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자사주 총액 '52조'…"소각 의무화, 경영권 위험"
코스피 자사주 총액 '52조'…"소각 의무화, 경영권 위험"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3.05.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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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매출 100대 상장회사 자사주 활용 동향 분석
2022년말 기준 조사기업 자사주 보유 현황.[이미지=전경련]
2022년말 기준 조사기업 자사주 보유 현황.[이미지=전경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금융당국의 ‘기업 자사주 소각 의무화 움직임’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기업경영에 부정적 영향이 큰 만큼 규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전경련에 따르면, 최근 주식시장에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금융위도 지난 1월 업무보고를 통해 자사주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경련은 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전경련의 조사결과 지난해 매출실적 상위 100대 코스피 상장사 중 86개사가 자사주를 갖고 있었다. 금액으로는 31조5747억원에 달했고 자사주 지분은 평균 4.96%로 코스피 평균 4.36%보다 0.6%p(포인트) 높았다. 특히 코스피 797개사 중 자사주 보유기업은 624개사며 이들의 자사주 총액은 52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기업들이 자사주 정책 변화나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비해 자사주 물량을 대거 주식시장에 풀 경우 소액주주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과 배치되는 문제도 있다. 상법은 2011년 개정을 통해 배당가능 이익범위 내에서 자사주 취득과 처분을 기업에게 맡겼다. 자본시장법 혹은 그 하위법령(시행령)에 소각 강제 조항을 넣을 경우, 법률간 충돌이나 하위법령이 상위법을 위배하는 문제가 생긴다. 또 해외 입법례를 봐도 자사주 소각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기업 경영권도 위협받는다. 해외 주요국에 있는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이나 ‘차등의결권’ 같은 효율적 방어 기제가 국내 기업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사주가 기업의 거의 유일한 방어 수단 역할을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이 강제될 경우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이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자사주 취득과 처분은 주주가치 제고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적대적 M&A를 방어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며 “자사주 소각을 강제할 경우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기업들이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는 만큼 기업 현실에 맞는 자사주 정책이 일관되게 유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