 1983년 럭키금성그룹으로 그룹명을 변경했다.

LG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LG 로고.[그래픽=김다인 기자]

1995년 1월1일엔 고 구본무 회장이 취임하면서 그룹명을 럭키금성(Lucky Goldstar)에서 현재의 ‘LG’로 변경했다. 이후 럭키, 금성, 럭키금성 등 혼재된 계열사 명칭을 LG로 통일했다. 이는 경영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그룹의 장기 비전을 공유하는 경영혁신 차원이다. 당시 ‘럭키금성그룹’을 줄임말로 ‘럭금’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새 그룹명 ‘LG’와 함께 등장한 심벌마크는 ‘미래의 얼굴’이다. 신라시대 유물인 얼굴무늬 수막새 기와에 담긴 ‘신라인의 얼굴 미소’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됐다. LG는 “‘미래의 얼굴’은 LG의 얼굴로서 세계 최고를 지향하고 힘이 넘치는 젊음과 새로운 기술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노력을 표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세계, 미래, 젊음, 인간, 기술’ 등 5가지의 개념과 정서를 형상화했다. 또 ‘L’과 ‘G’를 원 속에 형상화시켜 인간에 중심을 두고 있는 LG의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을 표현했다. 하나의 눈은 목표지향성, 집중성, 미소를 의미하고 비대칭의 우측 여백은 변화 적응성 및 창조성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았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