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 '와인=신세계' 공식 성립 안간힘
정용진 부회장, '와인=신세계' 공식 성립 안간힘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3.05.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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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신세계L&B 설립, 작년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 인수
올해 이마트 주총서 '주류소매업' 추가…이달 '와인클럽' 오픈
경쟁사 속속 진출…연 2조 국내 와인시장 '선두 굳히기' 사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마트 와인클럽 1호점 입구.[사진=신세계그룹, 그래픽=전정민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마트가 이달 4일 스타필드 하남에 오픈한 '와인클럽' 입구.[사진=신세계그룹, 그래픽=전정민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와인사랑’이 그룹 사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이마트와 스타필드 등 오프라인 채널은 신성장동력으로 와인사업을 낙점했다. 롯데·한화·현대백화점 등 경쟁사들도 국내 와인시장에 잇달아 도전장을 내면서 신세계가 왕좌를 사수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 주도 아래 최근 스타필드에 ‘와인클럽’을 선보이는 등 와인사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와인=신세계’라는 점을 각인시키려는 모습이다.

신세계 와인사업의 본격적인 시작은 2008년 신세계L&B 설립부터다. 신세계L&B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와인을 국내에 대거 수입하며 정 부회장이 목표로 제시했던 국내 와인 대중화에 기여했다. 또 와인을 포함한 주류 전문매장인 ‘Wine&More(와인 앤 모어)’를 지속 출점했다. 현재 총 57개의 직영점을 운영 중이다. 신세계L&B는 2018년 해당 시장 1위 업체로 거듭났고 지난해에는 2063억원의 매출로 수입사 중 유일하게 2000억원을 돌파했다.

신세계 와인사업이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지난해 신세계프라퍼티 미국 자회사의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 ‘Shafer Vineyards(쉐이퍼 빈야드)’ 부동산 인수다. 인수금액은 3000억원 수준이다. 국내 유통 대기업의 첫 해외 와이너리 인수다. 특히 쉐이퍼 빈야드 인수에 정 부회장이 적극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쉐이퍼 빈야드 인수를 발판으로 ‘힐사이드 셀렉트’ 등 희소성 높은 럭셔리 와인을 생산해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류소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마트 점포 내 ‘Wine&Liquor(와인 앤 리큐어)’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주류 전문매장이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결과물은 이달 4일 스타필드 하남에 오픈한 ‘Wine Club(와인클럽)’이었다. 와인클럽은 와인을 중심으로 위스키·수입맥주 등 국내 최대 구색 수준인 7000여개의 상품을 판매한다. 와인 Lab(랩), 와인 아로마 체험, 위스키·칵테일 시연 등 다양한 체험 콘텐츠도 갖췄다. 이마트는 이를 통해 상품 품질은 물론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주류의 신세계’를 선보인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밖에 △이마트 연중 최대 와인행사 ‘와인장터’ △주류 스마트오더·큐레이션 ‘와인그랩’ △신세계백화점 와인 전문매장 ‘Wine House(와인하우스)’ △이마트24 ‘이달의 와인’ 등 다양한 전략으로 와인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시장의 성장과 함께 경쟁자 또한 늘어나면서 신세계는 선두 사수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업 유로모니터는 2025년 국내 와인시장 규모가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는 신세계 외에 롯데·한화·현대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 모두 와인사업에 뛰어들었다. 최대 라이벌은 롯데다. 롯데는 롯데칠성음료를 통해 와인을 수입할 뿐만 아니라 지난 2021년 롯데마트를 통해 주류 전문매장 ‘Bottle Bunker(보틀벙커)’를 론칭했다. 보틀벙커는 글로벌 와이너리·와인 애호가들의 선택을 받으며 롯데마트의 매출신장을 견인하고 있다. 보틀벙커 매장 수는 현재 총 3개다. 한화는 한화솔루션의 미국 법인을 통해 지난해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 ‘Seven Stones(세븐 스톤즈)’를 인수한 데 이어 오는 6월 한화갤러리아가 와인 수입사 ‘비노갤러리아’를 설립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와인 수입사 ‘비노에이치’를 설립했고 와인 전문매장 ‘Wine Works(와인웍스)’와 ‘Wine List(와인리스트)’를 운영 중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3일 이마트 연수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와인클럽은 보틀벙커를 의식해 만든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계획한 것”이라며 “온라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신”이라고 말했다.

ksh33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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