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올해 2월에 이어 두 번 연속 동결이다. 2월 금통위에서는 동결 소수의견 1명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만장일치 동결 의견이다.
2021년 8월 기준금리 0.5%부터 올해 1월까지 18개월 동안 2번의 빅 스텝(0.5%p 인상)과 8번의 베이비 스텝(0.25%p 인상)으로 3%p나 급격하게 진행되던 기준금리 인상이 드디어 사실상 멈췄다.
물가상승률이 추세 하락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경기 둔화 속도는 빨라지고 금융위기 가능성도 있어 당연한 결과고 예상했던 바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기준금리 인상 종결 선언이 나오지는 않았다. 6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이 당분간 3.75%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 두자고 밝혔고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어(서부텍사스유 배럴당 3월17일 66.74달러에서 4월12일 83.26달러로 상승) 혹시라도 물가상승률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이다. 다음 달 4일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 한국은행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두 번 연속 동결을 시장에서는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은 끝났다'는 신호로 받아들인 상황에서 다시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심리는 위축돼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또다시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현재 1.5%p 차이인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환율과 자금 유출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5월 FOMC 결과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일단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경착륙 우려는 사라지게 됐다. 집주인인 매도자 입장에서는 대출이자 부담이 더 늘어나지는 않고 향후 내려갈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기에 희망회로를 돌릴 수 있다. 공시가격 하락으로 보유세 부담도 줄어들면서 버틸 만한 용기가 생겼다.
하지만 상승으로 전환되기에는 역부족이다. 매수자 우위 시장에서 칼자루를 쥔 매수자들은 금리가 두 번 동결됐다는 이유만으로 집을 사야 할 이유는 없다. 여전히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열려 있고 높은 집값 부담은 여전하다. 미분양 증가와 건설사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위험 등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3월까지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호가는 소폭 올랐지만 거래량 증가 속도와 비교해 가격 상승 속도는 더디다(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 전국 주택 가격 2022년 6월부터 2023년 3월까지 10개월 연속 하락 중). 오히려 4월 들어 거래량은 줄어들고 있다. 매도자들은 집을 급하게 팔 이유가 없지만 매수자들 역시 집을 급하게 살 이유도 없다. 다시 거래가 줄어들면서 당분간 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다시 금리로 돌아간다.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가 인하로 돌아서게 되면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되면서 대기하던 수요자들이 유입돼 큰 폭의 반등이 있을 수 있다. 물론 다시 대세 상승이 돼 전 고점을 뚫고 천정부지 오르는 그런 폭등장으로 가기는 어렵다.
혹시라도 다시 기준금리가 인상으로 진행되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물은 늘어나고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