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지속된 적자에 백기…23일부터 희망퇴직 신청 접수
위로금 고작 9개월치…6월엔 권고사직, 이후 정리해고 순
내부선 "경영진의 무분별한 연구개발, 실패 책임 전가" 분노
일동제약이 경영상태 개선 목적 아래 희망퇴직프로그램(ERP)을 가동했다. 문제는 ERP 다음 단계가 권고사직·정리해고라는 점이다. 이를 두고 내부에서는 경영진의 무분별한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본지가 입수한 ‘2023년 일동제약·홀딩스 희망퇴직 신청안내’ 공지에 따르면, 회사는 일동제약·홀딩스 모든 정규직 직원 중 △연봉직: 근속연수 만 2년 이상인 G4(차장)~G5(부장) △호봉직: 근속 2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신청 마감은 6월16일 오후 5시다. 희망퇴직이 확정된 직원은 6월30일자로 일괄 퇴직 처리된다.
일동제약은 앞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임원 20% 이상을 감원하고 남아 있는 임원의 급여 20%를 반납하기로 했으며, 차장 이상 간부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날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사가 진행하는 희망퇴직 위로금은 9개월치 월 급여다. 지급은 퇴직 후 3개월 이내 이뤄진다.
직원들은 해당 공지 내 향후 일정 중 권고사직과 정리해고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공지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희망퇴직 일정 종료 직후인 6월19일부터 7월14일까지 권고사직을 한다고 엄포했다. 권고사직되는 직원의 경우 희망퇴직보다 적은 5개월치의 월급을 위로금으로 받는다.
정리해고와 관련해서는 정확한 일정이 명시되지 않았다. 대신 이 회사는 ‘희망퇴직·권고사직에도 회사 경영상태 개선을 위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불가피하게 (정리해고가) 고려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단 이럴 경우 보상은 없다고 규정했다.
내부에서는 회사의 이 같은 조치에 분노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위로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거면 제 발로 나가라는 것”이라며 “희망퇴직과 권고사직 몇 번만 더하면 직원 모두가 나가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직원들은 특히 회사가 최근 몇 년간 R&D 투자를 확대하면서 적자가 지속된 데 대한 책임을 직원들이 떠안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일동제약을 비롯한 일동홀딩스 자회사들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약 3600억원, 올해 1분기 310억원을 R&D 비용으로 썼다. 이를 통해 10여개의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긴 했지만 전임상(동물실험) 단계로 상업화가 전까지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시장에 출시돼도 실질적인 수익이 창출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같은 기간 적자는 984억원과 212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재무적 리스크 최소화와 경영 효율화를 위해 차장 이상 간부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부터 해보자는 것”이라며 “다음 단계를 논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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