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법안 일방 통과시키는 건 받아들일 수 없어"
노조 압박 수위 끌어올려… 노동개혁에 강력 드라이브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노동조합의 불법시위를 강한 어조로 비판하는가 하면 야당이 주도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되는 등 노동계와 연달아 대치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얼마 전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노숙 집회'를 거론하며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민노총(민주노총)의 집회 행태는 국민이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불법시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했다.
이어 24일 당정은 불법시위 근절을 내세우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집시법 개정안은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 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불법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가 여는 집회와 시위까지 제한할 수 있다는 방침도 언급됐다.
다만 이미 헌법재판소가 집회를 허가·불허하는 법 조항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위배된다고 판결했기 때문에 당정이 발표한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같은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다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노동조합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본회의로 직회부됐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을 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양곡관리법, 간호법에 이은 세 번째 사례가 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5일 "여야 합의 없이 국민적 관심이 높은 법, 이해 당사자가 있는 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대통령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대통령실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불법파업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노동조합을 향해 회계장부 공개를 요구하고 건설노조를 이른바 '건폭'이라고 몰아세운 데 거듭 노동계와 각을 세우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의 배경으로는 노조에 대한 압박 수위를 올려 근로시간제 개편 논란으로 불리해진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를 통해 윤석열 정부가 최우선 개혁과제로 꼽아왔던 '노동개혁'에 강력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다.
동시에 최근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등 외교 행보로 상승세를 보이는 지지율을 더 끌어올리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다만 노동계가 집시법 개정에는 집회의 자유가 탄압받는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펴고, 노란봉투법에는 노동자를 옥죄는 반헌법적 손해배상 소송을 막아야 한다며 찬성하고 있어 이에 대한 반발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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