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보호말라" 전경련, '노란봉투법 개정안' 지적
"가해자 보호말라" 전경련, '노란봉투법 개정안' 지적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3.05.2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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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소지에 도급제 형해화 우려, 노조 손해배상 책임제한 형평성 어긋나
전국경제인연합회 간판.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 간판.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조법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높고 파업 만능주의를 확산시켜 산업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4일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의 문제점’ 보고서를 통해 노조법 개정안이 입법될 경우 우려되는 문제점으로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 위배 △도급제 형해화(유명무실화) △가해자 보호법안 △경영권 침해 △파업 만능주의 확산 등을 지적했다.

우선 노조법 개정안은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를 넘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조건의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해 산업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전경련은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을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어 수많은 원하청 관계로 이뤄진 산업현장에서 교섭의무, 교섭노조 단일화 등에 관한 소모적인 분쟁을 야기할 수 있어, 노사관계 질서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법 개정안에 따르면 사전에 특정할 수 없는 다수의 경제주체가 노조법상 사용자 의무위반에 따른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어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사용자 개념 확대로 초래될 수 있는 두 번째 문제점은 하청근로자와 직접 계약관계가 아닌 원청사용자와 하청노조 간의 단체교섭이 가능해져 하청사용자의 경영권․독립성이 침해되고 도급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경련은 “도급활용의 주된 이유는 고용유연성을 확보해 경기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라며 “원하청 간 교섭이 허용되면 인력 운영의 비효율이 증가해 기업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원청사용자가 하청근로자와 임금, 근로시간, 작업내용 등 근로조건에 관해 교섭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할 경우 불법파견에 해당될 수 있다. 하청근로자에 대한 업무지시 및 인사권 행사로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도급활용 부담이 커져 대기업의 외주 업무를 수주하는 중소기업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전경련은 경영권 침해 우려도 제기했다.

노조법 개정안은 노동쟁의 개념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확대했다. 그로 인해 임금인상이나 단체협약의 체결 등 이익분쟁은 물론 이미 확정된 권리에 관한 해석과 실현에 관한 분쟁, 이른바 권리분쟁도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된다. 이 경우 사업조직 통폐합, 구조조정 등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상 조치도 파업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영상 조치가 적법한 파업 대상이 될 경우, 이를 대상으로 한 파업은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되는 정당한 파업으로 인정될 수 있다.

전경련은 “경영악화를 막기 위한 구조조정이나 합병 등 경영상 결단은 노사 간 이견이 큰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사용자 고유의 경영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노조법 개정안으로 파업 일상화를 우려했다. 노동쟁의 개념의 확대로 해고자 복직, 단체협약 미이행 등 사법 구제절차로 해결해야 할 권리분쟁 사안에 파업을 해결수단으로 활용하게 돼 파업의 일상화가 초래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경련은 “지금도 파업이 잦고,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크다”며 “국제노동기구(ILO)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12~‘21년) 임금근로자 천명당 파업으로 인한 연평균 근로손실일수는 38.8일로 일본(0.2일)에 비해 194.0배나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미국(8.6일)보다 4.5배, 독일(8.5일)보다 4.6배 높다”며 “지난해엔 화물연대가 두 차례 집단운송거부를 하면서 물류대란이 일어나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쳤고,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로 인한 직‧간접 경제적 손실 추정액이 약 10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동쟁의의 범위마저 확대될 경우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대립적인 노사관계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전경련은 노조법 개정안이 가해자 보호법안이란 비판도 했다. 개정안은 위법한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산정 시 쟁의행위에 가담한 조합원 개별 기여도를 고려해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경련은 “민법 제760조는 개별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집단적 불법행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연대책임을 인정하고 있다”며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해서만 연대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민법상 취지에 위배되고 형평성에도 어긋나며 종국적으로 가해자를 보호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용자가 파업 손실에 대한 개별 조합원의 기여도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유일한 대응수단인 손해배상청구마저 무력화되는 결과를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노사 간 이견이 발생하면 파업으로 이어지는 일이 잦아질 것이고 산업현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국내기업들의 투자뿐만 아니라 해외기업들의 직접투자에도 큰 타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국회는 노조법 개정안이 가져올 경제적․사회적 부작용을 고려해 법안 입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jangsta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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