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최대 자동차시장 부상 전망"
“아세안, 최대 자동차시장 부상 전망"
  • 전민준기자
  • 승인 2010.03.21 1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동차산업硏 “풍부한 자원 보유로 성장 잠재력 높아”
일본차업계, 아세안 시장 선점 우위
태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주목’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네시아·중국)에 이은 차세대 자동차 시장으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아세안 자동차시장 전망과 업체 전략’ 보고서에서 “아세안시장은 경제 규모 확대와 정부의 자동차산업 진흥책에 따른 업체들의 투자 증가, 2015년 역내 무역의 완전 자유화 등에 힘입어 BRICs 이후의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전망 근거로 연구소는 아세안 지역이 중국, 인도 다음으로 인구가 많고 석유, 천연가스 등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코노미스트 등 세계 유수의 기관들은 브릭스 이후 최대 성장지역으로 아세안을 꼽고 있다.

경기부진 탓에 포스트 브릭스 시장으로 불리는 동유럽 및 중남미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주요 완성차 업체가 아세안시장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 역시 “한국에 있어서 동남아시아는 시장개척·투자진출·개발협력 및 경제개발지원 등 각 분야에서 협력 잠재력이 매우 큰 지역”이라며 “경제성장 속도가 빠르고 시장잠재력이 커서 아세안은 동아시아 지역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고, 최근 한·아세안 FTA이 추진되면서 협력기반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아세안 10개국 중 말레이시아와 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싱가포르·베트남 등 6개국의 판매가 약 200만 대로 아세안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 규모만 놓고 보면 최근 경기부진으로 극심한 침체에 빠진 러시아보다 크고, 2009년 226만 대를 기록한 인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또 포스트 브릭스 시장 중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편으로, 2009년에는 동유럽 부진으로 중동에 이어 포스 트브릭스 시장 2위권에 진입했다.

그동안 아세안시장은 말레이시아와 태국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지만 최근 인도네시아가 시장 확대 끌차로 급부상하고 있다.

더욱이 ‘빅스’(BIICS: 브라질·인도네시아·인도·중국·남아공)에 포함되면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아세안 주요 국가의 지난해 시장 규모도 확장일로에 있다.

말레이시아가 53만 대, 태국 51만 대, 인도네시아 47만 대로 3개국이 6개국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3.5%에 이른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2003년부터 금융위기 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각각 5.3%와 2.9%에 머물렀지만 인도네시아는 11.3%에 이를 정도로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필리핀과 베트남은 1인당 GDP가 1000달러대로 소득수준이 낮아 시장 규모가 각각 13만 대, 10만대 수준이다.

싱가포르는 1인당 GDP가 5만 달러를 넘을 정도로 소득수준이 높지만 인구가 460만 명에 불과하고, 자동차 등록 규제가 있어 2009년 판매는 9만 대에 그쳤다.

아세안 시장을 주무르는 업체는 일본이 압도적 우위를 지속하고 있다.

국민차 업체가 강세인 말레이시아를 제외한 주요 시장에서 토요타가 1위를 지키고 있다.

토요타는 아반자·이노바·하이럭스 등 주력 소형상용 라인업을 기반으로 아세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혼다는 소형 승용 판매 호조로 2007년 이후 아세안 시장 판매 2위로 올라선 후 차이를 벌려 나가고 있다.

반면 이들 시장에 주목하지 않다가 뒤늦게 진출한 미국과 유럽업체의 점유율은 미미한 상황이다.

중국 업체들은 중대형 상용을 중심으로 판매를 늘리고 있지만 승용 및 소형 상용 판매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폭스바겐, GM 등 후발업체의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일본업체의 독주체제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세계 자동차 업계는 아세안시장이 브릭스 이후 최대의 격전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아세안 시장 중 가장 주목해야 할 지역으로 태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꼽았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2억이 넘는 인구와 최근의 경제발전 속도 및 소득수준으로 볼 때 조만간 1가구 1자동차 시대를 뜻하는 모터리제이션(Motorization)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 무역장벽이 가장 낮아 역내외 수출기지이자 판매와 생산측면에서도 태국 못지않은 규모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아세안 자동차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베트남은 후발가입국으로 아직 주요 4국과 차이가 지지만, 아세안 내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또한 교역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세계경제가 회복세에 진입한다면, 위기 이전과 같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시장도 2020년경에는 모터리제이션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아세안의 경제 발전 속도와 향후 자동차 시장의 성장성을 고려할 때 아세안 시장은 확실히 주목해야 할 시장이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지적됐다.

차급구조 측면에서 국가별로 매우 독특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아세안 자동차산업의 태동기부터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일본 업체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정 연구원은 “경제 발전 속도와 향후 자동차 시장 성장성을 고려할 때 아세안 시장은 확실히 주목해야 할 시장이지만, 독특한 구조와 역사로 인해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략이 없이는 접근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