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정준호 '쾌조의 스타트'…하반기는 '글쎄'
롯데백화점 정준호 '쾌조의 스타트'…하반기는 '글쎄'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3.05.17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사 첫 외부 출신 CEO, 부임 2년차…올해 1Q 영업익 성장, 빅3 '유일'
고물가·경기침체 장기화 우려 명품 소비 위축…점유율 낮아지며 '고민'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와 본점 외관 전경.[사진=롯데쇼핑]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와 본점 외관 전경.[사진=롯데쇼핑, 그래픽=홍승표 기자]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 백화점 빅(Big)3 중 유일하게 수익성을 개선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경기침체 장기화로 먹고 입는 데 쓰는 것을 아끼는 ‘불황형 소비’가 확산되면서 향후 성장을 지속할지는 물음표가 찍힌다. 정 대표는 백화점 리브랜딩과 리뉴얼에 대거 투자하면서 정면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는 올 1분기 7964억원의 매출과 131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0%, 영업이익은 21.1% 각각 신장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경쟁사인 신세계와 현대가 전년 동기보다 각각 9.2%, 7.4%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21년 단행된 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정준호 대표가 이끌고 있다. 정 대표는 2019년 롯데GFR 대표로 오기 전 최대 라이벌인 신세계에 20년 이상 몸담았던 이력이 있다. 백화점 역사상 첫 외부 CEO(최고경영자) 수혈이다. 그만큼 대내외적으로 정 대표에 대한 이목이 집중됐다. 정 대표 체제에서 지난해 롯데백화점 매출은 3조2319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늘고 영업이익은 4984억원으로 같은 기간 14.7%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고객 수요를 한 발 앞서 예측해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전략적으로 대응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올 상반기 일상회복에 따른 고객 수요에 집중했고 봄·여름 패션 신상품 출시와 함께 프로모션과 고객 대상 혜택을 확대했다. 또 경기침체 시기 우수고객의 기여도가 증가하는 점에 착안해 사은 확대·할인혜택 제공 등 우수고객 관리에 힘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봄 결혼 성수기를 앞두고 지난해보다 한 달가량 빠르게 웨딩페어를 열어 예비부부들의 수요를 적극 공략했다. 특히 지난해 9월 본점에 국내 최대 규모의 뷰티관을 오픈했는데 올 초 실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면서 관련 매출이 많이 올랐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상황이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고물가·고금리 △국내외 경기침체 장기화 △명품 수요 급감 등의 이유로 롯데를 비롯한 백화점 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백화점은 업태 특성상 중·고가 위주의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점이다. 롯데는 경쟁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럭셔리 이미지가 부족하다는 평이 나온다. 오픈서베이의 ‘백화점 트렌드 리포트 2023’를 보면, 롯데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는 ‘대중적’이란 응답이 많고 ‘고급·프리미엄’이란 응답이 적었다. 롯데가 경쟁사 2곳의 점포를 합한 수만큼 점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시장 점유율이 지속 하락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실제 롯데의 국내 백화점 시장 점유율은 2020년 37.3%에서 2021년 34.2%, 2022년 33.8%로 하락 추세다.

정 대표도 이 점을 의식한 듯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선 지난해 백화점·아울렛을 분리 운영하기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고 외부에서 럭셔리 부문 상품기획(MD) 전문가를 영입했다. MD본부 사무실도 모두 강남으로 이전했다. 사무실 이전의 경우 신세계가 지난 2017년 추진한 전략으로 그 결과 신세계 강남점은 전 세계 매출 1위 점포가 됐다. 경쟁사 성공전략을 벤치마킹한 셈이다.

롯데는 또 주요 점포 리뉴얼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콘셉트는 ‘트렌디하고 럭셔리한 백화점’이다. 지난해부터 본점을 리뉴얼 중이고 올 하반기에는 수원점 개편에 돌입한다. 이후 강남점·잠실점 등도 리뉴얼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는 럭셔리 중심의 MD 보강을 위한 하드웨어 재정비로 풀이된다. 롯데는 이를 위해 오는 2025년까지 3년간 약 9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는 이와 관련해 취임 당시 “잠실점과 강남점을 고급스러움을 넘어 세련되고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백화점으로 업그레이드해 강남 1등 점포로 만들겠다. 이를 통해 롯데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고 이 같은 성공 경험을 다른 점포로 확산시키겠다”고 강조했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