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평가손실 확대…실적지표 정제마진 하락세 지속
국내 정유 ‘빅(Big)4’의 1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15조원에 가까운 합산 영업이익을 거둔 지난해와는 대조적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하락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1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S-OIL)·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는 모두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는 SK이노이션이 올해 1분기 영업이익 602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63% 하락한 수치다. 에쓰오일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대비 52% 낮은 6328억원으로 추산됐다.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도 비슷한 수준의 영업이익 하락이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은 14조1763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연간 합산 영업이익(7조2333억원)과 비교해 2배 증가한 규모다.
다만 올해부터 본격적인 업황 악화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국제 유가가 하락한 탓이다. 지난해 3월 배럴당 127달러까지 치솟았던 두바이유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평균 8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영국 브렌트유 가격도 80달러 안팎을 유지하며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재고평가손실도 커졌다. 정유사들의 재고평가이익은 통상적으로 원유가격이 오르면 함께 오르고 떨어지면 함께 하락한다. 유가가 하락하면 비싼 값에 사들인 재고분을 싼 값에 팔아야 해 손실이 발생하는 원리다. 국제 유가가가 하락세를 보이며 정유사들의 올해 실적 하락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감에도 정제마진이 급락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제외한 가격으로 정유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핵심지표다. 올해 1분기 정제마진은 평균 8.3달러로 집계됐다. 한창 초호황을 누리던 지난해 6월(30달러)에 비해 72% 급락한 수치다.
다만 실적 개선 조짐도 보인다. 최근 ‘오펙 플러스’(OPEC+)‘ 소속 주요 산유국들은 하루 약 116만배럴 규모 추가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원유 공급량이 줄어들면 국제 유가가 올라 정유사에게 이익이 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올해 실적은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하향조정 될 것”이라며 “다만 최근 오펙 플러스 감산 결정에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만큼 점진적인 실적 반등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정유사 수익은 결국 정제마진 회복이 관건”이라며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수요 자체가 부진한 상황에서 국제유가 상승은 오히려 정제마진 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