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중앙은행 서로 고유역할 존중해야"
"정부-중앙은행 서로 고유역할 존중해야"
  • 전민준기자
  • 승인 2010.03.3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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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총재 퇴임"금융완화 조치들 점진적 정상화시켜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각자 서로의 고유 역할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한은 별관 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중앙은행의 위상, 특히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옛 성현의 말씀이 생각난다"며 "정부와 중앙은행은 국가경제 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면서도 각자에게 주어진 고유 역할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존중해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국제금융질서 개편 논의를 예의주시하면서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역할을 재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과제로 "위기대응 차원에서 도입·추진됐던 금융완화 조치들을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점진적으로 정상화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과도한 가계부채는 금융불안 요인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장잠재력 확충을 어렵게 하는 등 실물경제에도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금융위기 대응조치의 정상화 등 한은의 당면 과제들을 생각할 때 임직원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워 놓고 훌쩍 떠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 4년간의 통화정책과 관련, "전반부에는 자산가격 불안,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 등을 방지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유동성 관리를 강화했다"면서 "경제주체들의 레버리지 확대와 주택가격의 버블 형성을 억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견뎌 내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또 "리먼사태 이후에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인하하고 원화·외화 유동성을 확대 공급하는 등 금융·외환시장의 안정과 실물경제의 회복을 도모하는 데 주력했다"며 "당시 정책수행에 큰 부담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후 경제상황이 점차 호전되고 그간의 정책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총재는 "(한은 내부의) 인사적체 문제 등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는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죄송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