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경련 4대그룹 복귀, 명분 필요하다
[기자수첩] 전경련 4대그룹 복귀, 명분 필요하다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3.05.2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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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잡음이다. 애써 마련한 방안일 텐데 4대그룹 복귀 여부만 주목받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혁신안’에 대한 이야기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은 최근 혁신안을 공개했다. 처음 이목은 단체명 변경에 쏠렸다. 혁신안엔 ‘한국경제인협회’ 새 간판을 달고 산하 경제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해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변신을 다짐하는 내용이었다.

1961년 전경련 설립 당시 내세웠던 명칭을 다시 사용해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였다. 55년을 사용하던 명칭까지 버리며 쇄신에 드라이브를 건 셈이다. 2017년 단체명 변경을 시도하다 회원사들의 미지근한 반응에 무산된 것과 달리 이번엔 회원사들과 어느 정도 공감대도 형성했다고 한다. 또 정경유착 차단을 위해 윤리헌장 제정과 윤리경영위원회도 설치키로 했다. 새로운 피 수혈을 위한 회장단 확대와 국민소통 강화방안도 담겨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준비를 했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혁신안이 4대그룹의 전경련 복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에 분위기는 반전됐다. 한경연을 흡수하면서 회원사도 넘겨받는 방식이다. 4대그룹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에서 탈퇴했지만 한경연엔 아직 소속돼 있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4대그룹을 전경련에 재가입 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전경련은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전경련 관계자는 “4대그룹 모두 한경연 회원으로 남아있지만 회비를 납부하거나 따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며 “통합 법인이 되더라도 합병법인 회원의 의사에 따라 탈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다. 

임시긴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김 회장대행이 전경련을 이끄는 상황에 직접 탈퇴를 언급하기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김 회장대행 체제 들어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방일 일정에 경제사절단을 꾸렸고 4대그룹 총수도 동행했다.

다만 전경련이 한경연 흡수로 4대그룹이 은근슬쩍 재가입을 의도했다고 보기엔 무리한 해석이다. 억지춘향으로 4대그룹을 합류시켜봐야 실익이 없다. 아직 제대로 된 쇄신모습을 보이기 전에 회원사로 이름을 올린다면 모양새가 이상하다. 묘수가 아닌 꼼수는 결국 악수가 된다.

김 회장대행도 “전경련의 개혁안 집행하는 과정이 그럴듯해 보이면 4대 그룹은 자연스럽게 친화적이고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우리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은 전경련에 복귀할만한 구실이나 이유, 즉 명분이 필요하다. 한일 경제협력의 가교역할, 아직 실행되지 않은 혁신안만으론 부족하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