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우의 여의도노트] 중대재해처벌법, '자기 규율 강화'가 답일까
[진현우의 여의도노트] 중대재해처벌법, '자기 규율 강화'가 답일까
  • 진현우 기자
  • 승인 2023.05.28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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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사고 7주기...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 찾기 위한 노력 진행중
"정치권, 기업이 사회적 책임 다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입법 활동 해야"
구의역 참사 7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26일 서울 구의역에서 열린 시민추모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김군을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의역 참사 7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26일 서울 구의역에서 열린 시민추모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김군을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의역 김군' 사고 7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26일, 사고 현장에서 시민추모식이 열렸다.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혼자 수리하던 외주업체 직원이 전동열차에 치어 숨진 이 사고는 우리 사회에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사고 이후에도 내일의 희망을 안고 출근한 노동자가 결국 퇴근하지 못한 사례가 줄어들지 않았다. 지난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고 김용균 씨가 산업재해(산재)로 목숨을 잃으면서 국회 차원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마련해 지난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권 교체이후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처벌 강화보단 자기 규율 예방 중심으로 중대재해 관련 로드맵을 전환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오는 6월까지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할 계획인 가운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개정이 이뤄져야 한단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년간 산재로 숨진 노동자 820명... 野 "사람 살리는 입법 추진"

노동현장에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현장에서 열심히 구슬땀을 흘려가며 일하다가 가족 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비영리민간단체인 노동건강연대는 지난 10일 발표한 자료에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 1년 동안 산재로 숨진 노동자가 820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그 중에선 추락해 숨진 노동자가 22명으로 가장 많았고 '깔림'-'끼임'-'물체에 맞음' 순의 원인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퇴근하지 못했다. 모두 안전장비 미구비 등 조금만 현장감독자들이 신경을 썼으면 막을 수 있던 사고였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한 지 1년반이 지났지만 아직 갈 길을 멀다고 지적하면서 직군별 세분화된 입법을 통해 노동현장 안전을 강화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한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우리 일터는 아직도 안전하지 않은 사각지대가 많다"며 "사람을 살리는 입법을 중심에 두고 6월 국회를 운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유엔(UN)이 정한 '세계 산업안전보건의 날'인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보라매공원에 있는 '산업재해 희생자 위령탑'을 찾아 참배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유엔(UN)이 정한 '세계 산업안전보건의 날'인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보라매공원에 있는 '산업재해 희생자 위령탑'을 찾아 참배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정부·여당, '자기 규율' 예방 체계 강화 추진...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입법 필요"

정부는 지금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오히려 사업주의 자율적 안전 마련을 방해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정은 지난해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현재 처벌 강화 체계에서 벗어나 기업들이 스스로 ‘자기 규율' 형태로 기업 자율적으로 예방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 1월부터 정부 차원의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거 규제 완화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안전 양극화'를 더 키울 수 있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자꾸 영세하단 이유로 안전 규제에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대기업·중소기업 간 양극화 확대의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인구 감소 시기에 느슨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결국 기업에게도 큰 손해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정치권도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입법 활동을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무사히 퇴근할 수 있는 권리', 노사정 모두의 관심 절실해

우리나라는 산업 전체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2배가 넘을 정도로 높은 편이다. 특히, 건설업에 종사하다 산재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노동 산재 사망자의 90%에 이른다. 지난 26일, 구의역 김군 사망 사고 시민추모식에서 발표된 성명엔 이런 내용이 담겼다.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해 중대 재해를 내버려둔 자, 그리고 원청업체가 이를 책임질 수 있게 해야 이 같은 사회적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여러 규제 완화로 인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안전에 신경 쓰기 어려운 환경이란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김대종 교수는 "정부와 국회는 중소기업이 요구하는 '안전 설비 관련 자금 지원책 마련' 등과 같은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한다"며 "중소기업도 이미 2~3년이나 중대재해처벌법 경과 기간을 거쳤기 때문에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hwji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